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심연 우주 전체글ll조회 414l
저는요 새로운 책가방을 산지 얼마 안 된 주말에 언니 손을 잡고 동네의 작은 교회에 간 적이 있어요. 그 교회의 목사님은 저한테 간식을 제 작은 손에 넘치게 쥐여주면서 십자가 앞에서 간절히 바라면 하나님이 제 소원을 들어주실 거라 하셨고,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와 헌금을 내면 하느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했어요. 언니는 왜 그렇게 좋은 곳을 제가 학교를 입학한 후에야 저를 데려갔을까요? 저는 어린이집도 못 가고 작은 집에서 엄마랑 많이 괴물을 물리치느라 힘들었거든요. 교회만 잘 나가서 돈 좀 내고 십자가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를 하면 제 소원을 들어줄 거라는데. 이렇게 좋은 곳을 혼자 다니던 언니가 미웠어요. 처음 간 교회에는 작은 교회에 맞지 않게 큰 십자가가 있었고, 저는 그 십자가 앞에서 첫 살인을 저질렀어요. 뭐 칼로 사람을 찔러 죽인 건 아니고요. 그냥 십자가 앞에서 고요하게 사람 한 명을 찌르고 후회도 원망도 기쁨도 느끼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던져버렸어요. 신성한 십자가 앞에서 누굴 죽였냐면 아빠를 죽였어요. 터무니없이 죽여달라 하면 제 소원을 안 들어주실 것 같아서 제가 지금보다 더 낮은 곳에 살고 평생 가난에 찌들어 살지언정 아빠를 죽여달라고 그 작은 손을 모아 기도했어요. 하나님은 제 기도를 듣긴 하셨을까요? 하긴 제 기도를 들으셨으면 매일 밤 술을 취해 불투명한 문을 두드리던 괴물을 없애주셨겠죠. 아님 밖이 보이지 않는 문을 주셨던가. 아니면 제가 달력 뒤에 그린 그림들을 숨어있던 괴물이 찢어버렸을 때 그 달력을 다시 붙여주셨겠죠. 아님 종이를 주셨던가. 아 어쩌면 하나님은 제 소원을 들어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 저희 집이 제가 너무 가고 싶었던 수영장이 되게 해준 건 제 소원을 들어준 거였을까요. 동굴에 살면서 마늘과 양파를 먹어 사람이 된 곰을 보고 동굴에 살면 그 괴물도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한 나의 생각 때문에 그렇게 작고 깊숙하고 습한 지하방으로 보내주신 걸까요. 하나님이 제 이야기를 안 들어주신다는 건 괴물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걸 보면서 매 순간 느꼈었어요. 그래도 저는 오늘도 살인을 저질으려고 해요. 제 기도 들어주실거죠.

첫 기도 | 인스티즈

첫글/막글

위/아래글
현재글 첫 기도
4년 전
작가의 전체글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조회
애니/2D[HQ/시뮬] REPLICA 7698 이런 거 쓰면 잡..06.04 22:311613 36
애니/2D [HQ/시뮬] 닝과 기묘한 마법 세계 CH.1 fin2264 06.12 18:55838 25
애니/2D [HQ/시뮬] 파란만장 호그와트! - 그리핀도르 편2347 배고파06.09 19:45718 7
애니/2D [HQ시뮬] 뱀파이어 시티 158 이불벌레06.05 21:33321 7
애니/2D [HQ/시뮬] 연구소 게임 속에서 살아남기562 06.07 20:45466 3
단편/수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하하버스 05.19 23:33 157 0
단편/수필 2/22 1 연필 02.22 02:33 124 0
단편/수필 차라리 여름이 난로 같았다면 예찬 08.10 10:46 315 3
단편/수필 생각보다 꽤 허무한 -이별준비 중_ 06.16 22:33 145 1
단편/수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이별준비 중_ 06.15 01:14 175 1
단편/수필 감사합니다 18 신시벨 01.24 05:00 1394 3
단편/수필 종종 쓴 단상들 불명 01.11 00:25 277 0
단편/수필 […] 4 신시벨 12.20 07:13 350 3
단편/수필 사랑의 탐구자 11.27 19:01 224 2
단편/수필 ​우리 사랑한 시간이 같은데 저물어가는 시간은 다르다니요 6 신시벨 11.01 18:01 534 3
단편/수필 소년과 어른1 핑크고구마 10.01 01:25 308 2
단편/수필 마지막 인사 밀크티 09.22 20:23 271 0
단편/수필 […] 시간의 부작용 신시벨 07.19 04:59 561 5
단편/수필 조용한 고백 2 신시벨 06.17 13:56 427 2
단편/수필 무지개 빛 바다, 너의 눈 신시벨 06.17 06:10 392 4
단편/수필 카데바 신시벨 06.04 03:59 510 4
단편/수필 안 아프게 죽기 2화 준자 05.15 15:04 739 0
단편/수필 안 아프게 죽기 준자 05.15 14:07 912 4
단편/수필 포도나무 2 신시벨 04.27 06:09 602 4
단편/수필 상실의 온도 2 신시벨 04.17 01:18 621 1
전체 인기글 l 안내
6/25 10:38 ~ 6/25 10:4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수필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