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고 있었다. 너 또한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알고 있었다. 어쩌면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깊게 이해할수록, 그에게 깊게 동화될수록, 거기에는 점점 더 많은 자의적 강압이 생겨난다. 결코 요구된 것이 아님에도 한쪽은 다른 한쪽의 의도들을, 그것이 자기 마음에 들건 안 들건, 받아들이게 되며, 그래서 그에 수반되는 수많은 상처와 아픔까지도 참아 준다.
그리고 결코 그것을 상처라고, 아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할 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요하지 않을 것임을 너에게 말없이 약속했었다. 내가 네 곁에 머무름으로서 치러야 할 대가. 아니, 내가 기꺼이 해주리라 마음먹었던 일. 보는 것을 못 보는 듯. 아는 것을 모르는 듯. 평온함을 지켜 주는 일. 너를 위해서…내가…할 일.
너의 부재가 나를 궤뚫는 순간, 나는 흘러내릴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굴레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