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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당신이 좋은 이유 


 


 


 

"...현민씨 맞아? 나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 


 

경란이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하자, 현민은 머쓱한 듯 헤헤 웃으며 눈에 얼음찜질을 계속한다.  


 

어제 현민이 거의 통곡을 하다가 잔 탓에, 아침에 눈이 빵빵하게 부어버린 것이다. 아이씨, 이 꼴로 어떻게 회사를 가...!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도 없을만큼 해괴한 몰골에, 현민은 결국 동민에게 SOS를 쳤다. 현민을 데리러 온 동민은 해산물 같다며 빵 터졌고, 한참을 웃느라 운전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5분 동안 동민이 진정되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아니, 내가 누구 때문에 운 건데! 현민은 서러워져 또 울 뻔했다. 회사에 들어오니 경란이 어머! 라며 소리를 질렀다. ...제 꼴이 그렇게 경악스러운 건가요, 김과장님. 


 

"...나 현민씨가 우리 회사 비주얼이라고 말한 거, 취소해도 되지?" 


 

상민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런 거 당사자 앞에서 묻지 말아주실래요? 현민은 부루퉁해진다. 상민의 말에 동민은 또 빵 터진다. 웃느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자리에 푹 주저앉았다. 현민은 그런 동민을 보면서 화가 난다. 그만 웃었으면 좋겠다... 


 

"일단 이 서류 좀 정리하면서 얼음 찜질 좀 계속하고 있어." 


 

요환이 종이 뭉치를 건네주면서, 현민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그러면서 와, 이렇게 눈 부었다고 사람이 달라지나? 라고 혼잣말 한다. 들린다구요 임과장님!! 현민의 외침에 다들 킥킥거린다. 에이씨, 저 일할 거에요. 라며 현민은 홱 몸을 돌려 매체팀 사무실로 들어간다. 다들 너무해... 그런데 열린 문으로 캭캭거리는 웃음이 계속 따라온다. 부은 눈을 간신히 들어 바라보니, 동민이 배를 움켜쥔 채 계속 웃으며 따라왔다.  


 

"아, 아, 배 너무 아프다. 배가 너무 아, 아하하하하하하" 

"... 저 놀림 당할 기분 아닌데여." 


 

현민의 말에 동민은 자지러지며 경훈의 책상 위로 엎어진다. 엎드린 동민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현민은 억울해진다. 내가 대체 이 사람이 뭐가 좋다고. 기구한 내 팔자야. 동민은 눈물을 훔치며 몸을 일으켰다. 이쯤 해 둘까. 현민의 얼굴을 보니 이쯤 해 둘수가 없을 것 같다. 후, 참자, 장동민. 어린이 또 울겠다. 


 

"나 봐봐." 


 

동민은 현민의 턱을 잡고 자신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눈 붓기 빼주는 지압 좀 해줄게. 현민은 동민의 말에 눈을 감는다. 동민은 현민의 눈썹 뼈에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가볍게 누르기 시작한다. 좀 울었다고 아주 눈두덩이가 엉덩이 살마냥 팅팅해. 오늘 하루 선글라스 쓰고 다녀야겠네. 동민의 말에 현민의 입이 비죽인다. 비죽거리지 마라, 동민이 검지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팅긴다. 아, 아파요! 


 

"내가 누구 때문에 울었는데요. 진짜 너무해..." 


 

현민이 웅얼거리자, 동민은 웃으며 현민의 눈두덩이 끝을 약하게 지압하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도 컴퓨터 화면 쳐다보느라 눈이 피로할텐데, 이런 눈으로 어떻게 한대, 우리 어린이. 동민이 어르자, 현민은 고양이처럼 가르릉 하는 소리가 나올 것 같다. 기분이 점점 좋아져 동민의 손길에 나른해진다. 아이고, 우리 어린이. 기분이 좋아요? 동민은 손을 들어 현민의 머리를 가르마를 따라 쓰다듬는다. 


 

"오늘 하루도 힘내고, 이따 보자." 


