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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시간을 달리는 소녀 ost - 변하지 않는 것

 

[타쿠야]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인스티즈

 

 

 

 

 

*

 

 

 



"탁구 너 뒤졌어 진짜. 이리 와 빨리."

"너 저번에 내 돈 가져간 걸로 쌤쌤하자니까?"

"너네는 그만 좀 싸우라고! 내가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겠다."

"김탁구가 필기 안 돌려줘서 화학 망쳤다니까? 지만 잘 보면 다야?!"

"시험도 끝났잖아. 그냥 네가 참아라."

 

 

저 자식을 확 그냥. 예쁘게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어요. 그저께 '오빠도 공부 좀 해보자' 라며 내 노트를 낚아채가고 주인한테 노트는 돌려주지도 않고 혼자 열심히 외우셨나본지 잘 봤다며 내게 자랑을 하는 게 아닌가. 공부는 개뿔, 축구밖에 모르는 놈이.

 

 

 

 


타쿠야는 축구부다. 그 것도 주장이고, 어디서나 그렇 듯 축구부는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주장인 타쿠야는 축구부 내에서 당연히 인기가 제일 많았다. 주장이라는 특이사항 말고도 타쿠야만 가지고 있는 특이사항인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점도 눈길을 끌어서일 것이다. 꼴에 운동 좀 한다고 왜 저렇게 쟤 좋다고 따라다니는 애들이 많은 건지. 이성열처럼 좀 착하거나 공부를 잘한다거나 그러면 이해를 좀 하겠는데. 쟤랑 같이 다녀보질 않아서 여자애들이 뭘 모르는 거라니까? 뭐, 인정하긴 싫지만 저 둘은 인기가 꽤 많다. 그렇다고 물론 내가 인기가 없다는 게 아니라!

 

 

 

 

타쿠야와 이성열, 나는 언제나 붙어다닌다.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붙어다니니 여자인 나는 조금 안 좋은 눈길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새학기가 되고 저 놈들과의 인연의 시작은 딱히 좋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타쿠야와의 인연의 시작이. 옆자리 짝이 된 후 하루가 멀다하고 사소한 것들로 투닥거렸던 타쿠야와 나는 언제나 반장인 성열이 덕분에 싸움을 그쳤고, 그 싸움은 미운 정으로 변했다. 또 그 싸움을 미운 정으로 승화시켜준 성열이는 그 '미운 정' 제공자들인 우리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이젠 우리가 떨어진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아, 타쿠야 진짜 싫어!"

"노래방 가자며. 싸우지 말고 노래나 부르러 가지?"

"그러고 보니까 ㅇㅇㅇ씨 아이유는 그냥 바르는 가창력 좀 보고 가야겠는데."

"입만 살았지 아주."

"이왕 인생 살아갈 거 웃으면서 살면 좋지, 안 그러냐?"

 

 

 

꼭 저렇게 마지막에 뭐라고 더 못하게 기분 풀어주는 것 때문에 더 쏘아붙일 수도 없고. 어, 잠깐. 노래방 가려면 돈이 있어야 되는데 지갑을 집에서 안 갖고 왔다.

 

 

 

 

 

"...나 집 갔다 와야겠다."

"또 왜?"

"돈 안 가져온 것 같아."

"후, 여기 있을테니까 빨리 갔다와."

"자전거 타고 가니까 금방 올거야. 미안!"


 

 

 

끌고 가려고 했는데 급해서 안되겠다. 아침에 엄마가 자전거 브레이크 고장났다고 했는데 괜찮겠지, 아침에도 자전거 타고 학교 왔으니까. 가다가 브레이크 쓸 일이 있기나 하겠어. 왜 하필 오늘 지갑을 안 가져왔냐고! 난 태생적으로 운이 나쁜 게 틀림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자전거 타니까 느껴지는 내 볼을 살살 간지럽히는 바람도 좋고, 크고 작은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도 좋고, 무엇보다 시험 끝난 오늘이란 날이 제일 좋다. 아직 자전거로 더 달리고 싶은 마음에 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평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대신 다른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날씨 좋다."

