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시간의 지하철은 사람들로 붐빈다.
지하철 속 대부분의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오늘 마츠카와의 경우는 다르다.
늦잠을 자버려 준비를 급하게 하는 와중에, 이 길고 지루한 등교 시간을 도와줄 이어폰을 들고 오지 못한 것이다.
평소였다면 둘러보지도 않았을 주변이지만, 할 것도 없는 지금.
마츠카와는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저 아저씨 눈썹 되게 신기하게 생겼네. 그 옆 아줌마랑 남매라도 되는 건가?’
어떻게든 시간을 빨리 보내보려고 이도 저도 아닌 생각들을 하던 타이밍에, 한 명의 소녀가 그의 눈에 들어온다.
“ 우리 학교 교복이네. 지하철에서 보는 건 처음.. ”
그는 소녀가 몸을 조금씩 떨고 있다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뭐지? 저 여자애 뒤에 남자는.
왜 저렇게 딱 붙어있는 거...
아.
마츠카와는 성큼성큼 그들에게로 걸어갔다.
그리곤 남자의 더러운 손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 아저씨. 지금 이 학생한테 뭐 하는 짓? ”
“ 젠장.. 칫 ”
타이밍도 더럽게 잘 맞네.
딱 맞춰 열린 지하철 문으로 남자가 빠르게 도망쳤다.
원래 같았다면 닫힌 문을 뜯고서라도 쫓아갔을테지만, 지금 등교도 급하니까.
미안해, 친구.
“ 괜찮아? ”
마츠카와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녀에게 예의상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천천히 소녀가 뒤를 돌았다.
“ 감.. 감사합니다. ”
소녀가 감사 인사를 건넨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멈추고 그에겐 눈앞의 그녀만이 보였다.
작은 얼굴 안에 담긴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와 연한 갈색빛 눈동자.
그리고 그 큰 눈에 그렁그렁 매달린 눈물을 본 마츠카와는.
‘ 등교? 됐고, 저 범죄자 놈 지금 잡으러 갑니다. 이 자식아. ’
얼굴을 붉히며 멍하니 서 있던 마츠카와는 결국 그녀가 떠나간 자리에 남은 복숭아 향기만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
와 진짜 이게 첫눈에 반한다는 건가.
어떻게 우리 학교 학생인데도 눈치를 못 챘지?
마츠카와는 아침의 지하철 소녀를 잊지 못했다. 처음으로 자신의 심장을 이토록 뛰게 한 그 소녀를.
그런데 그 와중에 명찰에 적힌 이름조차 보지 못했다.
“ 하... 아니. 이름이라도 알아야지, 그걸 못 보냐. ”
머리를 꽁꽁 싸매고 있는 마츠카와에게 하나마키가 다가왔다.
“ 웬일로 아침부터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으셔. 왜, 뭐 여자라도 생겼냐? ”
움찔.
“ … 너도 진짜. 하-. ”
“ 뭐, 뭐...! 너 진짜냐? 천하의 마츠카와가?! ”
긍정의 한숨을 내쉰 그를 보고 충격에 빠진 듯, 하나마키는 아침 스트레칭을 하는 다른 부원들에게 달려가서 소리를 왁왁 질렀다.
그러자 하나둘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마츠카와를 쳐다보았다.
“ 저 진짜 마츠카와 선배가 누굴 좋아한다는 건 처음 봤어요 …. 안 그래, 쿠니미?! ”
“ 드디어 우리 맛층에게도 봄이 오는 것인가..! ”
이미 킨다이치와 오이카와는 본인들이 더 설레하면서 난리를 부렸다.
그런 그들을 보며 혀를 차던 이와이즈미 또한 조금은 궁금한지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 그래서 누군데, 그 여자애는? 우리 학년? ”
그 질문에 다시 모두의 시선이 마츠카와에게로 쏠렸다.
“ … 그걸 모르겠어. ”
“ 엥? ”
.
.
.
“ 허, ”
이름은커녕 무슨 학년인지조차도 모른다는 그의 대답에 모두가 어이없어하며 소리쳤다.
“ 진짜 좋아하는 거 맞아? 어떻게 얼굴만 알고 있을 수가 있어. ”
“ 맛층, 얼굴파였구나.. ”
“ 쿠소카와, 넌 좀 조용히 해. 오늘 처음 봤다잖아. ”
똑, 똑-
아침부터 시끌벅적하던 체육관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조금 뒤 문이 열리고, 모두의 시선 속에서 한 여학생이 쭈뼛대며 안을 살폈다.
