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겠지,재밌겠지!" "아, 근데 왜 이렇게 늦은시간거를 끊어놨어? 너때문에 기다려야하잖아." "으흥 그거야…" 데이트하려고 그랬지이- 어울리지 않게 말꼬리를 길게 늘여 말하는 남우현. 영화 시작까지 꽤 많이 남은 시간때문에,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는 중 이였다. 이럴거면 야자 1차시는 하고 나왔어도 됐잖아! 괜히 내 시간을 뺏긴것 같아 불퉁해졌지만, 그런 생각도 잠깐, 이런것도 추억이다… 좋게좋게 생각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궁금증에, 나와 마주 앉아오곡라떼를맛보다가 내가 먹던 스무디에까지, 먹어봐도 되냐며 눈독을 들이는남우현에게 대뜸 물었다. " 야 " "헐, 예비남친한테 야 가 뭐냐 야가. 적어도 이름은 불러줘야 하는거 아니냐?" "왜 자꾸니맘대로 떠들어! 나 영화보러 안갈거야." "알겠어요, 여자친구야. 왜 불렀어요?" "으휴… 너를 누가 말리니…." "아 왜에……" "…너는 내가 왜 좋아?" 나도 무슨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 돌직구스러운 질문에 오히려 당황하는 쪽은 남우현인 듯 싶었다. 빨대로 오곡라떼를 휘적휘적 저으면서 어…왜 좋냐고? 근데 이거 맛있다 헝… 하며 필요없는 말만 늘어 놓는데, 꼭 뭔가 잘못해서 혼나는강아지같이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다. "음…어…그러니까……" "나 좋다며! 근데 이유도 말 못해?" "아니, 음…왜 좋냐면…차,착하고……" 이제는 말까지 더듬어대는 남우현이 황당하다. 이런 모습을 보인적이 없는데, 부끄러워 하는 듯한 모습을 보니 새삼 웃기기도 하고…. 근데 난 착하다는 말을 별로 들어본적이 없는데…무슨 말을 더 하려나 기다렸는데, 더 들려오는 말소리가 없이 조용하다. 얘 뭐니… "착해? 내가?" "응, 완전! 내 여친같아!" "또?" "또…?" 다시 우물쭈물대는 남우현이 답답해 죽을지경이다. 아니, 1년이나 날 따라다녀놓고… 그 이유 뿐이야?! 입에 발린 착하다는 이유? "이유가 착한거 뿐이야? 나 좋다고 1년가까이 쫓아다녀놓고… 고작 이유가 그거 하나냐고!" "아이… 진짜……왜 화내!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니까 못 말하겠잖아…" "내가 싫다할때는 말 잘만걸던데 뭘!" "나는… 너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기분이란 말이야……." 대뜸 내 앞에 서면 작아지는 기분이라는 소리를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이지… 멍하니 생각을 하는데 그 공백을 깨고 남우현이 말을 덧붙힌다. "…좋아하는 데 이유 없어! 그냥 좋은데… 그걸 어떻게 이유를 대냐고……." "…?" "아씨… 이따가 영화보고 너네 집앞에서 고백할랬는데. 너 때문에 다 망했다!" 이제 입이 좀 풀렸는지 줄줄 말을 늘어놓는 남우현. 근데 그 말을 들으면서도 무슨 의도로 하는 말인지 파악이 덜 된 나는 눈만 깜빡이며 꿀먹은 벙어리가 된 채였다. 그래서… 이유가 뭐란 말인데? 그냥이라고?…… "너 이해 못했지?" "…그래서 무슨말을 하고싶은건데?" " 좋다고… 이유같은거, 그런거 없이 그냥너 자체가좋다고…." 헐, 고백인가? 근데 남우현은 1년 전부터 나 좋다고 계속 그랬는데! 긴가민가해서 그저 남우현의 눈만 마주치고 있었는데, 내 눈빛에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내리깔고 애꿏은 손톱만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는 식으로 말하는 남우현. "그러니까… 나랑 사겨줄수있어…?" 응……? 어휴,답답한 자식… 이왕 고백 할거면 화끈하게 사귀자! 하던지… 사귀어 줄 수 있냐니… 바보같은 놈. "… 그럴때는, 사귀자고 화끈하게 딱 잘라 말하는거야 바보야." "……응, 미안해…" 거절 당한 것으로 알아들은것인지, 긴장으로 움츠러든 어깨가 축 처지며, 먹던 오곡라떼를 내려 놓고 한숨을 푹 내쉬는 남우현. 아니, 평소에는 안이렇더니… 오늘 왜 이렇게 귀여워 보여? 나 참…… 나도 내 자신이 어이가 없다. 그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풀죽은 남우현이 신경쓰여 다시 운을뗐다. "…왜 미안한데?" "어? 어…그냥, 뭐…" "나 아직 대답 안했잖아." 내 말뜻을 알아들은 남우현이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마주쳤다. 진짜 멍청한 표정을 짓고 날 바라본다. 강아지 같은 자식.살짝 웃음이 나려는 걸 참고, 짐짓 도도한 척을 하며 또말을건넸다. "생일 선물이야." "…생일 선물?" "…응, 나도 너 좋아." 으아…,여친! 하며 자기도 모르게 뻗은 손으로내 손을 덥석 잡아오는 남우현의 손길에 놀란 내 표정을 본 남우현이 화들짝 손을 놓아주더니, 다시수줍수줍 모드로 돌아가서 비식비식 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못한 채, 나에게 묻는다. "저기…, 손 잡아도 돼?" "바보. 그런거 물어보는 거 아니거든…."
덕질 업그레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