"학생! 조심해!"

 

 

 

조심하라니, 나? 상황을 파악하고 앞을 봤을 땐 이미 늦었다. 차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달려왔고, 브레이크가 고장나버린 내 자전거도 멈출 줄을 모르고 내리막길을 계속 달렸다. 이제 차의 머리와 나는 부딪히기 일보직전이었다. 왜 브레이크가 고장났다던 엄마 말을 무시하고 이걸 타고 온걸까. 이제 나도 죽는구나, 싶어 눈을 질끈 감고 아까까지만 해도 행복했던 오늘이 멈추길 바라고 또 바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멈춰, 제발!

 

 

 

 

 

그 때였다.

알 수 없는 빛에 휩싸여 오직 나만 밑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강해지고 피가 역류하는 것처럼, 진공인 공간에 온 것처럼 귀도 먹먹해졌던 게.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자,

 

 

 

 

 

 

 

-

 

 

 

 

 

 

"뭐해, 시험지 안 돌리고?"

"...?"

"빨리!"

 

 


 

...뭐야, 이건 아까잖아. 깊은 잠에 빠져있다 갑자기 확 깬 것처럼 머리가 아팠다. 얼떨결에 앞에서 내 쪽으로 넘겨진 시험지뭉치를 멍하니 바라보다 뒤로 넘기고, 이마에 손도 짚어보고 볼도 꼬집어봤지만 상황은 그대로였다. 난 분명히 방금 시험을 끝내고 노래방 갈 돈을 안 가져와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다가 차에 치이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탄 상태로 넘어졌고,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 그리고, 이상한 빛에 빨려들어갔더니 아까의 시험 볼 때로 돌아왔다. 이게 무슨 일이래, 일단 더 깊은 생각은 조금 이따 생각하고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시험지를 푸는 것 이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시험 잘 봤냐?"

"...아, 아프잖아!"

"나 화학 진짜 잘 봤다. 나 좀 멋있지. 아마 너보다 잘 봤을 거다."

"……."

 

학교가 끝남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타쿠야는 가방을 싸는 내게 달려와서 등짝을 때리고선 어깨에 손을 두르고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으며 떠들기 바쁘다. 시간이 거꾸로 돌려진 탓에 시험을 봤던 마지막 교시는 예상대로 만점이었다. 아까 가채점을 했을 때 틀렸던 문제들의 답을 모조리 고쳤으니까. 엄청나게 양심이 찔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뭐지, 이거.

 

 

 

 

 

 

 

"노래방 가자며. 싸우지 말고 노래나 부르러 가지?"

"그러고 보니까 ㅇㅇㅇ씨 아이유는 그냥 바르는 가창력 좀 보고 가야겠는데."

"……."

"이왕 인생 살아갈 거 웃으면서 살면 좋지, 안 그러냐?"

 

 

 

아까와 완전히 똑같다. 말까지.

 

 

 

"나 돈 안 가져와서 그러는데 다음에 가면 안돼? 너네 기다리기도 귀찮을거고."

"뭐? 나 아침에 목도 다 풀고 왔는데?"

"아, 내일 유진이 만나기로 했는데. 정 그러면 내일 가던가."

"잠깐. 너 걔랑 사귀기로 했냐? 나랑 ㅇㅇㅇ은? 야, 얘 이유진이랑 사귄대!"

"그건 나중에 말하고 진짜 미안. 그리고 나 지금 급한 일 생겨서!"

 

 

 

 

 

 

지금 이성열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사건이 나한테 일어났다니까! 궁금해서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인 이 상태로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논다는 건 힘들 것 같다. 자전거에 올라타려다 아까의 사고 직전의 모습이 생각나 결국 무거운 자전거를 낑낑대며 끌고 집까지 전력질주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에 검색해 본 건 '타임리프'. 예전에 초등학교 다닐 때 도서관에서 빠져들 듯이 읽었던 두껍고 왠지 느낌도 쎄하던 신기한 책. 그 책에서 타임리프에 대한 내용을 보고 혼자 신기해서 밤에 잠도 못 이루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신기한 걸 내가 지금 했다는 거잖아.

