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사랑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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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너를 처음 보았다.
벚꽃이 필 무렵 너는 그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들로 검고 흰건반들을 두드려서
어느 작곡가가 만든 어떤 곡을 연주했었지
음악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쏟아지는 봄볕과 너 때문에 눈이 부셔서 팔로 눈을 가렸던 것을 똑똑히 기억해.
너는 여태껏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불러도 곧 사라질 이름이다'라는 네 말뜻을 난 이해하지 못했지.
네가 전학을 간다는 생각에 내심 아쉬웠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못했었어.
봄날에 너는 갔다.
벚꽃이 질 무렵 너의 그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포개어 져서 네 배위에 얹혔을 때
소원대로 네가 그리 좋다 하던 색색깔 꽃들에 둘러싸였지.
나는 그곳에 도착해서야 처음으로 네 이름을 알게 되었다.
봄볕도 너도 없지만 나는 널 처음 만났을 때처럼 눈을 가렸고..
사랑한다고 못 잊을 거라고 넌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처음 만나고 헤어진 계절을 닮은
그 사랑스러운 이름과 함께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