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가는길 골목엔 키 큰 전봇대가 몇개있다.전봇대 불빛아래로 나랑 언니그림자가 나란히 늘어져있는게 오늘따라 영 어색하다.요즘은 내 그림자만 봐서 그런가.
"가기싫다."
마음속으로만 읊고있던 말이 툭 튀어나왔다.순간 깜짝놀라 걸음을 멈췄더니 언니는 픽-하고 웃는다.아 창피해.
집에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다.벌써 몇바퀴째 동네를 빙빙 돌아서 이젠 정말 들어가야겠다 싶었다.바쁜언니한테도 미안하고.도착한 대문앞에서 괜히 열쇠만 만지작거렸다.그래도,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항상 소녀시대활동으로 바쁜 언니고,나도 앨범준비로 바빠 요즘 통 만나지 못했는데.이렇게 헤어진다니.
"미안해요,언니.괜히 내가 시간만 잡아먹었네."
"뭐가 미안해.오랜만에 만난건데 같이 못있어줘서 내가 미안하지....그냥 오늘 자고갈까?"
"됬네요-소녀시대 김태연씨 바쁜거 누가 모른다고.빨리가요.어두워."
"잘자,지은아.감기안걸리게 따뜻하게 하고.나 간다?"
언니가 골목길을 돌아갈때까지 손을 흔들다 집에 들어갔다.불도 꺼져있고,아무소리도 없는 집.혼자사는것도 이젠 익숙해질만한데 집에 들어갈때면 난 항상 외톨이가 된 기분이다.그냥 욕심내서 언니 자고가라할껄.
조용한 집이 싫어 tv를 켰다.어,언니다.tv속 한 예능에 나온 언니가 사람들과 함께 웃는다.짜증나.난 우울해죽겠는데,언니는 왜 웃고있는거야.
언니가 나오는 예능이 끝나고 일기예보가 나왔다.내일은 하루종일 맑아서 놀러가기 좋은날이라는 멘트와 함께 연인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영상이 나왔다.놀러가기 좋으면 뭐해.난 언니랑 같이 놀지도 못하는데.기왕 언니랑 못만나는거,다른사람들도 못 놀게 내일은 어두컴컴한 비나 내렸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