 

 

 

 

 

생각보다 타임리프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지식인에서 헛소리하는 사람만 숱하게 봤을 뿐. 상심하고 침대에 뻗어 곰곰히 생각해 얻은 결론은, '간절하게 되돌리고 싶어하면서 어딘가에 부딪혀야 시간을 돌릴 수 있다'였다. 이유는 몰라도 꼭 부딪혀야 타임리프가 되는 게 틀림없다. 아마 이 공간과 몸을 세게 부딪혀서 진동을 일으켜야 되는 것 같았다. 웃기지만 이게 아니면 이 괴상한 일의 마땅한 원인이 없으니까. 아아, 생각할 수록 골 때리네. 그렇게 밤새 침대 위를 굴러다니며 생각하다 밤이 흘렀고, 잠이 들었다.

 

 

 

 

 

 

 

-

 

 

 

 

 

 

 

"에이, 꿈이겠지."

"진짜라니까?"

"아씨, 나 또 지각했네. 그런데 둘이 뭔 얘기를 그렇게 하냐."

"야야, 김탁구. 이거 진짜 진지하게 들어줘야 돼. 알았지?"

"뭔데?"

 

 

타쿠야도 이성열처럼 듣자마자 빵 터지면서 날 비웃을 게 뻔하다. 또 몇 날 며칠은 계속 놀리겠지. 그래도 이 엄청난 얘기를 혼자 묻어두면서 고민할 순 없고, 얘한테라도 꼭 말해야 속이 좀 더 풀리겠다 싶어 어제 있었던 일을 모조리 쏟아냈다. 시간을 돌렸기 때문에 내 시험이 만점이었다는 것도, 내가 급한 일이 생겼다고 했던 말도 이 것 때문이라고. 난 선택 받은 사람이 틀림 없다는 등 온갖 비웃음 사기 쉬운 말도 포함해서.

 

 

하지만, 얘기를 듣고 난 타쿠야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

"거짓말 아니고 진짜야, 이거!"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왜 그래? 화났어?"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신경 꺼라."

 

 

오늘따라 이상하다. 쟤가 저렇게 정색할 애가 아닌데.

 

 

"오늘 김탁구 컨디션 안 좋나보지. 한 달 있으면 중요한 경기 하잖아."

"...그런가."

 

 

 

 

 

이성열은 타쿠야 기분이 금방 풀릴 거라 생각했는지 별 생각 없이 매일 학교가 끝나자마자 연습할 게 있다며 쏜살 같이 달려나갔다. 나도 처음엔 그럴 줄만 알았는데 이상하게 요즘 이성열과 나를 피하질 않나. 그렇게 오래 기다리고 기다리다 여름방학을 하루 앞둔 오늘은 꼭 따져야겠다, 하는 마음에 또 인사도 없이 혼자서 가버린 타쿠야를 쫓았다. 그러나 혼자 있을 줄 알았던 타쿠야는 복도에서 축구부 경기가 끝날 때마다 타쿠야에게 수줍게 물병을 내밀던 1학년 후배와 같이 서있는게 아닌가. 분위기의 흐름을 대충 봐선 후배가 아무리 봐도 엄청난 말을 할 것 같은데. 이러면 나쁘다는 건 알지만 몸은 머리를 따라주지 않는다. 도대체 저 후배라는 여자애가 타쿠야한테 무슨 무게 있는 말을 할까하고 복도 코너 뒤로 몸을 숨겼다.

 

그렇게까지 해서 듣고만 그 말은,

 

 

 


"좋아해요."

