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편지 쓰는 게 오랜만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해.
너와 내가 헤어진 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구나.
많이 힘들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는데 새로운 사랑은 찾아오더라.
아마도 너보다 훨씬 좋은 사람인 거 같아.
날 구속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그래도 잔소리는 엄청 하더라, 하하.
근데 왜 그 안에서 너의 모습이 보이는 걸까.
그 사람과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해도 온통 너와 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이랬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
너는 참 좋겠다.
네가 바란대로 되었으니.
네가 그랬지, 넌 분명 후회 할 거라고.
정말 그렇게 됐어.
조금만 더 잘 해줄걸. 조금만 더 사랑한다고 말해줄걸.
고맙다는 말을 더 자주 해줄걸.
네 상처가 너무 커 그 안에서 휘둘리고 있음에도 넌 내 상처를 감싸주려 했어.
난 그게 안쓰러웠고, 한편으로는 싫었지. 본인 상처는 너를 잠식할 정도로 크면서 조그만 내 상처를 덮어주려 노력했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됐어.
네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는 늘 내가 아프지 않기를 바랐으니까.
나는 네가 더 이상 자기혐오의 늪에서 헤매지 않기를 바라.
네가 난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같아.
조금 늦긴 했지만 말이야.
말이 너무 길어졌다.
내 용기가 많이 부족해서 너에게 직접 전해주지 못할 말들이지만.
많이 사랑했어.
네가 나에게 준 애정의 크기, 애정의 양, 목소리, 향기.
너의 모든 것들을 난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안녕. 잘 지내. 내 아픈 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