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은이는 피식 웃고, 때마침 온 버스를 탔다. 같이 갈래, 물었어야 했을까. 그리로 가지 말고 나와 함께 가자 손을 잡아야 했을까.
마스카라가 번져서, 아름다웠다.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잘못하는 사람은 없다. 나쁜 사람도 없다. 모든 게 허무해질 뿐이다.
고 삼이 되고 봄에 효은이가 자살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이 년 전의 여름과 가을과 겨울, 그 곳과 그 책과 그 사람들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부서진다. 깨진다. 끝나긴 했어도 남아 있었는데. 아프긴 했어도 언젠가는 웃으며 그때를 이야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젠 아니다.
깨어졌으니까 버리려고 했던 거야, 효은아.
"미안해."
"...."
"미안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렇게, 온몸이 저며지는 기분으로 서 있었다. 사람들이 뒤에서 불평하는 것도, 계산대 뒤의 직원들이 뭐라고 말하는 것도 듣지 않고서. 오직 그 애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가."
그 말이 신호가 된 것처럼 온갖 소음이 들렸다. 나는 더 이상 서 있지 못하고 밀려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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