 


좋아한다고? 누구를, 타쿠야를? 정말? 저 자식이 진짜 저렇게 인기가 많았어? 축구 좀 잘한다고? 도대체 김탁구가 뭐가 좋다고 저러는 거야. 아, 뭔가 짜증나. 서운해. 답답해. 확 막힌 기분이야. 평소에 고백 자주 받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눈으로 보니 묘하다. 왜 들었지. 이런 얘기일 것도 대충 예상했으면서 왜. 그렇게 잘 들리진 않지만 중얼중얼 들려오는 둘의 목소리에 혼자 열불내다가 타쿠야가 대화를 끝냈는지 이 쪽 코너 뒤로 온다.

 

 

 

 

"……."

"...너 아직 안 갔ㅇ.. 뭐야. 어디 아프냐? 표정이 왜 그래."

 

 


내가 지금 왜 이러는건지. 왜 화가 나는지 이유도 모른 채 뒤돌아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뒤에서 내 이름을 계속 부르는 타쿠야 자식도 제쳐두고. 나 지금 왜 화나는건데? 저 후배가 타쿠야한테 고백해서? 둘이 잘 되서 애정행각이나 피워댈까봐? 그냥, 그냥 혹시 우리 셋이 멀어질까봐. 하지만 생각은 이렇게 해도 미묘한 마음이 숨어 있었다. 나도 날 모르겠어. 이성열이 여자친구 생겼다고 했을 때는 별 감흥도 없었는데 정말 미운 정 때문인가 더 섭섭한, 왠지 모를 불안감에 방금 들은 말을 없던 일로 하고 싶었다. 그래도 내가 뭐라고 소중한 내 친구의 연애사에 이런 몹쓸 생각을 하나.

 

 

 

 

미안, 딱 한 번만 되돌릴게.

 

 

 

 

 

 

 

-

 

 

 

 

 

 

계단에서 뛰어내려 한바탕 구른 후 다시 눈을 뜨자 역시 내 예상대로 막 학교가 끝난 아까로 돌아가 있었다. 계단에서 뛰어 내렸을 때 생긴 상처도 없었다. 지금 타쿠야를 붙잡고 어떻게 해서든 물어봐야 돼.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이 날 옥죄고 있었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타쿠야."

"왜."

"잠깐 얘기 좀 해."

"피곤하다고 했잖아. 먼저 간다."

"같이 가, 그럼."

"...미치게 하네, 진짜."

 

 

 

 

 

 

지금의 타쿠야는 정말 평소와 다르다. 한숨을 내쉬고 내 눈을 뚫어져라 보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내 손목을 붙잡고 눈을 감는다.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막힌 듯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슬며시 눈을 조금 떴을 땐 타쿠야와 나를 새하얀 빛이 감싸고 있었다. 이 빛, 분명히...

 

 

 

 

 

 

-

 

 

 

 

 

 

눈부심 속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 내가 있었던 곳은 셋이 자주 가던 우리 집 근처에 위치한 강가였다. 그렇다면 지금 타쿠야가 그 빛을 써서 날 여기로 데려온 걸까. 그 말은 즉,

 

 

 

 

 

 

"내가 미래에서 왔다고 하면 믿겠어?"

"...너 설마."

"그래, 나 이 시대에 사는 사람이 아니야. 너가 얼마 전부터 타임리프 하게 된 것도 알고 있었고. 난 일반인들이랑 시간의 흐름 자체가 다르거든."

"거짓말..."

"넌 나 때문에 타임리프를 하게 된 거야. 내가 '원래 나의 공간'에 돌아가야 할 때를 지키지 않으면 나랑 제일 가까운 사람들 중 한 명이 그 능력을 이어 받게 돼."

"……."

"그리고 능력을 받는 사람은 능력을 주는 사람과 자주 접촉하게 되면 신체적으로 무리가 많이 오게 되고."

"그럼 일단 넌 지금 돌아가야 된다는 소리야?"

"...나중에 말하려고 했었어. 언젠간 돌아가야 하니까."