 

갑자기 동민이 현민의 머리를 껴안는다. 눈을 감고 있던 현민은, 갑자기 자신의 얼굴에 동민의 몸이 와닿자 놀라 몸이 굳는다. 동민은 현민의 뒷목을 몇 번 쓰다듬으며, 계속 껴안고 있다. 현민은 잠시 굳어있더니, 손을 천천히 올려 동민의 허리를 잡는다. 이런 둘의 모습을 열린 문 틈으로 경훈이 보고 있다. 경훈은 둘을 훔쳐보다가,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내지 않고 문에서 멀어진다. 뭐야, 아닌 척 하더니. 내 말이 맞잖아. 김셜록의 촉은 속일 수 없다, 이거에요. 


 

"하여간 자기 감정에 솔직할 줄 몰라. 그렇게 아닌 척 하더니, 쯧쯧." 


 

이게 장동민의 문제야! 라고 투덜대던 경훈은, 자기도 준석의 허리를 좀 마사지해줄까 싶어 2팀 사무실로 발길을 돌린다. 


 


 


 


 


 


 


 


 


 


 


 

거 좀 그만 마십시다, 진호는 외칠 뻔했다. 


 

정현이 또 단체 회식을 하자고 건의했다. 사람들이 에? 라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상민이 찬성이요!! 라며 소리를 지른다. 하, 두 팀장이 저렇게 맘 먹고 마시려고 하면, 아래 사람들이 전혀 거절할 수가 없다. 나 마실 기분 아닌데. 진호는 짜증스럽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럼 이따 6시에 다들 1층으로 집결! 경훈씨, 그 때 고깃집에 예약 좀 해놔! 정현의 말에 경훈은 ㅇ, 예! 라며 허리를 연신 숙이더니 핸드폰을 들고 문을 박차고 나선다. 동민은 닫히는 문을 바라보더니, 진호를 바라본다. 진호는 굳은 얼굴로 모니터를 노려보다가, 동민의 시선을 느끼고 동민을 바라본다. 


 

그 후로 동민과 진호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진호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래도 되나 싶어서 말을 절대 걸 수 없었다. 마음을 거절한 주제에, 무슨 염치가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진호는 지금 상처를 받은 상태인데, 자신이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 동민이었다. 탕비실에 가서 커피 한 잔이나 먹을까. 동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탕비실에 들어선다. 커피 믹스를 컵에 털어넣고 커피 포트 버튼을 누르는데, 탕비실의 문이 열린다. 들어오는 건... 진호????? 당황한 동민은 동공지진이 일어난다. 어, 어, 어떡하지. 물은 밖에서 받을까. 그런데 진호가 문에서 안 나오는데. 창문으로 넘어가야 되나? 머리를 내리치고 도망가면, 단기기억 상실증이 나타나서 이 상황을 기억 못하지 않을까? 점점 생각이 극단적으로 변하는 동민이었다. 그리고 진호는 문에 등을 기대고 가만히 동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진호의 말에 동민의 머릿속 과격한 꼬리물기는 끝이 났다. 동민은 진호를 바라보았다. 진호의 표정은 마지막으로 보았던 표정과 비슷했다. 


 

"......응, 그러게." 

"......그 때 우리 얘기 기억나?" 


 

진호의 말에 동민은 어렵게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그걸 잊을 리가 없잖아. 동민의 끄덕임에, 진호는 고개를 젓는다. 


 

"있잖아. 단호하게 마음을 거절해야 일말의 기대도 가지지 않지. 다시 솔직하게 말해봐, 동민이 형." 


 

미안하다는 말 말고. 좀 더 내가 형을 포기하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해져 봐, 형. 진호의 말에 동민은 혼란스럽다. 나는 너에게 미안한데, 그 마음이 제일 큰데, 내가 어떻게 더 말해야 해? 동민의 표정에, 진호는 고개를 젓는다. 이미 충분히 상처는 났다. 그런데 이 사람은 더 상처를 입힐까봐 두려워서 제대로 말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처참할 정도로 아픈 상처가 필요하다. 뼈는, 확실하게 부서질수록 더욱 제대로 붙는 법이다. 내가 제대로 마음정리를 하려면, 형이 좀 솔직하게 말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 형은 처음에 왜 나를 거절하지 못했어?" 

"......"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솔직하게 얘기해 줘." 


