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8일, SNL코리아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더 칼로리'로 패러디했다. 극 중에서 가해자들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 캐릭터인 '문동은'에게 고열의 고데기로 몸을 지지는 장면이 있는데, SNL에서는 그 고데기로 쥐포를 굽는 등의 웃음을 유도했다. 이 장면을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고 만든 사람들에겐 아직도 의아함이 남는다. 극 중의 '문동은'은 고데기로 지져지는 폭력을 당해 온몸이 흉터에 뒤덮였다. 문동은은 지나가다 고기 굽는 소리만 들려도 그때의 악몽이 떠올라 괴로워하고 온몸을 덜덜 떤다. 현실의 학교 폭력 피해자 또한 그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더 글로리'의 모티브가 된, 2006년 청주에서 일어난 '고데기 학폭'의 피해자는 팔다리와 가슴 등 온몸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그러나 피해자는 고데기로 지져진 상처가 평생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현재 전과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당시 가해자였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흉기를 이용해 동급생을 집단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이들에게 '보호관찰' 조치를 내리거나 더 약한 처분을 내렸다. 법원은 총 7가지의 보호처분 중 소년원 단기·장기 송치 등 징역형과 같은 처분을 내릴 수도 있었지만,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이유 등을 고려해 부모나 법무부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주기적인 점검을 받는 수준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이제 30대로, 그때의 일이 없었던 것처럼 평범한 사회생활을 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현실은 이렇다. 피해자는 여전히 멍든 몸을 가진 채 살다가도 문동은처럼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고통스러워할 테고, 가해자는 박연진처럼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모르거나 모른 체 하고 사는 현실이다. 특히나 피해자는 고데기는커녕 그와 비슷한 소리가 나도 두려움과 무서움에 떨고 있을 테다. 그런데 SNL코리아에서 나오는 고데기는 '열 체크한다~'라며 그저 쥐포를 구우면서 낄낄거리는 모습을 비쳤다. 누군가의 평생 고통이 될 소재를 그저 희화화하는 소재로 써먹은 것 자체가 그저 너무나도 안이하고,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풍자는 뭔가가 잘못된 것을 비꼬면서 비판하는 것일진대 요즘의 SNL은 그저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를 묘하게 갈라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상처로 남은 것을 고통으로 남을 장면을 비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재미있게만 써먹고 싶어 한없이 가볍게 그려낸다. 뭔가를 쉬이 조롱하고, 재미있게만 그리려 하고, 놀리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 돼서는 안 된다. 그 주체가 특히 방송이라면 더 말이다. 지금 SNL이 하고 있는 풍자는 본질이 무엇인지 한 번은 짚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인들은 대중들에게 자신들이 미치는 영향이 어디까지인지를 항상 인지해야 한다. 뭔가에 재미를 주고 싶다면, 그 기저에는 혐오나 조롱을 최대한 없애야 한다. 누군가를 재밌게 한다고 생각하는 말이나 행동에는 어쩌면, 상처받는 누군가가 존재할 수도 있다. 마냥 웃고 박수쳐 주는 사람들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혼자만 볼 콘텐츠라면 어떻게 만들든 무슨 상관인가. 방송이라면, 창작자들은 조금 더 현명하고 조금 더 신중하게 콘텐츠를 생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www.handmk.com/news/articleView.html?idxno=14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