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귀(回歸) - 이재환 (2)
술에 취한 형을 재우고 남은 맥주를 홀짝이며 생각했다.
내가 할수 있는것, 해야만 하는것, 그게 무엇인지.
한참을 그러고 앉아있었을까, 문이 열리고 멤버들이 숙소로 하나둘씩 들어온다.
애써 밝은 목소리로 본인이 왔음을 밝히는 학연이 형의 목소리가 차츰 잦아 들었다.
"..재환아..택운이..왔어?"
"신발 보고 안거죠? 하여간, 방에서 자고있어요."
"아..그래..근데 넌 왜 그러고 있어, 술 마시면 안된다니까"
"택운이 형이 먹제서 한잔 한거에요."
"택운이가..?"
마치 동공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흔들리더니 고개를 떨구고 한숨을 쉰다.
뒤에서 눈치를 보는 동생들은 들어가라는 식으로 턱짓을 했고 학연이 형을 데려다 식탁 의자에 앉혔다.
"이게 뭐게요"
검은 봉지를 형에게 건네며 말하자 의아한 표정으로 이게 뭐냐고 묻는다.
"뚱바, 택운이 형이 가져온거에요."
내 한마디에 형의 눈에 금방 눈물이 차올랐다.
그렇게 차오른 눈물이 형의 볼을 타고 마치 비처럼 흘러내렸다.
저 눈물이라는게 참 신기하다. 아무리 형이 우는걸 자주 봤어도, 볼때마다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왜울어요"
"......그냥, 너무..좋아서.."
"..울고싶은건 난데, 형이 왜울어요"
이래서 술은 싫다. 술만 들어가면 사람이 쓸데없이 감정적이게 되어버린다.
어느새 내 눈에도 보기싫게 눈물이 고여버렸다.
"형, 제가 형들한테 해줄수 있는게 뭘까요. 해야만 하는게 있는데, 분명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게 뭔지.."
학연이 형이 제 눈물을 추스르고 일어나 내게 다가오더니 내 머리를 부여잡고 제 품에 끌어안는다.
평소같으면 장난식으로 피했겠지만, 그 품이 너무 따뜻해 피할수가없었다.
"지금 이대로도, 너무 고마워 재환아. 너 없었으면 다시 일어설수도 없었을거야. 형들이, 이렇게나 무너져 버려서
네가 너무 힘들었잖아ㅡ 그걸로 됐어, 그거면..그거면 충분해 재환아"
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리내어 아이처럼 울어버렸다.
이렇게 울어본게 얼마만이지. 형의 품안에서 너무나도 서럽게 울어버렸다.
하염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등을 토닥여주며 '괜찮아, 괜찮아.' 해주는 학연이 형에 더 울음이 터졌다.
학연이 형의 위로에는 뭔가 힘이 있다. 최근 들어 너무 지쳐 버린걸까 아니면 너무 약해져 버린걸까.
한번 터진 눈물이 쉽게 멈출 생각을 안하는데도 형은 군말없이 나를 위로해줬다.
"형이 꼭, 되돌려 볼게 너도 조금만 힘내주라 응? 그만 울고ㅡ"
어린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에도 울음이 섞여있어 그저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없었다.
눈물을 추스르면서 생각해 봤다.
되돌리기에 너무 멀리까지 온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ㅡ비로소 여섯일때야 완전해지는 우리인데,
불완전한 지금이 너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