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첫째날에 염색을 했다. 물론 머리털이 개털이 되었으나 나에게 본 내츄럴 블랙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염색을 마치고 나의 기분은 그야말로 울고픔...그 자체! 왜냐,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머리털이 개털이 되었기 때문이지. 하...
원래 집에서 하는 거품 염색이 머릿결이 많이 상한다고는 하지만 너무 상해서 암울할 지경이 되었다.
평소에도 개털 같은데 염색을 하고 난 후라면 두말할 것도 없지만 아주 조금 아아주 조금의 아니지 개미 똥구녕만큼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머리를 자르고 싶지는 않았기에 난 얼른 얼른 패스트 샴푸를 사서 머리 기르기에 돌입하기로 했기에 이 전전날 패스트 샴푸를 주문했다.
염색을 하고 나서 나는 나의 선견지명에 감사했고, 도착한 샴푸로 머리를 박박 감기 시작했다.
여기서 하나! 패스트 샴푸를 사기 전에 많은 망설임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로, 머리가 빨리 길기는 하지만 그만큼 손상이 쩔어서 어차피 하나마나이다.
둘째로, 머리가 빨리 기는 것도 모르겠고 샴푸 가격만 겁나 비싸다.
셋째로, 머리가 빨리 길기는 하나 머리가 많이 빠진다.
넷째로, 거품이 나지 않아 양을 많이 써야하는데 가격도 비싸고 그렇다고 그렇게 빨리 기는 것도 아니다.
다섯째로, 냄새가 고약하고 이상하고 잘 씻기지 않아서 안 개운하다.
등등 대체로 평가에 호불호가 너무 갈렸다. 걱정할 만한 요소도 많았고! 엉엉
하지만 수지랑 현아가 협찬 사진 찍은거랑 뭐 머리 잘랐다 길렀다 하는 아이돌 특성상 정말 쓰지 않겠냐는 그런 말들을 믿고 구매했다.
당연히 수지랑 현아가 썼다는 제품들 그대로 정품 홀로그램까지 꼼꼼히 따져서 샀다. 완전 비싸..후..
뭐 내가 급한 것도 한몫했지만 아무튼 구매하고 나니 기대만 높아졌다.
어떤 후기에는 패스트 샴푸를 쓰고 나서 머릿결이 훨씬 좋아졌다는 사람도 있었기에 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설명서대로 머리를 꼼꼼히 감았다.
시간도 순서도 아주 딱딱 맞춰서! 귀차니즘 말기라고 해도 무방한 내가 이렇게 하기에는 크나큰 괴로움이 있었지만 머리 기르려면 어쩔 수 없다.
한달에 많이 길어봤자 1센치 기르면 엄청 많이 기른 거기에 뿌염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따위 필요없다 한달에 한 번씩 해도 좋으니 길기만 해주길.
감을 때 머리가 많이 빠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거품이 오지게 안 난다는 느낌도 별로 들지 않았다. 아마 첫째날이라 그랬을지도.
물론 양이 적게 쓰지도 많이 쓰지도 않았고 보통 샴푸보다는 조금 많았을지는 몰라도 적당한 양으로 짜서 썼다.
근데 냄새는 잘 모르겠다. 염색약 냄새가 남아있는 상태여서 그냥 염색약 냄새만 진동을 했다.
염색을 하고 나서라 머릿결은 여전히 거칠었고 손으로 쓸어내리면 걸리는 정도라 말리면서 에센스를 듬뿍듬뿔 발라줬는데 이건 평소에도 바는거고
현재 펌을 한 상태라 웨이브용 에센스와 아르간 오일을 섞어서 발라주었다.
참고로 밤에 자기 전에 감으라는 말이 있었지만 그냥 아침에 감고 나갔다. 밤에는 피곤하니까 화장 지우고 손,발,얼굴 씻기도 벅차다.
둘째날
머리 감기 전에 물을 뭍히고 머리를 쓸어내리는데 웬 걸?
그냥 잘 안 내려가는 그 머릿결 그대로다.ㅋ 뭔 기대를 한거야ㅋ 거울을 봐도 하루만에 뭐 길었을리도 없고 무념무상
그저 열심히 거품내며 두피 마사지도 하고 설명서에서 하라는대로 했다.
그리고 거품을 씻어내고 머리를 쓸어내리는데 헐 안 걸림 그냥 부드럽게 내려감
그렇다고 막 머릿결이 비단결처럼 고와진 건 아니지만 잘 내려감
보통은 린스나 트리트먼트까지 해줘야 이렇게 되는데 샴푸만 해서 이렇게 된다는 게 안 믿겨져서 다시 한 번 더 샴푸를 했다.
더 꼼꼼하게 이상한 노폐물 다 씻겨내려가라고 더 길게 씻었는데도 그래도 보들보들 했다.
린스도 해줬는데 더 보들보들 해져서 만족하며 욕실에서 나왔다.
부들부들해지고 말리고 나서 에센스 바르기 전까지도 머릿결이 전보다는 탱글탱글해진 느낌이 느껴졌다.
펌도 안 풀리고 잘 말려져 있고, 이제 길어지는 것만 고대하면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기쁠수가 없다. 샴푸가 많이 비싸기는 하지만 이 상태에서 빨리 길기만 한다면 후회는 하지 않는다.
냄새도 오히려 괜찮은 축에 속했고 하고 나와서 내 머리 보면서 인상 찡그리는 사람도 없다.
카페에 친구가 왔는데 그냥 멀쩡하게 내 옆에 앉아서 공부하는 걸 보니 내 후각 이상은 아닌 것 같다.
향수도 안 뿌렸는데 이 정도면 냄새도 멀쩡하고 괜찮다. 기분이 좋아졌다.
염색을 해놨으니 얼른 까만 부분이 쑥쑥 올라왔으면 좋겠다.
한 일주일 뒤면 그래도 차이를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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