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아시 케이지는 가끔 공주님과 자신의 관계는 여신과 그를 섬기는 신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아끼는 여신님을 위하여 노력하고 제 삶에 대해 고해하고 섬긴다면, 그녀는 자신을 돌아봐주고 아껴준다. 그렇기 때문에, "아 케이지," 저를 보며 웃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 손끝에 자신의 떨리는 숨결로 입을 맞출 수 있는 영광이 자신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이, "공주님을 뵙습니다." "둘이 있을 땐 이름 불러달라니까." ".. 응, 잘 지냈어요?" "나야, 뭐- 너 말고 얘기 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나 계속 기다렸지." 감히 이름을 입에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멎을 것 같은데, 저가 유일하고 저만을 기다렸다는 그녀에,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좋다." "... 제가 더." 희미한 웃음으로 울렁이는 마음을 밀어넣을 수 밖에 없었다. - 왕궁 밖으로 나가본 것이라고는 태어나서 한 번 밖에 없는 공주는, 책에서 읽는 내용을 이론적으로 밖에 이해하지 못 했다. 그래서 공주는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했다. 어릴 땐 시녀들에게서 들었던 황궁 밖 이야기와 바쁜 오빠에게서 가끔씩 듣는 이야기들로 바깥 세상을 그려냈다. 하지만 그들은 공주에게 정제되고 한정된 이야기들만을 전해주었고, 공주는 자신의 세상을 더 키우길 갈망했다. 왕에게 친구를 만들어 달라 요청하자 생긴 친구가 아카아시 케이지였다. 아카아시 후작가의 외동아들. 아카아시 후작은 왕의 친우였고, 아카아시는 공주님을 위해 자기가 가겠다고 했다. 공주는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는 아카아시를, 그의 말에 빋대어 자신의 세상을 키워내었기 때문에, 소중하게 여길 수 밖에 없었다. 이 외로운 왕궁에서 유일한 나의 친구. 왕궁내 이야기가 아닌 왕궁 밖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얼굴이 상기되고 웃음이 나왔다. 나를 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너에게는 내가 유일한 사람이 아닐지 몰라도, 나는 네가 너무 소중해. 공주가 아카아시에게 이름을 불러달라 요청하게 된 까닭이자, 공주가 얼마나 자신에게 의지하는지 아는 아카아시가 말동무라는 관계 이상으로 더 욕심을 부리지 않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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