그리고는 누군가를 발견한 듯 손을 흔들며 빠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 쿠, 쿠니미군..! 선생님께서 이거 전해달라고 하셨어. ”
“ 아, 맞다. 고마워. ”
평소 나른한 표정이던 후배의 보기 드문 미소에,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선배들은 당황했다.
“ 쿠, 쿠니미쨩이 웃었다? ”
“ 쿠니미를 웃게 만든 저 소녀는 누구, ”
그 와중에 입을 열 수 없었던 한 사람이 있었으니.
“ 어,… 걔다. ”
마츠카와는 그녀가 나갈 때까지 꼼짝하지 않고 소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체육관 문이 닫히기 직전, 그와 그녀의 눈이 마침내 맞닿았다.
“ ...! ”
그녀는 깜짝 놀란 듯 어깨를 들썩였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문을 닫았다.
“ 응? 마츠카와, 아는 사이야? ”
“ .. 마츠카와 선배가 닝을 어떻게 알아요? ”
두 사람의 어색한 인사에 이와이즈미가 물음을 건넸다.
쿠니미도 살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답도 없이 멍한 표정으로 서 있기만 했다.
“ 찾았다... ”
*
“ 응응, 나도 그 영상 어제 봤어. 재밌더라. ”
친구들과의 수다가 재밌는지 하하 웃는 그녀를 보며, 마츠카와의 귓볼이 빨개졌다.
웃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복숭아 같았다.
빵실한 볼에 올라간 핑크빛 볼 터치가 귀여웠다.
내가 귀염상을 좋아했나.
“ ...완전 복숭아야, 복숭아. ”
“ 하아?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맛층! ”
“ 몰라, 쟤 아까부터 이상해. 그냥 밥이나 먹자. ”
아침 연습부터 제대로 집중을 못해, 감독님에게도 혼난 그를 하나마키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 잠깐, 너 설마. 그 여자애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 ”
흠칫.
여자애라는 소리에 마츠카와의 눈동자가 서서히 앞에 앉은 하나마키에게로 초점이 맞춰졌다.
“ 맞네, 맞아. ”
“ … ”
“ 워후- 천하의 맛층의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여자애는 대체 누구~ ”
아무 말도 않는 마츠카와에, 오이카와는 놀리는 투로 노래를 부르며 매점을 나갔다. 하나마키도 뒤이어 혀를 쯧쯧 차곤 밖으로 나갔다.
“ 야, 야! 나 덜 먹었어. 니들 어디가!! ”
아니, 저 자식들이 진짜..
결국 마츠카와는 먹고 있던 음식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나둘 음식을 집어 들고 있던 그때,
자신의 앞에 조그만 생크림 빵이 불쑥 나타났다.
“ 어.. ”
천천히 고개를 드니 그 복숭아가 있었다.
아까보다 얼굴이 더 익은 채로.
“ 선배님..! 저번 일, 정말 감사했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이거라도.. ”
수줍게 건넨 크림빵에는 귀여운 복숭아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마츠카와는 작게 웃었다.
꼭 자기 닮은 거를 가져왔네.
“ 아니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
“ 아, 아니에요. 꼭 받아주셨으면 해요! ”
발갛게 익은 볼이 도리도리 고개짓을 친다. 움직이는 머리칼에서까지 복숭아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그리고,
“ 닝. ”
“ 쿠니미군? ”
너 여기서 뭐 해.
“ 아? 쿠니미. 나는 보이지도 않는 거야? 섭섭하네~ ”
“ 아, 안녕하세요. 마츠카와 선배. ”
그래서. 무슨 일?
능청스럽게 묻는 마츠카와였지만, 그의 말에서 약간의 까칠함이 묻어났다.
좋은데 왜 끼어드냐는 것처럼.
그리고 그 느낌을 알아차린 듯, 쿠니미도 자신의 불편한 기색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 아..! 그게, 선배님께 저번에 도움받은 일이 있어서.. ”
“ 아. ”
쿠니미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듣다가 다시 마츠카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감사합니다, 선배. ”
닝 도와주셔서.
‘ 하? 지가 무슨 남자친구라도 되는 거야, 뭐야. ’
마츠카와는 그런 쿠니미의 태도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쿠니미는 여전히 나른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마츠카와에게 향했던 시선도 거두고, 쿠니미는 그녀에게 말을 돌렸다.
“ 닝, 그러고 보니까 저번에.. ”
자신은 알아들을 수 없는 둘만의 대화가 시작되자, 점점 마츠카와는 얼굴을 굳히기 시작했다.
‘ 재밌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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