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면 그 누군가는 너였으면 했어. 내 손에서 뭉쳐진 하얀 눈덩이를 네 팔뚝께에 던졌을 때 난 그게 내심 부숴지지 않았음 했어. 너도 똑같이 나에게 뭉친 눈 더미를 던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 그 해의 겨울은 내가 건너온 겨울 중에서 눈이 가장 소복히 쌓이던 겨울이었고 J, 넌 그중에서도 아무리 꾹꾹 눌러 밟아도 뭉치지 않고 사르륵 스며드는 엷은 서리눈 같은 사람이었다. 차라리 네가 빗물이었다면. 그랬다면 우산으로 내리는 널 어찌 막아볼 수도 있었을텐데. 하얗게 내려 곱게 녹아드는 그 모습조차도 너무 고와서 나는 그만 눌러 밟는 일조차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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