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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도 없는 텅 빈 가게 안에선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계절 다 지난 고물 선풍기와 빈티지 풍으로 꾸며보겠다며 억지로 산 tv가 낡은 꼴을 하고서도 제법 잘 돌아가고 있었다. 바깥은 이미 단풍물이 다 들어, 누가 본다면 이 가을에 가게 안이 심각할 정도로 덥나 싶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tv안에선 연일 이번 가을이 짧을 거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얇은 니트 한 장, 그리고 다 식은 커피 한 잔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연우에게 이제 그만 남은 대학도 마저 다니고 취업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연우는 그럴 생각이 없었기에 친구들 몰래 대학교를 자퇴했다. 어차피 본인이 선택한 길이었기에 후회 할 것도 없었고 이 일들이 오히려 연우의 적성에 맞아 훨씬 즐거웠다. 직장일에 찌들어 웃음이 없어진 대학 친구들을 보면 더 그랬다. 사람은 잘 다니지 않았지만 단골은 제법 되는 카페였고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사는데 부족함 없이 벌고 있었다. 이제 여자도 만나보는게 어떻겠냐는 가족들의 성화에 가끔 주선되는 맞선 자리에 나가면 '저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하면 여자들은 대부분 멋있다며 추켜세워 올리곤 했는데 뒤이어 '대학교는 중퇴했습니다.' 라는 말을 덧붙이면 표정이 썩 좋아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가족들은 이제 결혼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못마땅한 내색을 하곤 했는데, 연우는 그럴 생각도 없었다. 혼자 조용히 사는 지금이 오히려 챙길 것 없이 편했다. 연우는 다 식은 커피를 싱크대에 쏟아부었다. 코가 벌개지도록 선풍기 바람을 맞고 있던 탓에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전기세 아깝지. 연우가 중얼거리며 선풍기를 끈 뒤에, 카페 뒤에 있는 창고에 선풍기를 집어 넣을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 섰을 때였다.


  카페 문이 열리며 연우가 카페 문을 응시했다. 보이는 것은 길쭉한 다리. 괜히 얼굴을 들어올렸다간 목이 땡길 것 같은 기분에 그저 그 다리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거 집에서 좀 쉴 생각이었는데, 타이밍이 더럽게도 나쁘다. 연우는 입을 꾹 닫고 있다가 계속 버팅기는 상황이 민망해 입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연우는 느릿느릿 카운터 앞에 섰다. 한참을 유리문 앞에서 서성이던 남자가 연우가 카운터 앞에 서자 그제서야 저벅저벅 큰 걸음으로 카운터로 다가왔다. 남자의 길쭉길쭉한 다리만 쳐다보던 연우가 그제서야 심드렁한 표정으로 앞에 선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그 얼굴이 낯이 익었다.


  낯이 익어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연우는 그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잔뜩 굳은 얼굴로 남자를 응시하던 연우가 카운터 밑 서랍에 넣어놓은 열쇠를 꺼냈다. 남자는 잠자코 연우의 행동을 응시하더니, 입술을 비죽였다. 뺀질뺀질 기생오라비 마냥 잘생겼던 얼굴은 나이가 들면서 날카로운 느낌을 풍겼다. 많이 변했는데 못 알아볼 얼굴은 아니지. 연우가 괜히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얼굴보러 찾아 왔는데 커피 한 잔 안 주나?"


  무섭도록 뻔뻔한 발언에 연우가 손에 들고 있던 열쇠를 놈의 얼굴로 집어던졌다.





 * *



  연우는 일반사람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남들처럼 '평범한'사랑은 못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사실 사랑 자체에 평범함과 평범하지 않은 것이 어디있겠느냐만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동성을 사랑하는 연우는 분명 '평범함'축에 끼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연우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깨달은 것은 분명 그러한 계기가 있었다. 야동을 보면 서지 않는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남자가 특출나게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남들이 다 하는 것처럼,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었을 첫사랑이 남자였을 뿐이다. 운이 나빴지. 연우는 혀를 찼다.


  열 여덟살, 어리기도 많이 어렸다. 아는 것도 없었고 친했던 친구들이 그렇게 돌아설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다. 그 당시의 진욱은 소문에 맞지 않게 친절했다. 너무 친절해서 자신이 뭔가 진욱의 특별한 것이라도 된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그게 아니었지만. 연우는 쓰게 웃었다.


