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말이요, 아주 오래전에 했어야 했는데 지금에서야 하게 되었네. 미안했소 그땐 정말로."
한 두방울씩 떨어지던 빗물이 어느새 굵어져 무방비한 그의 어깨를 찍어 내린다.
축져진 뒷모습은 무성한 풀로 덮인 무덤앞에서 더 외소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는 한참을 무덤앞에서 홀로 중얼거렸다.
꽤 많은 시간을 무덤앞에서 보낸 그는 굵은 빗방울에 머리며 옷이며 다 젖은 후에야 자신의 차로 돌아왔다.
그가 앉은 자리가 젖어가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고 시동을 걸어 운전대를 잡았다.
"그래도 나는요, 이제라도 당신에게 용서빌수있게 되어 다행이요. 묻혀있는 당신이지만 나는 내 마음은 편하니 이걸로 되었소."
숲길을 빠져나오자 큰길이 보이고 그는 잡았던 운전대를 놓았다.
"그날도 비가 왔었는데 말이요, 오늘도 비가 오니 내 팔자도 참 추적거리는구만."
듣는이 없는 차안에서 한참을 중얼거리다 젖은 눈덩이가 무거워서인지 그는 자꾸 눈을 감는다.
주인 없는 운전대가 공허히 흔들리는 사이 큰 굉음이 들렸다.
"많이 미안했소. 너무 오랜시간 혼자두어 내 더이상 당신을 기다리게 할수없어 갈려고 하오 당신있는 그곳으로"
그새 더 굵어진 빗소리에 그의 중얼거림이 묻혀 더이상 들리지 않았고 그는 깊은 잠을 자는 듯 눈을 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