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술에 취하면 전화를 걸어서 항상 똑같은 말을 했다.
"아빠 술한잔 먹었어, 딸 보고싶어서 전화했지 잘하고 있어?"
나는 언제나 늘 똑같이 대답했다
"응 잘하고있어 걱정마"
사실 난 개판이었다. 아빠한테는 뭐든 다 하고 있는 척 다 잘하는 척 열심히 하는 척 나를 포장했다.
실컷 놀다 용돈이 모자르면 거짓말로 또 돈을 받아냈다.
하는 것도 없으면서 뭐라도 한 것 처럼 다른 사람에게 나를 과시했다.
늘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아갈거라고 말해놓고
죽겠다는 말을 밥먹 듯이 했고, 쉽게 포기하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나는 이렇게 엉망진창이고 미래라고는 보이지않는 사람인데
술에 취한 아빠의 전화가 다시 걸려오면
난 열심히 살고 있는 딸이 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