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지는 6년째였어 철없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만나서 힘든 고삼시기도 같이 위로하고 다독여가며 보내고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권태기 한 번 없이 보란듯이 예쁘게 사귀고 부모님끼리 인사도 하고 가족동반 여행도 갔었어 싸운 적도 별로 없었고 싸운 이유도 내가 다 잘못 한 거고 남친은 아무 잘못도 한 적 없어 다른 남자들 여자친구 질려서 바람도 피고 눈도 돌린다는데 군대에서도 나만보고 군대 나와서도 나만 본 그런 남친인데 결국 한달전에 헤어졌어 나는 휴학없이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취직을 했고 남친은 군대 갔다와서 아직 졸업을 안했어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결혼을 약속했고 남자친구만 졸업하면 식 올리자고 부모님끼리도 약속했는데 결국 한달전에 끝났어 하루는 꿈이겠거니 몰래카메라겠거니 요즘 힘들겠거니 했는데 아니더라 우리는 진짜 끝이였고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더라 몇주전에는 남친을 붙잡고 울면서 매달렸어 내가 먼저 일하고 돈벌어서 멀어진 거 같아서 그러냐고 미안하다고 일 그만둘 수 있다고 버리지 말아달라고 내가 질린거냐고 내가 잘못한 거 있냐고 미안하다고 울고 불고 매달렸는데 남친도 울더라 내가 취직해서 자기가 모자라 보인 것도 맞고 나 질린 것도 맞고 잘못한 거 없는데 이런 생각 드는 것도 미안하대 질린 거 권태기라면 극복할 수 있다고 노력하자고 제발 버리지 말라고 그렇게 매달렸는데 안되겠다더라 올해 들어서고 내가 취업준비 할때부터 자기 마음이 뜬 거 같다고 내가 싫은 건 아닌데 보고싶은데 이건 사랑이 아니라 엄마와 누나를 찾는 마음이라고 나 없이 못살 거 같았던 6년이였는데 이젠 나 없이도 살 수 있을 거 같다고 나 없는 생활이 상상이 된다고 그러더라.. 나한텐 한마디 한마디 비수로 꽃히고 남친을 그렇게 만든 내가 원망스러웠지만 아직 나는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고 다시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한달내내 남자친구 집앞을 배회하고 학교도 찾아가고 연락도 하는데 그 사이에 한번도 날 봐주질 않더라 날 귀찮아 하지도 않았고 싫어하지도 않았어 오면 또 왔냐고 얘기를 하고 밥은 먹었어? 물어보는데 얼굴만 봐도 행복하고 미안해서 눈물도 나고 나는 참 초라한 여자가 됐어 한달만에 이별이라는게 참 신기해서 밥도 안먹고 싶고 잠도 못자서 술만먹고 아침에 일어나면 남친 연락이 없는 핸드폰 때문에 핸드폰을 붙잡고 울다가 출근하기도 해 그러다가 이틀전에 남친이 술먹고 전화를 했어 미안하다고 제발 그만하자고.. 처음에 남친이 미안해라고 했을땐 아 드디어 나한테 돌아와주는구나 싶더라 근데 아니였어 나한테 못돌아와서 미안한거고 그만하자는 건 내가 찾아와서 자기를 힘들게 하는 걸 그만하자는 거였어 힘들대 진짜 힘들대 아무렇지 않게 나한테 안부묻는 것도 힘들고 친구들한테 헤어졌다고 말하는 것도 힘들고 집안에 있는 내 흔적들도 힘들고 나때문에 힘들고 보고싶지 않대 그 말을 하는데 내 가슴이 쿵 떨어지더라 남친이 나한테 이제 마음 없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희망은 있었어 그렇게 받아주다보면 다시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미운정이라도 남아있지 않을까 불쌍해서. 내가 진짜 불쌍해서 좋아해주는 척이라도 해주지 않을까 근데 그냥 진짜 내가 불쌍한 거였어 날 버린 죄책감때문에 반겨주고 밥도 먹어준거였어 난 이제 어떻게해야 될까 하루종일 울고불고 울다가 토하고 남친이 없는 세상에 살고싶지 않은 생각뿐이였는데 오늘 일어나니까 생각 정리가 되있더라 남친을 놔줘야겠다고. 이제는 보내주는게 좋겠다고 그래서 방금 열두시가 되기전에 늦기전에 보내주려고 집앞에 찾아갔어 왜 왔냐는 말이 아니라 왔어? 하고 반겨주더라 내가 이제 놔주겠다고 하니까 그래 고마워 마지막으로 밥이라도 같이 먹자 하더라 근데 난 자존심도 없이 먹고왔어 이제 이집이 마지막이구나 이 밥도 마지막이고 저기있는 내 물건도 마지막이구나 난 이제 남친한테는 없어져야할 존재구나 밥 한숟가락 먹을때마다 얼마나 눈물이나던지 남자친구가 모른척 해주더라 그리고 집에 갈때 커플링을 빼서 주면서 6년간 고마웠고 앞으로도 그 추억을 예쁘게 간직하겠다고 많이 사랑했다고 안아주더라 그래서 나도 행복했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어 마음은 편안한데 너무 힘들다 마음정리하려고 추억정리하면서 여기에 올렸어 나는 후회없는 사랑을 했고 어릴땐 철없이 남자친구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는데 떠나고 나니까 뼈저리게 느낀다 그래도 나는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했고 숨김없이 사랑을 속삭였고 남친 또한 그래서 시원하게 마음 정리했나봐 지금은 너무 힘들지만 남친처럼 그 예쁜 추억으로 새로운 사랑도 할 수 있을거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좋은 경험이 될거야 마지막으로 남자친구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갈게 정훈아 우리가 만난지 몇달만 있으면 7년째야 언제는 항상 같은 침대에서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나는 밥을 하고 너는 출근준비를 하면서 현관문에서 뽀뽀하고 작별인사를 하자고 그랬는데 니 집에서 그렇게 보내자고 서로 웃으면서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됐네 그래도 나 너랑 열심히 사랑한 거 후회하지 않아 고마워 나는 너한테 많은 걸 배웠고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잗느며 살아갈거야 너와 함께한 추억덕분에. 너 같은 남자 못만날지도 모르고 널 못 잊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도 너랑 행복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웃음도 나고 눈물도 난다 고등학생때 니가 나 좋다고 우리반 앞에서 키싱유 사탕들고 고백했던 거 정말 아직까지 생생한데 이제는 진짜 추억일 뿐이구나. 친구로 남기엔 우리는 너무 멀리왔고 남이 되기엔 너무 아깝잖아 서로 마음정리하면 좋은 사람이였고 좋은 사람일거고 사랑했던 사람 만나면 안부는 물을 수 있는 그런 사이는 되보자 사랑하고 사랑했고 사랑할 거야 다음에 다른 사람이랑 사랑을 나눌때는 나같이 부족하고 욕심많고 미련많은 여자말고 니가 좋아하는 최지우 같이 청순하고 착한 여자 만나서 행복해 내 마음에는 아직 니가 있지만 언젠간 널 보내줄 수 있겠지 그 동안 고마웠어 정훈아 사랑해 내 6년을 책임져준 너한테 이 말 밖에 못해줘서 미안해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잘지내자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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