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친구였거든
정말 초등학교 때부터 엘리트의 정석으로 자랐어
말투 조곤조곤하고 말 잘하고, 반장도 하고 그런 친구
그 친구는 엘리트 집안에서 책만 읽고 자랐고 별의 별 체험은 다 하고 다녔었어
집에는 햄스터 고슴도치 장수풍뎅이 등등 웬만한 교육적인 거 다 있어서 엄청 신기했고
그 친구가 너무 책만 읽어서 다른 친구를 못 사귀니까 어머니가 엄청 걱정하셨어
그래서 내가 이 친구 집에 놀러가고 난 뒤로 계속 나랑 친하게 지내게 하시려고 ㅋㅋㅋ 우리 엄마한테도 연락하고 그러셨다더라
놀러 가서는 수학책 읽기, 장수풍뎅이 구경, 흰색 튤립(?)을 여러가지 색소를 푼 물에 담구고 꽃 색 변하는 거 보기... 같은거 했었다
진짜 웃기지 ㅋㅋㅋ 초등학교 2학년이... 친구들이랑 밖에서 뛰어노는 게 아니라 저런 거 하고 놀았어...
학교에서는 2년동안 개미 관찰만 했다 ㅋㅋㅋ 진짜야... 몇몇 친구들 모아서 모임까지 만들고 개미 집도 만들어줌.
그러다 3학년 때 국제중을 가겠다고 하더라. 근데 내가 아쉬워서 그냥 "나랑 00중학교(집 앞에 있던 곳) 가자~ㅠㅠ" 라고 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한테 약간 화냈었어. 그리고 아주 장문의 문자를 보냈는데
본인이 왜 국제중을 가야 하는지,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말 길게 쓰고
맨 마지막에 "너의 답장을 학수고대할게" 라고 했는데 이 문장은 10년 넘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무슨 말인지 몰라서 검색해봤었으니ㅋㅋㅋ
지금 봐도 어떻게 10살짜리가 학수고대 라는 말을 하게 됐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그 국제중 떨어지고 바로 서울로 이사가버렸는데 서울대 공대 쪽 학과 다니고 있더라. 최근 연락 닿아서 조금 연락하다가 말았는데 나를 스쳐지나간 친구들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