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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등굣길_우쿨렐레 피크닉 


 

[찬백]아침 등굣길 


 


 

"어어, 야, 괜찮아?"
"아으…."
지각이 눈앞에 닥친 상황인지라 급하게 학교를 향해 뛰고 있던 나는 그만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사람과 부딪혀 넘어져 버렸다. 예의도 없이 처음부터 반말이라니. 예의범절은 중시하는 나는 발끈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어이."
"어…."
"머리 다쳤어?"
"아, 아니…요…."
이 사람,
"괜찮지? 먼저 가볼게!"
잘생겼다. 그것도 엄청.

선생님께 된통 혼이 났다. 그 후로 한참동안 그 사람의 뒷모습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멀리 학교에서 소리 크기로 유명한 우리 학교 종이 울리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학교를 향해 와다다 달려갔던 것이다. 그래도 좋다. 눈호강을 했으니. 그러고 보니,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분명 우리 학교 교복이었는데, 왜 학교 반대편으로 달리고 있었던 것일까, 그 사람은. …모르겠다. 결국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찾지도 못하고 생각을 접어야 했다. 

자꾸만 그 얼굴이 눈에 아른거렸다. 입을 꼭 다물고 걱정스레 나를 내려다보던 표정. 얼굴이 그냥 죽여줬다. 이쯤되니 나는 슬슬 내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비록 내가 모솔이기는 하지만, 소녀시대도 좋아하고, 에이핑크도 좋아하고, 에프엑스, 걸스데이, 포미닛 다 좋아하는데! 내가 게이였다니? 그렇게 오랜만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양성애자, 바이였다. 나 스스로도 내가 그 사람에게 첫 눈에 반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었다.
"어, 야."
문득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는 분명,
"맞네. 안녕. 아침엔 괜찮았어? 내가 급해서."
그 사람이다. 명찰이, 그러니까…
"어, 어어, 괜찮아…"
박찬열. 나와 동갑이었다.

예의범절 나부랭이 따위 개나 줘 버린 나는 어느 새 속으로 씨발을 남발하고 있었다. 앞에서 김종대가 나를 미친놈으로 보았지만, 그런 것을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와, 이름도 잘생겼어. 얼굴은 그냥 조각. 기럭지도 우월해, 대박. 아, 나는 미친놈인가보다. 역시 종대가 사람보는 눈은 정확했다. 나는 박찬열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부터 시작해서 박찬열과 내가 달달한 연애를 하는 망상까지 그 망상의 규모는 점점 커져갔다. 씨발, 그 너른 품에 안기고 싶다. 그럼 분명 널 안아줄 거야. 절대로 날 거부하지 않을 거라고!
"야, 변백현. 너 뭐 잘못 먹었지. 아님 뭐 사고라도 났었어? 것도 아님, 요새 뭐 가위에 눌려서 잠을 못 잔다거나 그러는 거야?"
"종대야…."
"…왜."
"나…"
종대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표정은 그냥, 한 마디로 개썩창이었다.
"박찬열한테 반했어…."
"……? 변백현 너님 게이…?"
"…병신님아, 넌 아니예요."
"그럼 됐고."
어느 새 슬금슬금 뒷걸음질 쳐 교실 문 근쳐까지 갔던 김종대가 내 말 한 마디에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래서. 걘 어떻게 알았어? 소문같은 거 모르고 사는 자칭 찬백고 대표 범생이님께서?"
"아침에 지각해서 뛰가가 부딪힘. 근데 존잘. 조각상인줄? 그리고 자칭 아닌데요."
"…콩깍지 납셨네."
"아니, 근데 진짜 잘생겼다니까?! 진짜 박찬열 대박이라고!"
아, 주변을 너무 신경 안 썼나 싶은 생각이 들어 슬금슬금 주위 눈치를 보니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쏠려있었다. 근데 애들이 다 사시인 건가, 나를 보긴 보는데 초점이 나를 약간 비껴나간 듯 하다. 김종대도 마찬가지였다.
"종대 너 사시?"
"병신아, 뒤에…"
…슬픈 예감은 다 맞는단 노래 가사처럼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돼…. 하지만 슬프게도 내 뒤에는, 멀끔한,
"그거 내 얘기지?"
박찬열이,
"기분 좋네."
서 있었다, 씨발. 그리고 오늘부터 난 박찬열 빠돌이로 소문났다고 한다.

