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니가모르게감아
1.강하늘
처음엔 그냥 잘생긴 외모 때문에 눈이 갔다
과하지도,부족하지도 않은 그의 깔끔한 외모는 나뿐만이 아닌,
뭇 여학생들의 마음을 앗아가기에 충분해보였다
그와 일말의 말이라도 섞어보려 학생회장인 그를 따라 학생회조직 서기로 들어갔고,
간간히 학생회소집이 열릴 때마다 고대하던 그와의 짧은 대화만이 조금씩 이루어졌다
아무렴, 그것만으로도 그를 짝사랑하는 열렬한 내 마음은 풍선처럼 터질 듯 부풀어올랐다
“안녕하세요”
날카롭고도 선해보이는 그의 눈매와 길고 가지런한 속눈썹은 오늘도 참 곱다
“어서와, 오늘 안건은 뭔지 알지?”
오늘 따라 더 어수선한 학생들을 능숙히 정리하며 그는 조금 피곤한지 나지막히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바르고 착해보이기만하는 얼굴과는 달리 저렇게 들릴 듯 말듯한 욕설을 내뱉을 때의 그를 보며
나는 새삼스럽게 그가 섹시하다고 느낀다
평소 회의 때마다 나의 오른쪽에 앉던 그는, 오늘은 왜인지 나의 왼쪽에 자리잡는다
적응할 때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신선하게 퍼지는 그의 은은한 비누향이 오늘따라 더욱 향기롭다
“오늘 안건은 ‘교내 연애금지’입니다 한 명씩 입장 발표해주세요"
처음 나온 안건도 아닌데 오늘 따라 간부들은 의견이 분분했고, 그 중 단연 돋보이는
학생회장인 그의 반대 의견은 기어코 연애금지조항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그 때,
탁상 아래로 한가한 나의 왼손을 천천히 감아오는 커다란 그의 오른손
점점 더 포개어지는 차가운 그의 손과 긴장한 듯한 나의 손은 점점 뜨거워지고, 내가 급히 손을 빼려 하자,
그는 놀리는 듯 나의 손아귀를 더 꽉 죄어온다
내가 놀라 아무말 못하고 그의 눈을 쳐다보자, 그의 해맑은 눈은 반달처럼 예쁘게 휘어진다
그는 여유로운 듯 꽤나 모순적인 이 상황을 즐기는 듯 보였다
“왜?”
태연히 왜-라고 묻는 그는, 아무도 모르게 나만 볼 수 있도록 고개를 당겨오며 비밀스러운 입모양을 그려보였다
‘재밌잖아’
그와 맞잡은 손에서는 그 후로도 그를 닮은 은은한 비누향이 맴돌아 나를 어지럽게 했다
2.공유
착각이 아닌 것 같다
아까부터 나를 쫓는 낯선 눈길은 착각이 아닌게 분명하다
내가 그 낯선 눈길을 뒤쫓자마자 그는 다시 나를 향한 눈길을 거두었다
“안녕하세요”
내 남자친구의 동창이라고 했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절친한 친구였다고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당신의 눈빛은 누가 봐도 친구여자를 보는 눈빛은 아니잖아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근데 실물이 훨씬 아름다우시네요”
당황한 듯 흔들리는 나의 눈을 보고난 후, 그는 조금 티나게 웃어보인다
쌍커풀 없는 큰 눈이 휘어지고, 작은 얼굴에 비해 큰 입도 둥글게 호를 그린다
계속해서 아른거리는 그의 표정,눈빛,목소리 아정신 없어
그러거나 말거나, 테이블 밑으로 자꾸만 닿는 그의 구두는 의도적으로 나의 신경을 훔치려는 것이 분명하다
“저도, 얘기 많이 들었어요”
나는 애써 웃어보이며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고, 돌연 회오리치는 내 속을 들키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어색하고도 불편한 긴장 속에서 우리는 식사를 간신히 끝마쳤고,
그 즈음 나의 운동화는 완전히 그의 구두 사이에 갇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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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나와 남자친구는 그와 인사를 나누었고,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그는 나에게 한 걸음씩 다가온다
그가 내딛어오는 발 걸음 하나에, 시원한 향수 냄새와
발걸음 둘에, 알싸한 담배향기가 뒤섞여 묘하게 어우러진다
무심한 듯 뇌쇄적인 그와 잘 어울리는 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노골적인 그의 눈빛은 마지막까지 나를 끈질기게 쫓으며 도망치려는 내 눈을 기어코 가둬온다
“또봐요, 우리”
그가 건넨 은근한 인사에서 따갑게 가시가 돋는 듯, 조심스럽다
허공에 퍼지는 그의 말이 귀에 박혀 다시 울리는 건, 착각이 아닌 것 같다
진심처럼 들리는 것도 착각이 아닌게 분명하다
3.이준기
한 낱 궁녀 주제에 왕이 아닌 다른 사내를 사랑한다는 것은 죄악 중 죄악이요,
또한 궐내에서 살아서 나가지 못할 운명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사내를 결코 놓을 수가 없다
“더욱 야위었구나”
궁 안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반가운 그의 얼굴을 간신히 마주할 때면,
나는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행복하다
나는 구태여 대답없이 그를 한껏 끌어 안아본다
새벽 이슬과 기쁨에 벅차 흐르는 나의 눈물이 함께 그의 옷에 배여 축축해져만 갔고,
그는 손과 턱으로 더욱 내 머리를 그의 품 속으로 당기며 서로의 빈틈을 한 움큼 더 좁혔다
“포옹만으로 족하느냐,”
혹여, 들킬까 가까이 내 귀에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는 눈물로 혼자 지샌 지난 밤들을 위로하는 듯 따뜻했고,
그는 그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하는 나를 부축하여 그와 나 사이의 작은 빈 틈을 만든다
그와 나 사이의 금지된 이 작은 빈 틈이 너무나도 기다려온 우리의 입맟춤을 위해서라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렇지 않다”
불안해보이는 눈빛으로 그가 뱉어 버린 말이 끝나기 무섭게 , 그의 붉디 붉은 입술은 급히 나의 입술을 찾는다
서로를 탐하는 입술과 입술은 쉬이 떨어지지 않을 듯 보였고, 혹여나 들킬세라
그는 그의 소매안에 나를 감추었다
그의 품 안에서 나는 진정한 그만의 여인이자, 연인이었고,
소중히 나를 품에 안는 그는 진정한 나의, 나만의 사내였다
“너를 많이, 연모한다”
서로를 그리워한 만큼 이어지는 격렬한 입맞춤은 나와 그를 더욱 애타게 만들었고,
우리는 서로를 간절히 원하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긴 강을 건너고 있었다
취중 글올림^^,,댓글감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