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빈 / 여주
그렇게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헤어졌다. 넌 언제나 그랬다.
차라리 화를 내고 나에게 따져왔으면 좋겠다.
왜 그러냐고 다그치고 짜증을 내고 화를 내기보다는 배려하고 배려해서 혼자 먼저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서로 알고 있었다. 우리는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는 걸
김한빈 성격상 죽어도 그런 말을 못할걸 아니까 내가 먼저 끝냈다. 조금의 후회와 미련이 들었고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더이상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할 일도 없고 기자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일도 없다. 끝이다. 지긋지긋한 비밀연애도 지칠대로 치진 우리도 모두 끝이다.
보통 헤어지면 그동안의 시간을 정리하고 둘만의 추억을 정리한다고들 한다. 근데 이건 뭐 정리 할 것도 없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3년을 만나면서 그 흔한 사진 한장 남긴 적 없다.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같이 찍은 사진도 하나 없었다. 데뷔하고난 후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더 인적이 드문곳으로만 갔고 새벽에 잠깐 얼굴보는게 다였다. 차안이나 개인 작업실에서만났고 둘이서 손을 잡고 길을 걸어본 적도 없다.
좀 더 신경썼어야 하는데,, 데뷔 전에 WIN 이랑 MIX&MATCH 하면서 너무 지쳤고 데뷔준비하면서는 한두달안에 거의 5~6 곡을 작업하면서 점점 더 너와 멀어졌다. 그렇게 바라던 데뷔앨범이라서 욕심이 계속 생겼고 그래서 작업실에 쳐박혀서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잘 시간도 없는데 연략 할 시간은 당연히 없었고,, 데뷔하고 나서 8개월 정도가 더 지났는데 그동안 얼굴본게 열번도 안된다. 그래서 니가 지칠대로 지쳤겠지.
헤어지고 나서도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연락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었고 매일 데이트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니가 없다고 해서 변하는건 없었다. 웃기지만 우리가 헤어지고 남은건 같이 먹었던 음식사진 밖에 없었다. 핸드폰 가득 너랑 먹었던 아이스크림 사진 밖에 없다. 입맛이 애기 입맛이라서 밥은 안먹어도 아이스크림은 꼭 먹어야 하는 너 때문에 또 우리는 새벽에 잠깐잠깐 만난게 전부였으니까. 데뷔하고 나면 더 만나기 어려울것같다는 니말을 듣고 어느정도 짐작했지만 한두달에 한번씩 만날때도 괜찮았다. 그런데 자꾸 변하는 니가 이렇게 계속봐서 뭐하나 싶은 생각을 들게 했다. 문자도 톡도 답장이 없고 만나면 미안하다 사과만 하고 그것말고는 서로 할얘기도 없어졌다. 점점 더 내가 너를 힘들게 하는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내가 너를 망쳐놓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니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와서 내가 할 수 있는건 없다. 다시 연락 할 수도 없고 ... 그래서 너에 대해서 우리에 대해서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었다. 주변에서는 이별했냐고 왜 요즘 노래 분위기가 다 우울하고 이별 내용밖에 없냐고들 물어오고 멤버들은 어떻게 헤어지고 나서 노래를 더 잘 뽑아 내는거 같다며 장난을 쳐온다. 그만큼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있다.
니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뭐하며 지내는지는 알고 싶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TV를 틀면 나오는 너였고 포털사이트 메인에 항상 너에 대한 기사들로 가득하니까. 귀를 닫고 눈을 감고 너에 대한 말들을 무시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참 웃기다. 예능에 나와서 연애담을 늘어놓는 너를 보고 있으면. 넌 아무렇지 않은건지 이런일이있었고 저런일이 있었다며 사람들과 웃고 떠든다.
새 앨범 홍보를 하러 예능에 나갔더니 어김없이 노래에대한 설명으로 시작해서 연애사를 물어본다. 최근에 이별을 했고 그래서 쓰게된 곡이라고 있는 그대로 말했다. 지금 당장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게 되겠지. 그럼 너도 보게되고 듣게 되겠지 이 노래를.. 니가 꼭 들었으면 좋겠다. 듣고 아직도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다고 보고싶다고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공허해 라는 곡은 정말 최근에 제 감정들을 담아낸 곡이구요. 스포일러 라는 그 헤어진 예전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그 친구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고 만든 곡이에요."
너의 모든 행동 속에 우리의 끝이 보여.
끝까지 봐야 할까? 지금 떠나야 할까?
요즘 자주 보는 너의 옆모습.
넌 한숨을 쉬고 넘쳐 솟는 정적에 잠기는 나.
예전보다 바쁜 생활.
연락이 드문 날들과 마지못해 하는 대화.
우리, 시작에 했던 많은 약속들 바빠서 잊은 건지.
아님 벌써 잊기 바쁜 건지.
애써 아닌 척 하지만 난 알고 있어.
어쩌면 내가 내 헛된 판타지에 널 가둬 둔건지도.
맞지 않는 배역에 너 역시 내게 맞춰 준건지도.
그 뜨거웠던 지옥보다 못한 이 식어버린 감정의 연옥.
난 끝이 보여.
너의 차가운 눈빛과 말투가 스포일러.
너의 모든 행동 속에 우리의 끝이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