 

 

 

 

 

이제야 모든 게 앞뒤가 완전히 맞아 떨어졌다. 내가 타임리프에 대한 말을 했을 때도 왜 말이 없었는지, 왜 요즘 성열이와 나를 멀리 했는지. 전부 다.

 

 

 

 

 

"난 시간여행을 하다 사고로 작년 여름 쯤에 이 시대로 떨어져버렸어."

"...타쿠야."

"내가 사는 미래엔 몇몇 소수가 시공간을 마음대로 오고갈 수 있거든. 그 중 하나가 나고."

"……."

"사고로 와버린 곳인데 이 시대에서 너랑 이성열을 만난 뒤로 여기가 좋아졌어. 너희를 알게 됐으니까. 그래서 안 떠났던 건데."

"……."

"어떻게 이 곳에서 버티다보니까 학교에서 축구부 주장이란 것도 해보고, 고백도 받아보고. 분에 넘치게 즐거웠었으니까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어."

"왜..."

"그런데 이젠 갈 때가 됐나, 몸도 나빠지고 의식도 점점 흐릿해져."

 

 

 

 

 

난 끝까지 바보였다. 그런 타쿠야의 사정도 모른 채로 무작정 타쿠야 탓으로 돌리고 미워했었다. 지금 듣는 이야기가 전부 거짓말이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도 이미 바꿀 수 없는 지금이 되어버렸다. 한참 고개를 떨구고 있다 타쿠야가 헛기침을 해대며 괜한 머리를 긁적이며 분위기를 바꿔보겠다고 말을 꺼냈다.

 

 

 

 

 

 

"아, 맞아. 나 솔직히 너 그 때 만점 받았던 거 엄청 미심쩍긴 했다."

"나 그렇게 공부 못하진 않거든?"

"내 촉 하나도 안 틀리다니까. 딱 그 때부터 너가 타임리프를 하기 시작하더라고."

"...만약에."

"어?"

"만약에 내가 타임리프만 안 하게 됐어도 너 보낼 일 없었을까."

"뭐야, 너 이제 보니까 완전 어린 애잖아 생각이. 안 해도 난 갔을걸."

"...왜?"

"왜긴 무슨. 너랑 이성열 둘이 나 대신 공부 다 해먹으라고 하려고 그러지."

"거짓말."

 

 

 

 

그 뒤로 한 동안 우린 아무도 말이 없었다. 풀밭이 잔잔히 휩쓸리고 강물이 맞닿는 소리만 들릴 뿐. 하늘은 저리도 기쁜 듯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데 왜 난 너를 파랗게 보내야 할까.

 

 

 

 

 

"타쿠야."

"왜."

"김탁구."

"어, 말 해."

 

말하고 싶다. 말해야 했다.

 

 

 

 

"아무래도 나 전부터,"

"좋아해."

 

 

 

 

눈물 한 방울이 눈 끝에 맺히고 툭 떨어졌던 그 때, 노을을 배경으로 타쿠야와 잊지 못할 입맞춤을 나눴다. 뭐가 그리 아쉬울까, 서로를 안고 있는 팔과 맞닿은 입술은 한 순간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떨어질 줄을 몰랐고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놔줄 줄을 몰랐다. 입가에 닿은 눈물은 독약처럼 쓰디썼다. 지금 나에게 닿는 너는 이리도 생생한데. 그래,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겠구나. 여기가 끝이 되겠구나.

 

 

 

 

 

 

"아낌없이 좋아했고 행복했어. 널 만나서 후회한 적도 없었어."

"너 지금..."

"기억해줘, 미래에서 기다릴게."

