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언젠가는 떨어져야 한다면 조금 일찍 떨어지는 게 어떨까?
피지 못할 꽃이라면 썩기 전, 그나마 한창 예쁠 때 떠나는 게 현명한 것이 아닐까?
그럼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아쉬워하고 슬퍼할테니깐
사람들은 나에게서 의지, 희망을 찾으라한다.
그런건 없다. 도움이 필요해 누구에게 물어봐도 뻔한 대답을 할 뿐이었다.
찾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없었다. 이젠 찾을 의지도 없다.
부자들은 게으르고 가난한 서민들을 공감할 수 없고
우등생들은 쉬운 것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열등생들을 공감할 수 없다.
행복한 사람들도 우울한 나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다.
앞을 가로막는, 내눈에만 보이는 큰 벽 때문이다.
이제는 그 누구도 탓하지 않기로했다. 사람들 말대로 난 어쩌면 그저 의지박약,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니까
저 벽은 어쩌면 내가 세운 벽일수도 있으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떨어지지 않고 절벽 주위를 맴돌고 있는건 누군가 나를 잡아줬으면 해서이겠지?
난 멍청하다.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다. 짧은 인생이었지만 느꼈다.
행운은 선택받은 사람들에게만 온다고. 나랑은 관련없다고, 백마 탄 왕자님은 없다고.
가끔 내 내면에 조금 남아있는 어렸을 적 순수했던 내가 지금의 날 지켜보는 기분이 든다.
죄책감이 든다....
꿈 많던 소녀에게 너무나 미안해진다. 이런 미래를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을 참아가며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어린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일까 매일 밤 옛날 노래를 듣는다. 이 때 기분이 가장 안정된다.
들으며 기도한다. 행복하게 해달라고, 한 번만 더 느끼게 해달라고
하지만 난 알고있다. 기적은 없다.
시들어가는 꽃에는 물도 소용이없다는걸, 미리 떨어지는게 더 찬란하다는걸
벚꽃들이 만발해 내가 더 비참해지기 전 지금이 떨어지기 딱 좋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