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안녕? 잘 지내지? 추석 잘 보내'
메시지가 왔다.
사람들은 명절이나, 새해가 되면 서로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낸다. 과거에는 어른들끼리만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줄 알았다.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이런 문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온다. 이런 문자가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별로 안 친한 사람들이다. 안 본지 꾀 오래된 사이거나, 나를 윗사람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혹은 사람 좋은 윗사람이나 그런 척하려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 굳이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남들 다 보내는데, 거기에 휩쓸려서 보내고 싶지 않다.
이번 추석은 다른 때보다 좀 더 특별하다. 부모님이 이번 추석기간에 여행을 가셔서, 추석기간동안 나는 집에 혼자 남았다. 하루 이틀정도는 집에 혼자 있던 적이 있지만, 3~4일이나 집에 혼자 남게 된 적은 없었다. 오랜만에 혼자있으니 평소에 못한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 생각을 하다가 문득 방의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 대청소도 겸해서 하기로 했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밥을 먹고 오후 3시가 되어야, 대청소를 시작했다. 한참을 하다가, 잠깐 쉬려고 TV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봤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와있었다.
'안녕? 잘 지내지? 추석 잘 보내'
난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 속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난 그 사람의 전화번호도 지우고, 차단도 했었다. 최근에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차단을 해지하진 했으나, 숨김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렇게 나의 머리 속에서 잊으려고 했지만, 잊을 수 없던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3년이 넘은 일이다. 아니, 2년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2년전, 핸드폰을 보고 있던 중에 이런 메시지가 왔다.
'잘 지내 ㄴ야?'
난 그 메시지가 너무 황당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메시지를 나한테 보낸 것일까? 나는 답장했다.
'술 취한 것, 같으니까 내일 정신 멀쩡할 때 다시 연락해'
그러자 그 사람이 답장을 했다.
'야, 왜 답자으 하늑거ㅇㅑ'
한숨이 나왔다. 이 사람은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정말 내가 만만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리고 난 그 답에 더 이상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은 잠이 쉽게 오지 않은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군대시절 같이 생활했던 간부 한 명이 훈련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처음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여태까지 난 나의 부모님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의 장례식만 가봤다. 사실, 그 분들은 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부모님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이라 큰 감흥이 없었다. 나의 친척이 죽었을 때도 그렇다.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내가 직접 인연을 맺은 사람이고, 나와 긴 시간을 함께 생활한 사람이다. 갑자기 손이 떨려왔다. 그리고 당시 같이 생활했던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퇴근 후 한 친구와 함께 장례식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그 사람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속 괜찮아? 이제 멀쩡하냐?'
그리고 그 사람이 답장을 했고, 우린 5개월만에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더 연재를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