"...아,"

 

 

 

가버렸다. 내 눈 앞에서 믿기 힘들게. 타쿠야는 천천히 부서져 내리는 것처럼, 고운 모래가루가 흩날리는 것처럼. 그렇게 사라졌다. 완전히. 그 애가 사라지고나서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도 당연하게 나만 빼고 모두가 웃으며 이 곳을 지나간다. 너에게 끝내 전해주지 못한 좋아한다는 말을 못한 것을 후회하며 시간을 돌리고 싶어 아무리 넘어지고 쓰러져봤지만 늘어가는 것은 몸 여기저기의 상처밖에 없었다. 나만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이성열이랑 자기 경기 꼭 보러오라고 했으면서 보러 가지도 못하게 됐잖아, 나쁜 놈아.

 

 

 

 

 

 

"가지마.., 제발.."

 

애타게 불러봐도 넌 돌아오지 않았다.

 

"제발, 타쿠야.."

 

 

 

 

흐느끼며 미친 사람처럼 너가 아까까지 서 있었던 곳에 손을 휘저어봐도 야속하게도 손에 닿는 것은 없다. 떼써봐도, 매달려봐도, 흘러가는 강물에게 화풀이를 해봐도 내게 너와의 이별을 꾹꾹 각인시키려는 듯, 쌀쌀한 바람만 손에 와닿았다. 나는 너를 정말 놓아줘야만 했다.

 

 

 

 

 

 

 

 

타쿠야를 보냈던 그 날의 하늘은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하늘 중 가장, 제일 예뻤고 눈부시게 찬란했던 걸로 기억한다.

 

 

 

 

 

 


+ 외전-1 (외전-2와는 별개)

 

 

 

 

 

"그래서 나 오늘 담임한테 엄청 혼났다니까. 나 불쌍하지."

"……."

"요즘 다 재미 없어, 하나도. 너는 갔고 이성열은 여자친구 만나느라 난 뒷전이고."

"……."

"나 어쩌지. 아직 너 없는 거 적응 안됐거든."

"……."

"재밌냐? 재밌어? 거기 나보다 예쁜 여자 널렸냐?"

"……."

"실컷 만나서 놀아라. 나 너보다 잘생긴 남편 만나서 애도 낳고 잘- 살다가 너 보러 갈거거든?"

"……."

"...나 완전 궁상맞네."

 

 

 

너와 이별했던 그 강가. 예전과 다른 건 하나였다. 너가 없다는 것. 이 곳에서 늘 같이 떠들었던 사람인 너가 없다는 것. 남는 건 내 머리에 새겨진 추억 밖에 없구나. 그 때처럼 그 강가에서, 그 때처럼 노을이 진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허공에 말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너 없으니까 좀 친구 없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대답같은 거 안해도 돼, 난 그냥."

"……."

"...보고 싶어, 타쿠야."

 

 

 

 

 

눈물은 요즘 왜 이리 자주 나오는지 어쩌면 네 말대로 난 나이만 고등학생인 애일지도 모르겠네. 고인 눈물들을 가디건 소매로 쓱쓱 닦고 먼지를 털며 일어났다. 매일 너 때문에 울면서 지낼 순 없잖아. 이왕 인생 살아갈 거 웃으면서 살면 좋지, 안 그래? 예전에 네가 질리도록 말했는데. 울다가도 즐거웠던 예전이 생각나 자꾸만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하여튼 남은 정은 나한테 다 떠맡기고 갔다니까.

 

 

 

너가 있는 미래로 금방 갈게, 달려갈게.

+ 외전-2 (외전-1과는 별개)

 

 

 

 

"이성열 파이팅!!!!!"

"귀청 떨어지겠다. 너 자꾸 이성열만 응원할래?"

"아무튼 남자친구 잘 챙기는거 하나는 인정. 쟤랑 나랑은 그냥 친구라니까?"

"그래도 불안하잖아. 너희 친한 거 누가 몰라."

"알았어, 알았어. 너가 상상하는 그렇고 그런 사이 절대 될 일 없네요. 나 이제 나가서 기다릴게, 목도 마르고 볼 만큼 봤다."

"응, 집 가서 카톡해!"

