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 오빠 옴. 오빠는 참 연재를 빨리 빨리 하는 것 같지 않냐, 마음에 들지. ㅋㅋㅋ
농담이고 오빠 경수 거라 안 돼.
어디까지 했더라 우리. 아아, 경수 온 거.
암튼 10분이 돼서 지만한 클러치를 든 건지, 끌어안은 건지, 왔는데 난 딱 보고 도경수다. 했거든
근데 얘는 두리번대고 다른 쪽으로 가려고 하길래 내가 먼저 가서 아는 척 했지. 그니까 아직도 헉헉대면서
많이, 기다렸, 어요? 이러는 거야.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말하는데 애가 너무 예뻐서 아래가 뻐근해지는 기분이었지만 오빠가 그렇게 쉬운 남자는 아니다ㅋㅋㅋㅋ
장난이고 헥헥대는 건 얜데 숨은 내가 막혀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뚫어져라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얘는 내가 화난 줄 알고 숨 참으면서 화났어요..? 하고 울상지으면서 눈 동그랗게 뜨는데 그것도 너무 예뻐서 진짜..
와.. 하면서 심장이 존나 뛰었다. 진짜 이 기분 어떻게 표현을 해야하냐ㅋㅋㅋ 암튼 존나 멍하니 쳐다만보고 있었다고.
그리고 얘는 무슨 사진을 그따구로 찍냐? 나는 아직도 화가 나. 같이 사진 찍고 이러면 얘는 실물에 반의 반도 안 나와.
내가 받았던 사진은 존나 못 생긴 거였어. 물론 얘 실물 보기 전에는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실물 보니까 사진을 보고 귀엽다는 소리가 나올 수가 없다.
그리고 진짜 기집애처럼 어깨도 좁고 눈도 존나 크고 키도 작아서 내 품에 쏙 들어오더라. 170은 무슨 170도 간당간당하더만.
그래, 결론은 존나 워더라고. 무슨 남자가 이렇게 여자같이 생김? 하는 짓도 여자같고 씨발.. 좋다.
그러다가 계속 이렇게 멍하게 있을 수는 없잖냐, 그래서 정신차리고 밥 먹으러 가자고 했지.
오빠가 키가 커서 그런지 다리가 길어서 걸음이 좀 빨라서 성큼성큼 걸었다?
그니까 얘가 진짜 지만한 그 클러치 안고 내 눈치 보면서 약간 뛰 듯이? 종종 걸음으로 나한테 거의 매달리 듯이 쫒아오면서
화 안 났어요? 내가 미안해요.. 버스가 늦게 와서..
하면서 시무룩해하는데 내가 그걸 보고 배기냐. 그래서
화 안 났어, 날씨 안 좋았으면 화 났을텐데 날씨도 좋아서.
하니까 헤, 다행이다. 근데 좀 천천히 걸어요오.. 라고 함. 귀엽지 않냐?
근데 이것보다 더 씹덕 포인트는
나는 처음에 어색할 줄 알았는데 얘가 말을 계속 잘 이어나가서 생각보다 안 어색했었거든?
근데 또 지나고 얘기 들어보니까 어떻게 하면 안 어색할지 지가 할 말들을 검색해서 외워두고 있었대 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나는 그날 그냥 까만 티에 얇은 하얀 자켓 걸치고 갔는데 나는 평소에 사진 잘 안 찍어서 얘한테 내 사진을 안 보여줬었단말이야.
그래서 얘는 날 못 알아 보니까 그냥 흰 자켓 걸쳤다고 대충 말했지. 근데 내 주변에 또 흰 자켓을 입은 애가 있었나 봐 ㅋㅋ
같은 디자인은 아닌데 걔는 약간 점퍼같은 거였나 봐. 걔가 또 근데 어지간히 못 생겼다네?
그래서 내 새끼는 아주 단단히 오해를 하고 그쪽으로 가려고 했던 거지ㅋㅋㅋㅋ
내가 사진을 안 준게 너무 못생겨서 안 준 거라고 생각했대. 근데 내가 생각보다 잘 생겼는지 지도 깜짝 놀랐다더라. 역시 오빠.
나도 너는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고 칭찬하고 또 얘기하고 하다가 자연스럽게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모텔갈까? 이런 장난도 치고ㅋㅋㅋ
아니 근데 도경수는 톡으로는 그런 말도 서스럼없이 막 하면서 만나면 내가 먼저 꺼내도 되게 부끄러워해ㅋㅋ
그리고 이제 뭐 할 게 있나, 하늘도 어둑어둑하니까 도경수 집에 데려다주고 집 앞에서 얘기하는데
애들이 첫 사랑하는 것마냥 헤어지기가 너무 싫은 거야.
근데 마침 그때도 밤공기 시원하고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여서 집 앞에 공원 걷자고 했었음.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걷고 있는데 좀 지나니까 자꾸 손이 스쳐. 떨리게 씨발..
이게 일부러 하는 건지, 뭐 우연으로 그렇게 되는 건지, 내가 신경이 존나 쏠려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자꾸 스치는 게
신경쓰이기도 하고, 솔직히 우리 호감 가지고 데이트까지 했는데 손이라도 잡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 그냥 확 잡아버렸다ㅋㅋㅋㅋ
그니까 놀라서 눈 또 존나 크게 뜨고 나 쳐다보는데 그게 또 귀여워서 웃었더니 지도 웃고.
뭐 밤이라 사람도 별로 없어서 손 꽉 잡고 앞 뒤로 흔들면서 걸었다.
도경수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나 올려다보고. 아 또 생각하니까 존나 예쁘네.
암튼 이제 진짜 어두워지고 아무리 사내새끼지만 집에서 걱정하고 할까 봐 집에 데려다주고 나도 집에 왔다.
그리고 뭐 또 똑같지. 집에 오니까 먼저 톡이 와있더라고. 집엔 잘 들어갔어요? 이렇게.
그래서 잘 들어왔다고, 얼른 씻고 자라고 그랬더니
내일은 오빠가 나 학교 끝나는 시간에 데릴러 오면 안 돼요? 이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