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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를 꺼내어 까만색 옥탑 대문을 달칵 잠갔다. 
좁고 황량한 복도에서 녹이 슨 철문의 손잡이가 형광등 불빛에 창백하게 반사되었다.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갔다.
담배를 필까. 주머니의 담뱃곽을 몇 번 쥐었다 놓았다 한다. 
밤공기가 따뜻한 밖으로 걸어 나왔다. 좁은 골목길 위로, 졸린 개구리처럼 흐리멍텅한 헤드라이트를 켠 차 한대가 느릿하게 맥없이 지나갔다.
후우. 한숨을 쉰다. 

가야지, 널 보려면 내가 가야지.





 10:00 PM

학원이 끝날 시간이다. 2층에서부터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교복무리들이 금세 시야를 가렸다.
이준승은 혹시나 김혜정이 학생들에 섞여나오진 않을까 좌우전후를 부지불식중에 빠르게 살피고 있었다.
개미행렬처럼 끊이지 않을 것 같던 학생들이 소란스럽게 빠져나간 빌딩. 순식간에 찾아드는 공허함과 고요함.
<모모입시미술학원> 간판 글자 중, '입'자 한 글자만 큰 거북이 눈알처럼 불빛을 꿈뻑꿈뻑거렸다.

 아직 안 끝났나봐. 

시계를 힐끗 보고서는 장현덕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신호음이 몇 번 울리기도 전에 끊었다. 발신만 남기려고.
그래놓고 어디있느냐고, 끝났느냐고, 핑계를 대고 올라가 김혜정 얼굴이라도 볼 작정이었다.
이준승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양 손에 뚱뚱한 웰치스 하나씩 들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오! 너 언제 왔어? 왜왔어?"
 


장현덕 바로 옆에 김혜정이 있었다.



 "근처에서 잠깐 친구 만났어."



이준승은 그녀의 얼굴을 무심코 살펴보았다. 화장을 가볍게해서 그런지 얼굴이 눈에 띄게 앳되었다. 
밝은 갈색의 생머리를 날개뼈 정도까지 늘어뜨린 그녀는, 예고없이 자기와 시선이 닿았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래도 약간 머쓱해하며.
현덕이 오빠 친구예요? 하면서.
어어, 
하고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했는데, 그들 뒤 쪽에서 학생하나가 혜정쌤 낼봐요! 하면서 휙 지나갔다. 

정신이 확 들었다. 
그 학생이 지나가고 나서야, 내가 놓친 뭔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뭐였지? 분명 있었다.
분명 이 컴컴한 사내들 기운 속에서 자신의 청각을 잡아끄는, 또는 지독한 골초인 현덕의 담배냄새와 약간 퀘퀘한
복도의 냄새 중에서도 자신의 코를 잡아끄는 무언가가. 김혜정 너한테서.

분위기가 갑자기 소란스러웠다가 착, 가라앉음에 약간 어색해져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준승은 제자리서 불현듯 시선을 현덕이 있는 옆으로 돌려버렸다. 
미처 말을 잇지 못해 머쓱해하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감지한 장현덕이가 말했다.



"아따 우리 이준승이는 여까정 왔으면 한 잔 하고 가까? 맥주창고? 안그려? 혜정이도 갈래?"

"이거나 먹어. 나 내일 일가야 돼."


 손에 들고있던 웰치스를 내민다. 받아든 장현덕이를 보고,
그리고 김혜정을 힐끗.



"너 먹을래?"



아니요. 저 탄산음료 별로라.... 김혜정이 말끝을 흐린다.




가시나, 너 줄려고 산건데. 나도 탄산 별로 안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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