 

 


성열이는 여름방학 직전에 주장이 중요한 오늘의 경기를 앞두고 유학 때문에 해외로 가게 돼 한 자리가 비게 된 축구부에 뒤늦게 들어갔고, 들어가자마자 그 동안 학교가 끝난 후에도 남 몰래 연습해오며 쌓은 실력을 보여줘 당당히 주장이란 자리에 올랐다. 내 우려와는 달리 축구부에 들어가서도 다른 부원들과 금방금방 친해졌다. 그리고 나도 성열이 여자친구와 많이 친해졌고. 솔직히 축구부에 들어가고 예전처럼 나랑 있는 시간은 줄은 건 사실이지만 별로 섭섭하진 않았다. 오늘 경기만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로 약속 했으니까. 며칠 전부터 골을 꼭 넣을거라며 다짐하더니,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더니 정말 한 골을 터뜨리고 지금은 팀을 언제나 승리로 이끌고 있다-, 이 쯤이 요즘 우리의 근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신경쓰이는 게 딱 한가지 있다면 성열이를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성열이가 좋아지려 한다는 그런 뻔한 기분은 절대 아니었다. 그 이상한 기분은 성열이가 축구부에 들어가 주장이 되고난 후부터였다. '축구부'하면 자꾸 누군지도 모를 어떤 사람이 생각나려고 한단 말이지. 뭔가 생각나려고 하다가도 마는데, 성열이와 그 누군가와 자꾸 겹치게 떠올려진다. 갑자기 슬퍼진다 해야 하나. 지금까지 축구부에서 아는 사람은 성열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새삼스레 왜.

 

 

 

 

 

 

 

 

 

"축하해! 이거 엄청 중요한 경기였잖아. 난 우리가 이길 줄 알았어."

"내가 골 넣는다 했잖아. 내 골 봤어?"

"당연히 봤지, 유진이는?"

"시원한 것 좀 사온다고 잠깐 편의점 다녀온대. 너 이제 가야되지 않나? 7신데."

"커플 꼴 보기 싫어서 가봐야지. 월요일에 봐!"

 

 

 

 

정말 쟤네만 보면 욕이 목까지 올라온다니까. 나도 빨리 남자친구를 만들던가 헤어지라고 빌던가 해야지. 카톡을 열나게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다가 집 근처 강가에 다다르자 또 심장이 괜히 찌릿하다. 요즘 왜 이러는 거야, 기분 나쁘게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가려 발을 떼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붙잡는다.

 

 

 

 

 

 

"저기요."

"네?"

"이거, 떨어뜨리셔서."

"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구 보려고 이 동네 잠깐 왔는데 다행히 잘 지내고 있어서 기분 좋네요. 이제 속 시원하다."

"...그걸 왜 저한테."

"그냥, 이제 다시는 이 동네 올 일도 없을 것 같아서. 그럼 그 쪽도 아프지 말고 잘 지내세요."

 

 


 

뭐야, 좀 이상한 사람이네. 엄청 낯이 익는데, 어디서 봤더라? 한참 멈춰서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그래봤자 어차피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 뭔 상관이야. 그래도 고작 사진인데 주워준 것도 고맙게 여겨야지. 주머니에 예전부터 들고다니던 사진을 깊게 꽂아넣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 사진 원래 나랑 성열이만 찍었던가, 누구 한 명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

이 것도 정~말~ 오래 전에 써뒀던 글인데요ㅋㅋㅋㅋㅋㅋ 인물만 바꿔두고 보니까 여기저기 손 볼 곳이 많네요 지금 보니까 흡흐뷰ㅠㅠ.. 너그럽게 받아주셔요ㅜㅜ

시달소 제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라 이번 주말 밤은 시달소로 보내야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치아키ㅠㅠㅠㅠㅠㅠㅠ

 

비정상회담 기미가요 건 때문에 글 잠깐 쉬어가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아요!

