엘리베이터 타다가 싸이코 만나는

후하후하 6시간 지났는데도 생각날 때마다 소름끼친다



오후 6시쯤에 독서실에 가서 도시락 까먹으려고 볶음밥을 야무지게 준비했어.(아 물론 공부해야지)
신나게 계란후라이도 하고, 후추랑 무슨 가루도 뿌려넣고.
아, 근데 깨인줄 알고 뿌렸더니 새우가루더라...

난 패딩을 입고 가방을 메고, 가서 공부할 생각하며 문을 열었지.
그리고 엘베 버튼을 눌렀어.
참고로 내가 사는 곳은 18층이야. 아파트가 언덕 위에 지어져서 완전 꼭대기야.(야경 끝내줘)

원래 엘리베이터가 15층에 있었는데 내가 누르려고 하니까 먼저 1층을 가더라.
지어진지 15년된 아파트에다가 어떤 아주머니가 엘베 속도가 빨라서 현기증 난다고 건의를 했더니
얘가 올라오는 게 좀 많이 느려.
그래서 내려가는데만 2분 걸리려나.


어쨌든 난 탔어.
그리고 내려갔어.
근데 요놈이 14층에서 멈추대?
앞이 깜깜해서 무섭긴 하지만 누가 타고 가려다가 말았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닫기 버튼을 빨리 눌렀어.



근데 얘가 13층에서 또 멈춘거야.
....
이때부터 조금 오싹했어. 어린 애가 장난쳤나? 싶었지.
(다들 어렸을 때 이런 장난 한 번쯤은 쳐봤지?)
그런데 생각해봐.
겨울이라서 오후 6시면 깜깜할 때야.
어떤 어린 애가 간땡이가 부었다고 어두운 데서 계단 뛰어내려가며 하나하나 엘베 버튼을 누르겠냐고.
당연히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 앞은 깜깜했지.
초록색 비상등만 켜있고. (비상등이 더 무서운거 알지?)

또 내려갔어.





................

12층에서 또 열렸어.
이때부터 무서워졌어. 요즘 세상도 흉흉하고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이쪽으로는 상상력이 막 풀가동 돼.
그래서 잠깐 문 닫히기 전에 열림버튼을 누르고 생각했어.

'만약 이대로 한 층씩 내려가다가 문이 열렸을 때 어떤 남자가 서있으면 어떡하지?'

게다가 그 새끼가 싸이코에다가 칼을 들고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까지 들면서, 핸드폰 쥐고 있던 손에 힘이 꽉 들어가더라.
혹시 만나게 되면 모서리로 대갈빡을 쳐야되나 아니면 급소를 차야되나? 이딴 생각도 했지.
다른 사람이 보면 '아니 엘리베이터 몇 번 멈췄다고 무슨 겁을 저렇게 먹어?'라고 할 수 있어.
그런데 너가 밖은 어두운데 엘리베이터가 층마다 멈춘다고 생각해봐...

난 내렸어.
무서운데 내려야지 어쩌겠어.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닫히는데 11층에서 또 멈추고, 10층에서도 또 멈추더라.
난 진짜 얼어붙어 있었고.
어떻게 해야될 지를 모르겠더라.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9층에서부터는 쑥쑥 내려갔어.
그래서
'아 그냥 누가 장난친건가?'
싶었는데

6층부터 또 한층씩 열리더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나.....소름
그렇게 엘리베이터가 한 층씩 내려가면서 1층에 당도했는데 내 머릿속에서는 두가지의 선택이 떠올랐어.

1. 그냥 내 망상일뿐이니 엘리베이터를 그대로 타고 내려간다.
(CCTV도 있는데 누가 뭔 짓을 하겠냐)

2. 비록 12층이지만 집은 18층이니 계단으로 걸어올라간다.
(충동적 살인을 일으켜 CCTV 따위는 생각을 안 하는 상황이라면?)

무엇을 선택할까









나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되서 씻고 또 쓸게.
사실 지금도 마려운 거 참고 계속 썼어.

[독자1]

오ㄷㄷㄷㄷㄷㄷㄷ

[독자3]

헐 대박 소름 뭐야 뭘까.... 장난이라기엔 좀 무섭다 밤에....

[글쓴이]

지금 공부중이라서 이따 밤에 마저 쓸게 늦어서 미안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