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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조그맣게 뚫린 틈사이로 얇은 빛줄기가 하나 들어왔다. 

그 빛은 순식간에 내 삶을 바꿔주었고 나는 오롯이 그 빛을 의지하게 되었다.  

 

어쩜 그리도 운이 없었을까. 전날 해야할 일을 하루 뒤로 미룬 탓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여는때와 같이 항상 가던길을 이용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바로 아래에 있던 나는 당연하게 잔해아래로 묻혔고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빛은 커녕 살아 움직이는것은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돌 아래 깔려있고 온몸 여기저기 입은 상처로 인해 온전한 정신을 가진다는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비릿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내 주변으로 액채가 흘러들었다. 설마하는 마음에 손을 더금거려 만져본 그곳엔 피가 있었다. 이곳에 나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저 상처를 입은것일까. 혹시 죽은건 아닐까.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그 사람의 안위를 살펴보기엔 내 몸 또한 성치 않았다. 갑자기 건물은 왜 무너지고 나는 왜 하필 이 건물 아래에 있었을까. 내가 아니라 다른사람이 이곳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무너져 내린 건물 틈으로 빛이 한줄기 들어왔다. 누군가 막고 있던 건물 조각을 움직인것이 분명하다. 아무렴 좋다. 이곳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이상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조대다. 드디어 구조대가 온것이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 더이상 있지도 않은 힘을 쥐어짜 소리를 질렀다. 들렸을까. 닿았을까. 다시 한번 소리를 내려고 해도 나오지 않는다.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리던 순간 다시한번 목소리가 들렸다. 내 존재를 알림에 성공한 것이다. 잔재가 하나씩 없어지고 드디어 몸을 누르고 있던것 또한 치워졌다.  

 

죽었다. 그날 내가 맡은것은 피였고 내가 만진것 또한 피였다. 이 건물사고에 관련이 있는 사람은 총 176명. 사망자 175명. 운명의 장난일까. 사망자 175명엔 나의 부모님. 나의 친구. 내가 사랑하던 모든 이들이 포함되어있다. 살아남은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나 혼다 남게된것이 과연 좋을까.  

 

그러던 중 너를 만나게 되었다. 너는 모든것을 잃은 나를 돕고싶다고 했다. 이젠 더이상 잃을게 없는 나였기에 네가 좋은사람인지 나쁜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나를 감싸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너는 네가 교수라고 소개했다. 그리 많아보이지 않은 나이에 교수라고 소개하는 네가 몹시도 어색했다. 그런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현재 최연소로 교수직을 가지고 있으니 놀라는데 당연한 일이라며 웃었다. 난 출판사에서 원고 편집을 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아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직업을 잃게 된것 같지만 말이다. 

 

그렇게 너와 함께 지낸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갔다. 너는 잠시 연구소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며 먼저 저녁을 먹고 있으라고 했다. 자주 있던 일인지라 너를 보내고 다녀와 네가 먹을 저녁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일을 쉰지 너무 오래되어서 일까 그리워진 마음에 너의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나는 네 서재에 발을 들여서는 안됐다. 화학과 교수인 너의 서재에는 각종 화학 약품이 즐지했고 관련 서적또한 무수히 많았다. 허나 그 수많은 책들 중에 내 눈에 띈건 다름아닌 폭발에 관한 책이였다. 설마하는 마음에 본 그 책의 사이에는 그날 일어났던 건물붕괴사건의 신문이 끼어있었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네가 집에 돌아왔고 내가 보이지 않자 너는 나를 찾기 시작했다. 네가 들어왔을때 그때 너를 반기러 나갔다면 달라졌을까.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건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너의 얼굴엔 그동안 내가 봐왔던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표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2년전 일어났던 건물붕괴사건의 단 한명뿐이던 생존자가 오늘 오후 숨을 거둔채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2년이 지난 지금 밝혀진 사건의 가해자와 함께 지내왔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는대요. 설상가상 가해자는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라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실험에 오점을 남긴것이 시발점이 되어 살인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과연 이에 대한 처벌이 어떻게 내려질지에 대한 관심 또한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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