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주의 “더는 할 말 없는거지?” “...” “그럼 잘 지내, 제발.” 그는 우리의 관계가 시작했던 것처럼 나를 끝으로 밀어 넣었다. 너와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누구보다 가까웠던 우리가 어쩌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을까 그와는 병원에서 만났다. 몇 년 전의 나는 공항장애와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죽어야겠다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그저 이유없이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눈에 칼이 보였다. 화가가 붓을 들 듯이 나는 손을 들어 그 칼을 집었을 뿐이다. 너무 깊게 쥐어 버린게 문제였나, 정신 차려보니 나는 병원에 있었다. 우숩게도 부모님들은 두 분 다 의사이셨다. 부모님들은 언제나 강하신 분들이라 나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그저 지켜만 보셨다. 나는 그 서늘한 눈빛이 싫었다. 죽은 사람을 쳐다보는 듯한 그 차가운 눈빛은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3일을 혼수상태로 보내고 눈 뜬 그날도 나의 엄마 아빠는 그저 나를 쳐다보기만 하셨다.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더 나을뻔했다. 부모님들은 링겔 줄과 맥박을 몇 번 확인하더니 병실 밖을 나가셨다. 그날 이후 나는 어이없게도 잘 지냈다. 내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해서 달라진건 딱히 없었다. 아 간병인이 하루종일 붙어있는거? 그건 좀 귀찮았다. 부모님은 자신의 자식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듯이 나를 일인실 맨 끝에 입원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보러온진 않았다. 서운하진 않았다. 아니, 사실은 조금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답답한 마음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와도 느껴지는 답답함에 펜슬을 잡고 위태롭게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었다. 시선을 밑으로 향하니 사람들과 차들이 레고 장난감보다 작게 보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맡는 바람 내음은 내가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거기. 죽을거면 딴데 가서 죽어 여러모로 사람 귀찮게 만들지 말고” 낮지만 낮지 않은 목소리의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죽으면요?” “니가 죽든 말든 상관없어 근데 여기엔 나뿐이잖아” “그게 어땠는데요?” “마지막 목격자니 뭐니 하면서 귀찮아지는거 딱 질색이야” “이기적이네” “이기적인건 너야. 죽을거면 조용히 혼자 찌그러져서 죽어 괜한 짓 하지 말고” 그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병원복에 마스크 그리고 손목엔 붕대를 칭칭 감고,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듯한 죽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눈빛이 정말 싫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나도 알 수 없는 그 눈이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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