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 밤 홀로 침대에 누우며 그를 떠올렸다. 그리고 신앙도 없이 기도했다. 그가 산산조각이 나기를. 다시 붙이지도 못할 정도로 조각나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기를. 그러면 오롯이 주워 사랑해 줄 생각이었다. 이제 그가 가진 것은 자신뿐이었다. 모든 것을 잃고 제 품으로 나동그라져 앞으로 가질 수 있는 것도 하나뿐이었다. 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십 년의 세월을 거치며 미약했던 언어가 강고해지고, 지리멸렬했던 글자들이 하나로 뭉쳤다. 목구멍에 차오른 언어를 가다듬어 가며 자신의 짝을 본다. 십 년간 참고 참았던 한마디를 건넨다. “지독하게 고집스럽고, 지독하게 아픈 내 첫사랑.” 3. “하긴. 전에도 말 안 들었어.” “…….” “천천히 올라오라는데 막 뛰어 올라오고, 내일 학교 가려면 힘드니까 그만하자 그래도 싫다고 울어서 사람 돌게 만들고.” “…….” “뱉으라는데 삼키고, 벌리라는데 오므리고.” 손끝에 목소리가 묻은 것만 같았다. 퇴폐적이기까지 한 낮은 목소리가 얼굴에 발릴 때마다 몸 여기저기가 마구 움찔댔다. “울지 말라는데 울고, 차에서는 안 된다는데 올라타고. 내 말 잘 듣는 애는 아니었지.” 4. “우리 사귀는 사이니까 이 정도는 줄 수 있는 거잖아요.” “사귀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날아온 물음에 멍해졌다. “아니었어요?”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횡설수설했다. “저는…… 사귀는 줄 알았……. 그게, 그러니까 제 말은요. 좋아한다고 고백도 했고, 뽀뽀도 하고 다른 것도 했으니까…….” 나는 당황으로 눈을 연달아 깜빡였다. 시선을 어디 두어야 할지 몰라 바닥만 본 채 애써 입매만 올려 웃었다. “죄송해요. 저 혼자 오해했나 봐요.”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그가 불쑥 물었다. “그럼, 사귀는 게 아니야?” “……네?” “이제껏 우리가 붙어먹은 건 뭐였어? 입에 혀 넣어서 잔뜩 빨고 예쁜 젖꼭지랑 엉덩이도 만지게 해 주고, XX도 박게 해 줬잖아. 지금까지 다 나 갖고 논 거였어? 이제 학교 탈출해서 나한테 볼일 없어졌으니까, 나 홀랑 따먹고 버리려고?” 5. “네가 싫다고 하면 나는 강간이라도 할 거다.” “진심이세요?” “그래.” “왜, 왜요?” “너를 가지고 싶으니까.” 그의 손이 유두를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성감에 불이 붙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그의 손은 바지에 다다랐다. “총을 맞았을 때 너를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만이 유일하게 아쉬웠어.” 6. “그 손가락에 반지는 뭔데? 못 보던 건데?” 그러자 단순한 그는 금세 환하게 웃으며 왼손 약지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반지를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우리 대리님이.” 말을 질질 끌며 하는 에 센터장이 적당히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그래. 니네 대리가.” “저는 예쁜 쓰레기니까 누가 재활용품인 줄 알고 주워갈까 봐 무섭다고, 표시 달고 다니래요.” 7. “이런, 섹스 텐션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XX 진짜, 사람이 기타도 아닌데 뭘 이렇게 텐션을 따져. 그냥 꼴리면 하는 거지.” 8. “저는, 사실은…. 아무한테도 선배님 보여 주기 싫어요.” “ㅇㅇ아.” “은퇴했으면 좋겠어. 어디다 가둬 놓고 내가 먹여 살리면서 나만 보고 싶은데….” 안 팔리는 배우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 이상 누구도 그를 원하지 않는다면. 사실은 매일 답답했었다. “내 건데….” 꾹꾹 눌러 참고 있던 분한 마음이 삽시간에 흘러넘친다. 눈물을 참느라 입술을 물어뜯는데 등을 감은 손이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은퇴할게. 안 먹여살려 줘도 돼. 있는 것만 까먹고 살아도 평생 쓸 수 있어. 우 실장한테 전화해. 내일 바로 기자 회견 잡아 달라고 하자.” “…안 돼요. 기획사 주가는 어떡하고요.” “그럼 우리 거 매도 끝내고 나서.” “잡혀가요…. 금융법 위반….” 끗 너무 긴건 내 맘대로 쳐냈음 두그두근
정답~! |
1. 구원의 경계-김솜탕 2. 동창생들-닥터세인트 3. 유리기-클레어 4. 데드맨 스위치-아이제 5. 선셋인워터-그웬돌린 6. B급 가이드-울랄라훌랄라 7. 오프더레코드-자카비 8. 인터미션-그루나루 그루그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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