저는 '비정상회담'이란 틀 때문에만 G11을 좋아하지는 않는 거니까. 물론 엄격히 다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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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 인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허유유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사랑합니다!
9년 전
한가인
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어이쿠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제가 더 사랑해요 아시죠^♥^!? 유얼 마이 에너지ㅠㅠ 감사하고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당!
9년 전
독자2
기억을 잃지 않고 간직하거나 잃거나 둘다 너무 좋아요ㅠㅠ 타쿠야 이미지랑 항상 잘 맞는 이야기들 써주셔서 감사해요!!! 늘 잘 보고 있어요 :)
9년 전
한가인
늘 봐주고 계셨나요ㅠㅠ 헝헝 감동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 타쿠야 이미지는 마냥 나대는..?ㅋㅋㅋㅋ게 아니라 그런가 써도 잔잔한 것 밖에 안 써지더라구요ㅜ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좋은 하루 되세요 사랑합니다~♥
9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 신알신 뜨자마자 완전 헉 했네요!! 저도 그 영화 보면 탁구구생각나고 그래요 ㅠㅜㅠㅠ 작가님 글 너무 예뻐요 ㅠㅠㅠㅠ
9년 전
한가인
신 to the 알 to the 신 ㅠㅠㅠㅠㅠㅠㅠ 해주셨군요ㅠㅠ 이렇게 감사할 수가ㅠㅠㅠㅠ
어느 분인지 구별을 할 수가 없어서 너무 슬퍼요 흡..
시달소 분위기 너무 좋아요ㅋㅋㅋㅋㅋ 제 취향저격 탕탕!
휴ㅠㅠㅠㅠ 제 글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는거 알죠?♥.. 좋은 저녁 되세요!

9년 전
독자4
헐...시달소 영화 봐야겠어요...
두번째 외전 너무 슬프다ㅠㅠ

9년 전
한가인
네네ㅠㅠ 강추드리는 영홥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에 하나라..ㅋㅋㅋㅋ
보면 힐링되고 참 좋습니당ㅠㅠㅠㅠ 반하실거에요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사랑합니다~♥

9년 전
독자5
헐 세상에ㅔ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으아아ㅏㅜㅜㅜㅠㅠㅠㅠㅠ탁구야ㅑㅜ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한가인
타쿠야 the love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분위기에 참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하.. 심장강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 좋은 하루 되시고 제 사랑 받으십쇼!♥

9년 전
독자6
아너무좋아요진짜ㅠㅠㅠㅠㅠㅠ시달소진짜좋아하는데....와....딱타쿠야.....와..........치아키.......타쿠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
9년 전
한가인
그쵸ㅠㅠ 시달소 진짜 좋아요 치아키랑 타쿠야랑 싱크 좋은 듯 해요ㅋㅋㅋㅋㅋ 굿굿!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도 사랑합니다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7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타쿠야 ㅠㅠㅠㅠㅠㅠㅠ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한가인
울지말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타쿠야랑 치아키랑 너무 잘 어울려요 진짜.. 눈물..ㅠㅠㅠㅠ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ㅋ 좋은 저녁 되시길!
9년 전
독자8
글이 주는 여운때문에 말이 막히네요......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걍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부탁할게요...♥
9년 전
한가인
저 지금 진짜 감동 받았어요ㅠㅠㅠㅠㅠㅠ 늘 제가더 감사합니다ㅠㅠ 이런 분들이 제 글 봐주신다는것 자체가 너무 과분한 일인데요 뭘..ㅋㅋㅋㅋㅋㅋ 저도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사랑합니다~
9년 전
독자9
저 방금 눈물이 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ㅠㅠㅠㅠㅠㅠㅠ 아... 아아...
9년 전
한가인
어휴 고맙습니다ㅠㅠㅠㅠㅠ 몰입 해주시는 거 너무 좋아요 진짜.. 그만큼 집중 해주셨단 거겠죠ㅋㅋㅋㅋ! (♥) ㅠㅠㅠㅠㅠㅠ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밤 되세요 사랑합니다~
9년 전
독자10
ㅠㅠㅠㅠㅠㅠㅠ진짜 좋아여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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