 

내가 상처받을만한 말들 다 거르지 말고. 진호의 말에 동민은 잠시 땅에 시선을 꽂는다. 커피 포트는 이미 끓는 것을 멈췄지만, 동민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 이런 나를 누가 좋아해줄까. 항상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데 너가 나한테 고백을 한 거야. 처음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그냥 가만히 내버려뒀어." 

"......"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되니까, 애착이 생기더라.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나를 좋아한다면 그게 너뿐일 거라고 여겨졌어. 단순히 기쁜 것을 넘어서서, 애착이 생기니까 무서웠어." 


 

그 관계에서 욕심이 나 버리는 게 무서웠고, 욕심을 내면 우리의 마지막이 보일 것만 같아서 무서웠어. 동민은 그 때를 떠올린다. 이 사람이 마지막이라면? 마지막 열차를 놓치는 것 같은 기분이 또 다시 들었다. 예전과 같은 다시 반복되는 감정에, 이 관계가 또 다시 시작되어버린다면 자신이 받을 상처가 무서웠다. 동민은 애착과 두려움이 동시에 커져가서, 이도저도 못하고 시간을 끌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 너라서가 아니라 너가 날 좋아해서였어." 


 

동민의 말에 진호는 마음이 갑갑해졌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애써 인정하지 않았던 최후의 보루가, 진호의 발 밑에서 무너졌다. 알아, 나는 알고 있었어. 그런데 왜 슬프지. 동민은 한숨을 내쉰다. 


 

"...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 관계는 처음부터 안 됐던 거야. 난 널 홍진호가 아닌 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여겨서 좋았으니, 너의 모든 면에 애착이 간 게 아니야." 


 

그렇게 시작되면, 새로 보이는 다른 면에 나도 받아들이기 힘들고, 너도 그 과정에서 힘들겠지.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동민은 말을 끝내고 고개를 숙였다.  


 

".... 이제 와서 거절해서, 미안하다 진호야. 우린 아니야." 


 

진호의 마음은 처참하게 부서졌다. 더는 위로 오를 수도 없을만큼,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난다. 많이 아파서 처음엔 일어날 수가 없겠지. 당분간 완전히 붙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걸어나가야 하겠지. 진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울기 싫었는데, 그것도 동민이 보는 앞에선. 그러나 지금은 주체가 안 될 정도로 눈물이 난다. 동민은 진호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고 있다. 


 

"... 형, 나 한번만 안아 줘." 


 

진호는 동민의 쪽으로 팔을 내밀었다. 동민은 그런 진호의 팔을 당겨 안는다. 어깨가 진호의 눈물로 뜨뜻하게 젖는 것이 느껴졌다. 수고했어, 진호야. 많이 힘들었지. 동민의 말에 어깨가 더욱 빠른 속도로 젖기 시작한다. 동민은 그렇게 진호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혼자 문을 열고 나갈 수 있을 때까지 탕비실에 남아 있었다. 


 


 


 


 


 


 


 


 


 


 


 


 

으어? 준석은 눈을 떠본다. 택시 안에서 몸이 흔들리고 있다. 택시 안의 시계를 보니, 7시 반? 이 시간에 나는 왜 여기에? 준석은 머릿속의 비디오를 역재생해본다. 


 

6시가 되자, 천재광고 사원들은 모두 고깃집으로 향했다. 정현은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자마자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소맥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상민도 가세하여 빠른 속도로 소맥을 말기 시작했다. 비율은 준석이 가장 약한 1:1 비율...! 파랗게 질린 준석을 보더니, 상민은 킥킥 웃었다. 


 

"전체 회식에서는 안 봐주는 거 알지, 준석씨? 죽어 보자구." 


 

내가 왜 죽어야 하지? 준석은 그 말을 하마터면 뱉을 뻔했다. 그러나 꾹 눌러담고 상민이 먹이는 대로 꿀꺽꿀꺽 받아넘겼다. 고기 한 점, 소맥 한 모금. 고기 한 점, 소맥 한 모금. 고기 한 점, 소맥 한 모금. 그 다음에...? 기억이 없다. 그리고 눈을 떠 보니 택시 안인 것이다. 이런 시간에... 라며 머리를 긁적이는데, 누군가 손을 잡아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경훈이다.  


 

"어, 경훈씨?" 

