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나간 기운을 백지에 적셔 한 편의 시를 그리려해도, 그 무기력함마저 무색무취라 그 손짓이 헛수고인 날. 고인 입김의 축축함에 녹아버린 종이가 아깝기 그지 없다. 그러나 그 감정을 하염없이 흘려보내자니 시간에 쓸려내려가는 내 것들이 눈에 밟혀 불안하다. 눈을 감을수록 선명해지는 어린 나의 기대와 어제의 내 믿음이 오늘의 나를 탓하고, 나는 그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 한다. 그렇게 까만 밤하늘을 까매진 마음의 재로 덧칠하는 이 밤 나는 저 작은 별 하나를 지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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