 

그 뒤로도 나의 찬열앓이는 며칠 간 계속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결전의 날이 왔다. 박찬열이 내 뒤에 서있던 날 이후로, 나는 박찬열과 부딪힌 그 날처럼 햇빛 쨍쨍하고 맑은 날에 고백하고자 마음을 먹었건만, 그 날부터 날씨는 줄줄이 비였다. 그리고 오늘, 아주 오랜만에 날씨가 맑았다. 비록 바닥은 조금 축축했지만. 느긋하게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데, 아니 이게 웬 횡재람. 이른 시간이라 주변엔 사람도 없는데, 눈앞에는 주머니에 손 꽂은 박찬열의 뒷태라니. 이건 분명 고백하라고 신이 주신 기회가 분명하다. 잰걸음으로 달려가 박찬열을 멈처 세웠다.
"야! 박찬열!"
"…어, 변백현이다. 학교 일찍 가네?"
"됐고, 할 말 있어."
이제 심호흡을 하고,
"뭔데?"
흡-.
"얼른 말해 봐."
뱉어!
"좋아해!"
"…에?"
"좋아해! 왜? 불만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널 못 좋아할 이유가 뭐가 있어, 솔직히! 게이? 그딴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세상은 넓고 호모는 많거든. 그리고, 이건 내가 너한테 차이면 정신 나갈까봐 미리 점 찍어두는 건데!"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될 대로 돼라. 그런 심보로 나는 박찬열의 볼에 매우 크게 쪽 소리가 나도록 뽀뽀를 했다. 영혼리스한 박찬열의 표정이 눈에 들어와 부리나케 도망가려는데, 아, 젠장. 나의 가녀린 손목은 박찬열의 손에 잡혀버리고 말았다.
"뭐, 왜, 놔!"
"아, 변백현 존나 귀엽다."
"…뭐?"
그리고 시발, 박찬열은 시발, 나한테 시발, 키스를 했다.
"맛있네. 변백현 입술."
분명 키스였다. 뽀뽀말고, 키스. 내 입술은 박찬열한테 빨렸…, 아니, 먹혔다. 내 첫 키스였다. 앞으로는 아침 등굣길이 매우 설렐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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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ㅜㅜㅜㅜ 기다렸어요ㅜㅜㅜ 선댓 후 감상!
9년 전
봉봉 쇼콜라
헐.. 기다려주셨다니.. 감동이 물결이 찰랑찰랑..ㅠㅠㅠ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2
신기방기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찬백이라니ㅠㅠㅠㅠㅜ찬백ㅠㅠㅠ봉봉님의찬백이라니ㅠㅠㅠㅠ백현이진짜너무규ㅣ여운거아니에여ㅠㅠㅠㅜ?일단봉봉님은제가워더해가고!글잡에서봉봉님보는건진짜오랜만이네요ㅠㅠㅠㅠㅠㅜ봉봉님도저기다리셨져?밤마다저보고싶어서밤잠을설치고상사병걸리셔서밥도잘입에안대신다고ㅠㅠㅠ알긴했지만그런마음을글에그대로나타내시면어떻게해여ㅠㅠㅠ그니까찬열이는저고..백현이는봉봉님~?
9년 전
봉봉 쇼콜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감쟈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덕분에 많이 웃네여..'ㅅ'!!
9년 전
독자4
백현아 왜이렇게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박찬열 너는 왜이렇게 설레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찬백행쇼 ㅠㅠㅠㅠㅠ 봉봉 쇼콜라님 오랜만이에여...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아 진짜 귀여워.....ㅠㅠㅠㅠㅠ오랜만에 뵈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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