"누가 그렇게 마시래요. 술도 못하면서." 

"팀장님이 주시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에휴. 경훈이 한숨을 쉬는데, 택시는 벌써 도착했다. 7시 반에 도착한 거면, 나는 대체 몇 시에 쓰러진건가... 준석은 자괴감에 멍해진다. 경훈은 카드로 교통비를 지불하고 준석을 끌고 내린다. 준석은 경훈의 팔에 매달려 간신히 걷는다. 


 

"아까 구해주지도 못하고 얼마나 쩔쩔매면서 걱정했는지 알아요? 주량을 늘려야 하나... 이렇게 불안해서 어떻게 해... 물가에 내놓은 애기같이." 

"... 사실은 예전부터 이팀장님이 주량 늘리기 해 주셨는데, 별 소용이 없더라구요." 


 

이팀장님이랑 그럼 단 둘이서 술 많이 마셔봤다는 거에요? 경훈의 말에 준석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준석을 잡아 이끄는 팔에 힘이 들어간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준석이 비척비척 방 안으로 들어간다. 경훈은 준석이 침대에 올라가 풀썩 엎드리는 것을 본다. 한숨을 내쉬며 짜증을 억누르기 시작한다. 사실은 아까 준석이 취하기 전에 엄청나게 헤실댔었다. 원래 그런 모습은 자기한테만 보여주는데! 준석이 말투도 귀여워지고 온갖 눈웃음을 치자, 그것을 바라보던 경훈은 하마터면 술잔을 깰 뻔했다. 그런데 상민과 연승은 아주 귀여워 죽었다.  


 

"어이구, 우리 팀에 숨겨진 귀요미가 있었네." 


 

상민의 말에 에헤헤, 웃는 준석이었다. 에헤헤? 에헤헤??????? 연승은 거기에 합세해 준석의 뺨을 꼬집어보였다. 그러자 준석이 연승 어깨에 부비적댔었다. 아예 확실히 준석을 뻗게 해야겠다고 생각이 든 경훈은 자, 잔 채우세요!! 다 같이 건배합시다!! 라며 건배 제의를 했다. 자신의 예상과 맞게 준석은 경훈이 주는 잔을 받고 그 자리에서 뻗었다. 경훈은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준석을 끌고 나온 것이다. 술 취하면 저 애교가 습관이라니. 평소에 나한테도 잘 안 보여 주면서!!! 경훈은 심기가 불편하다. 


 

"... 경훈씨. 안들어오고 뭐해요?" 


 

준석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본다. 어리둥절.. 동그란 눈.. 침대 위.. 아, 안 돼, 안 돼. 김경훈 진정하자. 넌 지금 화를 낼 타이밍이야. 암, 화를 내야지. 화! 경훈은 무서운 표정을 풀지 않으며 준석에게로 다가간다. 준석씨, 아까 취했을 때 나 많이 화났는데. 네? 왜요? 준석의 눈이 더 동그래지자, 경훈은 입술을 꾹 깨문다. 사실 나도 술 많이 마셔서 힘든데. 아니야. 절제할 수 있어, 김경훈. 지금은 화 낼 타이밍이라니까! 


 

"술 마시면 그렇게 아무한테나 애교부려요? 아주 이팀장님이랑 최대리님한테 애교가 넘치던데." 

"... 제가요?" 

"기억도 못해요? 하... 그런 술버릇 안 좋은 거에요." 


 

경훈이 무섭게 바라보자, 준석은 머쓱해진다. 내가 또 그랬구만. 나는 기억도 안 나는데, 대체 술 마시면 또 다른 인격이 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그 징그러운 상민과 연승에게 애교를 부렸다고? 술버릇이 더 막장이 되어가는구만. 그리고 그런 꼴을 다 경훈이 보고 있었다니, 민망하면서 미안해지는 준석이었다.  


 

"왜 다른 사람들한테 끼부려요, 왜." 

"미, 미안해요." 

"나한테는 평소에 안 그러더니." 


 

나 진짜 화나요. 경훈의 말에 준석은 잘못했어요, 라며 경훈의 소매를 잡는다. 그리고는 화 풀어요, 응? 이라며 소매를 살짝 잡아 흔든다. 아, 귀엽다. 안 돼. 안 돼. 


