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만나러 하루종일 머리통을 쉴 새 없이 굴렸었다. 댈 수 있는 핑계가 다 할때까지.
어떻게 하면 우연으로 만난 것 처럼 보일까, 어떤 말을 해야 자연스러울까, 네가 학원에 없으면 어떡하지.
나는 네 생각만으로도 옆에 있는 것처럼 선명한데,
넌 내 얼굴을 또렷이 기억이나 할까.
'
"도대체 남자의 맘을 모르겠어요. 이거 그린라이트 아닌가?
왜, 보통 맨날 장난걸고 툭툭 건드리고. 그런거 좋아서 하는거 아녜요? 있잖아, 초등학생 남자애처럼 말이야."
"......"
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분명 세상에서 제일 얼간이 같은 얼굴을 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불현듯 내가 강 건너 불구경을 하듯이 경청만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에. 무엇을.
니가 장현덕이 얘기를 하고 있는게. 지금.
강 저편 둑에서만 막연히 넘실대고 있던 그 불길은, 어느새 화륵-하고 날아올라 화살처럼 내 해골을 뚫고 지나가버렸다.
이준승은 깨달았다. 그때까지도 미처 생각지 못했음을.
24시간 중 10시간을 매일 붙어다니는데.
내가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왜.
깔깔.
김혜정은 머쓱한지 그냥 웃어버렸다.
"그런가."
나는 그 말에 정신이 들어, 애기 같은 표정들을 하고서 나를 말똥말똥 보고만 있는 김혜정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머릿속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 두근두근인지, 울컥울컥인지, 몇번이고 울리던 맥박 뛰는 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입에 맴도는 커피가 쓰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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