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삶 과몰입 오타쿠가 뻐렁차서 적는 후기야ㅠㅜㅜ 아마도 시리즈처럼 길게 적을 것 같다...! 정말 주관적인 생각이고, 논리가 많이 부족한 끼워 맞추기, 혼자 정리해보려고 적은 주접성 메모글이니까 그냥 재미로 봐줘 :)
1. 침묵의 첫 등장.
10권까지의 긴 여정 속에서 <침묵>은 꽤 여러번 등장하는데, 그 첫 서술이 바로 기록보관실씬이야. 여기서 레이몬드는 제롬과 마주쳤다고 착각하고, 제롬의 목을 조르다가 침묵 속의 자신의 목소리를 깨달아.
내가 생각한 2권의 침묵은, 바로 <외면>이야.
레이몬드가 꼭대기층에서, 특히 제롬으로부터 얻은 //불우함을 애써 외면하는 방어기제//가 침묵의 세계로의 도망이었던거야.
레이몬드는 소년들에게 복수를 선포하고, 본인의 계획 하에 칼이나 주디와 밝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어. 하지만 괜찮아보이는 외면과 다르게 내면은 아주 썩어 문드러졌었겠지. 애초에 모든 학대의 흔적이 옷을 입으니 대부분 가려져 #겉만은 멀쩡해보인다#-.라는 식의 독백만 봐도 레이몬드가 속으로는 심각한 학대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는 설명은 충분해.
학대, 제롬, 꼭대기층에 대한 두려운 마음을 뒤로한 채(꼭대기층에서의 불우함을 외면한 채) 레이몬드는 그들에게 달려들어. 하지만 사실 레이몬드의 내면은 침묵 속에서 소리치고 있던 거야. 사실 난 엄청 두려웠다고. 무서워 미치겠으니까 제발,
"살려 줘!"
하고.
그래서 나는 사실상 침묵의 시작은 1권의 이 장면이라고 생각해.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목소리"가 겁먹은 레몬의 내면의 목소리, 즉 침묵 속에서 소리치는 자신의 목소리인거지! 뒤이어서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고 자신과 전혀 무관한 일로 느끼는 레이몬드의 독백이 등장해. 미약한 목소리+무관하게 느껴지는 현실이 겹쳐지니 거의 확신했어. 이 시점에서 "겁먹은 진짜 내면의 레몬"과 "달려드는 레몬"이 분리됐고, 침묵의 세계로의 진입이 시작됐구나! 라고 :)
2. 칼의 질문(1).
처음 읽었을 때는, 사건 속에 살던 레몬이 일상의 평범한 질문을 받고 어리둥절한 상태를 나타내는거라고 가볍게 생각했어(불쌍한 레몬ㅠㅜㅠ). 그런데 다시 읽어 보니 묘하더라고...!
아이스크림...? 우리 공주님 생각나지 않니?ㅠ 아이스크림은 좋아하는 제롬과, 별로라는 레몬. 상반된 취향의 부각일 수도, 가장 증오심이 넘치는 2권에서의 제롬에 대한 감상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반복 서술이 많은 작품 속에서, 이런 작은 부분들이 재미를 더하는 것 같아! 진짜 작가님이 작은 것 하나까지도 신경써서 글을 쓰셨구나 생각한 부분이었어ㅠ
여름vs겨울에서 레몬이의 초이스는 여름. 제롬은 외전에서 북극과 가까운 캐나다의 별장으로 가서 레이몬드와의 생활을 꿈꿨었잖아? 또 다시 상반된 선택이 보여져. 조금 더 들어가자면, 레이몬드와 제롬이 본편 중 가장 걱정없이 행복해 보였던 장소가 사막같은 지역의 보고타 호텔이었어!! 또 레이몬드가 제롬을 기다렸던 장소도 보고타 호텔이었지. 사막은 여름과 가장 닮아있으니, 여름을 좋아하는 레몬의 설정과 제레의 감정선이 겹쳐보였어.
~칼의질문(2)로 이어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