 

"술을 늘리던지 술버릇을 고치던지. 앞으로 불안해서 어떻게 준석씨 사회생활 하는 걸 보고만 있겠냐구요." 

"경훈씨, 진짜 미안. 나 용서해주면 안 돼요?" 


 

경훈의 짜증에, 눈치를 보면서 껴안아오는 준석이다. 이러다가 분위기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만 같은 경훈이다. 부러 화가 났다는 모션을 취하기 위해 넥타이를 거칠게 푼다. 그런데 경훈의 벨트에 준석이 손을 얹자, 경훈은 넥타이를 스르륵 떨어뜨린다. 준석은 경훈의 입에 짧은 뽀뽀를 하더니, 경훈의 몸을 세게 끌어안는다. 


 

"ㅈ, 지금 나랑 장, 장난해요? 나 화났다구요!" 

"미안하다구 하잖아요, 그러니까 - " 

"지금 이게 미안한 걸로 되는 거에요?" 


 

경훈이 준석을 몸에서 떼어내어 침대 위로 던진다. 그러자 준석이 힘없이 누워 경훈을 바라본다. 어, 이런 자세를 원한게 아닌데. 준석이 점점 야릇해지자 땀이 날 것 같은 경훈이다.  


 

"잘못했으니까, 벌 줄 거에요?" 


 

술도 마셨겠다, 방 안이 어두워 용기가 솟는 준석은 대놓고 경훈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경훈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준석의 모습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점점 흥분된다. 벌 줄까요? 경훈이 침대에 앉자, 준석이 다시 경훈의 입에 입맞춰온다. 경훈이 준석의 중심을 문지르자, 입을 맞댄 상태로 신음을 흘린다. 경훈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래. 마음가는 대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경훈은 준석의 두 손목을 잡아 찍어누른다. 


 

"그런, 귀여운 거, 다른, 사람, 들, 한테, 보여주지 마. 질투 나." 


 

경훈이 준석의 안을 거칠게 찍어누르며 조용하게 얘기한다. 그러자 준석은 경훈의 허리에 다리를 감더니, 경훈을 끌어당긴다. 


 

"응, 그래도 이런, 모습은, 아, 경훈씨한테만, 보여주는, 데, 아!" 


 

말이라도 못하면. 경훈이 야살스러운 준석이 미워져 빠르게 허릿짓을 하며 준석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댄다. 그러자 준석이 경훈의 손가락을 핥더니, 야하게 살짝 깨문다.  


 

"경훈씨, 좋아요. 더, 으, 아!" 


 

준석의 말에, 경훈은 준석을 들어올려 껴안고 힘차게 움직인다. 귓가에 흔들리는 준석의 신음만이 가득하다. 평소와는 다르게 여우 같은 모습이라니. 이것도 좋다. 사실, 당신이라서 뭐든 다 좋아. 


 


 


 


 


 


 


 


 


 


 


 


 

다들 죽어간다. 심지어 상민 자신도 죽을 것만 같다. 그렇게 술이 센 동민도 어지러운지 머리를 연신 흔든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이다. 자, 슬슬 정리하지. 상민의 말에 사람들이 좀비처럼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한다. 진호는 자꾸 감기는 눈을 간신히 떴다. 그런데 옆에 누가 자꾸 비틀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바라보니 현민이다.  


 

"으웅.... 어디러어..." 

"... 어이 똑똑이." 

"덤미나아 - 나 어디러어....." 


 

에휴, 애가 아주 맛이 갔네. 진호는 현민의 목덜미 부분의 옷을 잡고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간다. 신발 신어봐, 꼬맹이. 그러자 현민은 오른발을 왼쪽 신발에 우겨넣는다. 그거 아냐, 이거야. 애기를 가르쳐주듯 오른쪽 신발을 가져다주자, 신지는 않고 그걸 밟고 일어선다. 결국 현민의 다리를 붙잡고 신발을 신겨주는 진호다. 그러자 현민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진호를 보며 헤실거린다. 


 

"캄사한니다 - 이러나따!" 