  진욱은 망나니중의 상망나니라고, 학교 선생님들도 꺼리는 학생이었는데 사람을 죽일만큼 패고 와선 기껏해야 받는 처벌은 정학 삼일정도가 다였다. 그렇다보니 남학생들 사이의 진욱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여학생들 사이의 진욱은 한 번 사귀어보고 싶은 대상이었다. 진욱은 누구와도 두루두루 잘 지냈다. 진욱의 주위는 항상 가십거리로 넘쳤다. 아버지가 조폭이라더라, 대기업회장이라더라, 국회의원 아들이라더라. 뜬 소문들은 언젠가 확 부풀어오르다가 푹 사그라들곤 했지만 종종 화젯거리가 되는 이야기는 대부분 진욱의 것이었다. 진욱은 타 남학생들처럼 장난기가 심했고, 난잡하게 놀았으며 모범생이었다. 그에 반해 연우는 그저 학교의 그저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어떻게 보면 진욱과 접점도 없었을.


 그냥 일학년땐 망나니 최진욱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았다가, 이학년이 되어서 같은 반이 되었는데 설마 짝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진욱의 얼굴도 제대로 몰랐던 연우가 느릿하게 제 짝지 옆 자리에 앉았을 때, 진욱은 말했다.


"안녕."


 넉살좋게 말하는 이 사람이 과연 누가 망나니중 상 망나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반에 아는 친구도 없던 연우는 그 넉살이 고마워서 웃으며 인사를 받았었다. 그 뒤는 뭐, 다른 애들이랑 똑같았다. 으레 남자애들이 그렇듯 옆에 아는 친구가 있으면 금방 친해지기 마련이었고 연우의 친구들 중에도 넉살 좋은 남자아이가 있었던 터라 연우와 진욱이 친해지는데 그리 많은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가끔 빵을 먹고 있을 때면 옆에 와서 자기도 한 입 달라던가,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빼앗아가 크게 한입 문 다음 준다던가. 소소한 것들이었지만 연우가 반에서 의지할 사람이라곤 진욱 하나 뿐이었던 터라 싫은 소릴 내면서도 웃으며 그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연우는 반에서 혼자였고, 진욱은 언제나 인기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엔 언제나 진욱이 중심에 있었다. 어떤 때는 여자아이가 고백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어떤 때는 싸움을 했다더라. 어떤 때는 진욱이 공부를 잘 해서 선생님들이 좋아한다더라 라는 둥의, 진욱은 어떤 짓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그런데 연우가 의아해했던건 분명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면 그 친구의 친구와 어떻게든 친해지기 마련인데 연우는 그렇지 않았다는 거였다. 진욱은 연우의 모든 친구들과 친해졌지만, 연우는 그동안 진욱의 친구들과 말 한마디도 제대로 붙여보지 못했다. 그 친구들이 무섭기도 했거니와 진욱이 그렇게 좋아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친해도 동물은 본능적으로 그가 싫어하는 일을 피해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그 친구들이 오면 연우는 짧고 간단하게 용건을 마쳤다. 그러면 진욱은 배부른 짐승처럼 나른하게 미소지었다.


 언젠가부터 연우의 주위에는 진욱이 있는 것이 당연해졌고 진욱의 옆엔 연우가 있는 것이 당연해졌다. 그러나 진욱의 주위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았지만, 연우의 주위에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다. 연우는 그 사실에 괴리감을 느꼈다. 나는 너를 지켜주는 거야. 진욱은 알게 모르게 연우를 세뇌시켰다. 



'나는 네가 좋아. 그래서 너를 지켜주는거야.'


 연우는 뭔가에 홀린듯 그렇다고 믿었다. 진욱은 나를 지켜주는 것이며 그것은 전혀 나쁘지 않다. 진욱과 같이 다니는 덕분에 연우를 훔쳐보는 사람들도 늘었다. 그러나 그들 전부가 연우와 친해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손푸는 정도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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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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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은혜로운글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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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혹시 연재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여??ㅜㅜ 후편이 시급합니다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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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앜 죄송해요 제가 내용을 길게 생각 안 하고 오랜만에 글 쓰는거라 손푼다고 생각하고 쓴 거라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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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와 손푸는 정도.....진짜 금손이시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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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아니예여 금손은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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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이게 손푸는정도....ㄷㄷ..제발 연재를 사랑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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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앜 감샇ㅂ니다 연재는ㄴ 다른걸 생각해볼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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