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그 꽃 준 사람이랑 뽀뽀했어요"
"...?"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이라서 나는 약간 놀랬지 뭐야.
"앞으로도 그럼 그 여자분이랑 쭉 뽀뽀하시면 되겠다~"
"와~ 우리 엄마한테 질투하는거예요?"
"네...?"
"그 꽃 준거 우리 엄마예요."
아...이렇게 허무할 줄이야. 진짜 별것도 아니었는데..
"뻥이죠"
"ㅋㅋㅋㅋㅋㅋ안속네 ㅋㅋㅋㅋ"
이럴줄 알았다.
"아 진짜! 나 혼자 집에 갈거예요."
"그건 안되지!!!!"
"왜 말 안해주는데요? 진짜 여자 있는거예요? 지금도 만나고 있어요? 몇살인데요?"
"아..나 오늘 그냥 놀려고했는데..일단 따라와요"
일단 따라가긴 했지.
차를 타고, 달려서, 달리고보니, 어느새, 고속도로?!
좌우로 인도는 보이지도 않는 차만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위에 김태형씨 차가 달리고 있었어. 정말 순식간에.
"뭐예요?"
"뭐가요"
"어디가는거예요? 나 동아리연습실 가야되는데"
"나랑 뽀뽀한 그 꽃 주인 누군지 궁금하다면서요"
그렇긴 했지. 근데 이렇게 멀리 가야할 줄 누가 알았겠냐구 ㅠㅠㅠㅠ
그렇게 1시간 쯤 더 달려서 강원권에 도착했어.
차로 산을 오르고 오르더니 주차장에서 사이드브레이크 당기는 소리까지 듣고 안전벨트를 푸른 뒤 나온 곳은 되게 숲같은 곳이었는데.
"따라와요"
김태형씨가 내 손목을 붙잡고 흰색의 예쁜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
그 곳은.....납골당이었어.
계단을 오르고 복도를 지나고 보니 김태형씨가 멈춰선 곳엔...
[故 김태린]
김태형씨를 여성스럽게 꾸며 쏙 빼다박은듯한 아리따운 여자아이 사진이 담겨있었지.
"이게...누구...?"
"야. 이 오빠가 드디어 여자 데리고 왔다. 물론 엄마아버지가 만나라고 해서 만나긴 했지만."
김태형씨가 내 말은 듣지도 못했는지 그 사진을 보고 중얼거리기 시작했어.
내가 옆에 있는걸 잊어버린건지 내 앞에서 내 얘기를 하더니 훌쩍이기도 하고...
"동생이예요?"
"네"
"저는 처음 보는..."
"우리가족이 가슴으로 묻은 애니까."
"..."
"뇌종양으로 죽었어요. 발병 2달만에. 손 쓸 틈이 없었죠. 중학교 입학식 전날에 쓰러져서 결국 교복은 사두기만 했었고."
"...."
"우리 가족이 되려면 어쨌든 이 아이는 알아야하고, 그 꽃 궁금해하길래 데리고 온거예요. 마음쓰지 않아도 돼요"
"전 정말 몰랐어요..."
"모르는 게 당연한거예요. 알았다면 난 그 쪽의 정체를 의심했을걸?"
애써 가리려는게 안쓰러웠는데 난 이 동갑내기 예비신랑의 상처를 어떻게 덮어줘야하는지 몰라서 그냥 옆에 있었어. 저번에 김태형씨가 나한테 해줬던 것처럼.
"저 궁금해요. 김태형씨 동생이야기"
"이거 진짜 너무너무 귀하고 소중한 이야기라서 나만 알고 있는건데"
"나도 알고있을래요"
"그럼 나한테 뭐해줄건데?"
"글쎄요..."
"옛날에 전공했다는 무용 보여줘요. 난 저번에 연극 못봤으니까 그쪽 나오는 장면도 보여주고"
"음..."
"어떤 얘기 해줄까요?"
처음에 내가 하려던 얘기는 가부장적인 예비남편 김태형씨를 잔뜩 까내리려는게 목적이었는데.
점점 내가 마음을 열게되네.
이래도 괜찮은건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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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빨리 찾아왔습니다!
아직도 뜨거운 여러분의 성원 감사해요ㅠㅠㅠㅠ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