 

참 나, 그렇게 대들던 꼬맹이는 어디 가고 귀여운 놈만 남았네. 미워하게 좀 해주지, 너나 동민이 형이나 미워할 수가 없게 만드냐. 둘 다 진짜 신기한 인간들이야. 진호가 픽, 웃자, 현민도 헤헤헤 웃는다. 뭘 웃어, 라며 진호가 현민을 툭 때린다. 그래도 너 미우니까, 한 대 정도는 맞아라. 진호에게 맞아서 옆으로 밀려났는데도 계속해서 미친 듯이 웃는 현민이다. 술이 뭐라고, 애가 아주 맛탱이가 갔네. 


 

"진호씨가 현민씨 잘 데려다줘." 


 

요환이 비척거리며 나온다. 그리고는 현민을 붙잡고 있는 자신을 보며 이야기한다. 현민은 이제 바닥에 주저앉으려고 다리에 힘을 풀기 시작했다. 애써 일으켜세우며 진호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데려다주실 분 따로 있어요. 진호의 말에 요환은 응? 하며 진호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요환의 뒤로 동민이 걸어나온다. 진호는 동민을 부른다. 


 

"동민이 형." 

".......어?" 

"여기. 취객 한 명." 


 

동민은 잠시 현민과 진호를 번갈아본다. 그리고는 진호의 눈을 바라본다. 난 괜찮아, 라며 진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동민은 멈칫거리는가 싶더니, 진호에게 다가가 현민을 건네받는다.  


 

고마워. 


 

동민이 나지막히 중얼거리더니, 현민을 데리고 저 쪽으로 사라진다. 진호는 그런 두 사람이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한편, 동민은 대리를 지금 불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나 현민이 술을 완전하게 깬 후에 대리를 불러도 늦지 않겠다 싶어, 주차장 입구 옆의 벤치에 현민을 앉혀놓고 기다렸다. 핸드폰을 보며 기다리길 30분, 현민은 서서히 고개를 든다.  


 

"으음..." 

"...정신이 드냐?" 


 

어, 뭐에요. 회식 끝났어요? 아직은 술이 덜 깼는지, 어눌한 발음이다. 아까 끝났다. 동민의 말에 현민은 머리를 긁적인다. 어... 기억이 없는데...  


 

"애가 벌써 술버릇이 기억이 끊기는 거면 어떡하냐." 

"너므, 너무 많이 마셨나바여..."

 

... 이 기억도 안 나겠는데? 너 지금도 헤롱대잖아. 동민의 말에 죄송해요. 차장님도 잊어주세요. 라며 자신의 뺨을 때리는 현민이다. 이렇게 얼빵한 놈이 좋다니. 나도 참 나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학하는 현민의 손을 잡아 누르는 동민이다.  


 

"기억 못하는 편이 좋지, 나야." 

"......으에?" 


 

동민은 다른 손으로 현민의 목을 잡아 끈다. 입이 맞닿기 전, 동민은 아직도 눈을 뜨고 있는 현민을 발견한다. 눈 감아, 라니 꾹 감는다. 귀엽긴. 동민은 그렇게 회사 건물 앞에서 현민과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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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갓
다음화 완결이다 후하후하
8년 전
갓1
아니 다음화가 완결이라니!!! 완결이라니!!! 내가 이 글 올라왔을까봐 하루에도 몇 번을 들어오는데 완결이라니 ㅠㅠㅠㅠㅠㅠ 다음화가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고 막... 더 나왔으면 좋겠고 ㅠㅠㅠㅠㅠㅠ 다른 직원들 에피소드도 나왔으면 좋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갓2
완결이라니ㅜㅜㅜ힝 진짜 아쉽네. 아침 7시부터 님의 글을 보니 행복하군여!!!! 찌석은 번외로 더 보고 싶을만큼 사이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준석이의 주량은 절대 늘지 않을 것 같음. 그리고 현민이는 확실히 애는 애구나. 소맥에 귀여움이 증강~~! 워낙 연재텀이 짧아서 그렇지 편수며 분량이 굉장히 긴 편인데 열심히 써줘서 고마워! 찌석은 사실너갓 아니면 영업 당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찌석이 이 글로 인해 무척 좋아졌어!!! 연재 해줘서 고마워ㅜㅜ 혹 다음편에서 후기를 기대해도 될까?
8년 전
갓3
벌써 담화가 완결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 장오는 이제 첫키스를 했는데 벌써 완결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이렇게 멋진 글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콩이 정면돌파해서 이겨내려고 하는구나. 나는 못할거 같은데 참 멋지다 ㅠㅠㅠㅠ 찌석은 왜 점점 귀여워져 ㅎㅎㅎㅎ 진짜 넘 귀여워 술버릇도 하필 애교 ㅋㅋㅋㅋㅋ
8년 전
갓4
아ㅠㅠ 너무좋다 이번편.. 준석씨 뭐가 저렇게 요염해 그러니까 김경훈이 만날 혼내주고 싶다지ㅠㅠㅠㅠㅠ
차장님이 어린이 눈 마사지해주는거 엄청 다정하네 ㅋㅋㅋㅋㅋ 콩 다독여주는것도 맴찢이지만 왜이렇게 멋있니ㅠㅠㅠㅠㅠㅠㅠ 장오 키스신이라니... 장 대사 대박이다... 기억 못하는 편이 좋지, 눈 감아, 거기서 눈감는 오도 겁나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 이대로 침대까지 가라!!!!! 워후!!!!!!!!!
다음화가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다.. 종종 외전이라도 써주면 안될까ㅠㅠㅠㅠㅠ 뜨겁게 연애하는 찌석도 계속 보고 싶고.. 이제 막 연애 시작한 차장님과 어린이 꽁냥꽁냥 하는 것도 더 보고싶은데ㅠㅠㅠㅠㅠ
하 짓긏방에 다시 이런 작품이 또 나올까ㅜㅠ 솔직히 말하건데 이걸 읽으면서 긏방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어.. 쓰니갓아 고마워 내사랑ㅠㅠㅠㅠㅠ 갈때 가더라도 후기 같은 거 한 편 써주라. 그거라도 읽고 앓고 있을게.. 또르르...
그럼 오지 않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너무 보고싶은 완결편을 기다리며... 쓰니 너를 사랑해♡

8년 전
갓5
으아앙아ㅏ아앙아ㅏ아ㅏㅏㅏ쓰니 내가 겁나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장오 키스신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결을 보고싶지 않지만 보고싶구만..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갓6
완결해도 다음 시즌 그렇게 해서 와주면 안돼?ㅠㅠㅠ 다른커플이랑 다른 소재들로ㅠㅠㅠㅠ 너무 큰 욕심인가ㅠㅠㅠㅠㅠ 쓰니 글을 계속 보고싶단 말이다... 글잡에서 구독료내고 보는것도 괜찮으니까 ㅠㅠㅠㅠㅠㅠ 진짜 이 글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 진짜 너갓♥♥♥♥
8년 전
갓7
ㅇ...안돼....!완결이라니...!!!원래 콩장런데 장오장 사약을 이 글로 폭풍 드링킹당해서 지금 생산러가 되고....찌석도 원래는 생각지도않았는데 영업당한 글이란 마랴...완결이라니완결이라니 이보시오 의사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엉엉엉
8년 전
갓8
아아아아아아 너무 재밌어서 완결을 부정하고싶다ㅠㅠㅠㅠㅠㅠㅠ 찌석은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매번 고맙게 쿵덕질이니.. 내 차애컾 장오가 이어지다니 행복해..하♡ 벤치에서 첫키스라니 설레는데...? 이렇게 콩을 놔두고 끝내는 거 ㄴㄴ해ㅠㅠㅠㅠ 콩규나 욤콩이나 뭐 아무거나 콩도 해피해지는 스핀오프 써주면 안돼?ㅠㅠㅠㅠㅠ 회사물 꿀잼이야ㅠㅠ
8년 전
갓9
아아 슬퍼...... 다음화가 완결..... 크흡........ 크흐흡.....
8년 전
갓10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ㅜ엉ㅇ엉엉 완결 다메요ㅜㅠ
8년 전
갓11
헐 다음화가 완결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동안 잘봐왔고 ㅠㅠㅠ 추석동안 달리느라 수고했어 쓰니야 마지막까지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갓12
헐 다음화 완결 ㅠㅠㅠㅠㅠㅠㅠ 장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설렘 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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