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민이 건넨 신문 쪼가리에는 하나의 기사가 실려있다.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 추세가 증가...' ...아, 설마. 현민은 또다시 불안하다.
"이것이다. 연애. 이것이야말로,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마약과도 같은 것. 마치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우리가 추구하는 악과도 같지."
"과연, 당신답군요."
동민의 말에 준석이 동조한다. 아, 아니야, 그거 아니야. 현민은 말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랬다간 자신이 스파이인 것을 눈치챌테지. 왜 말리느냐고 따지기 시작하면, 난 거짓말하는 표정을 감출 수 없게 될거야! 현민은 애써 동조하는 듯한 웃는 얼굴을 지어보인다. 현민의 얼굴을 보더니, 동민은 자신감을 얻는 듯하다. 이것으로, 우리는 그랜드 전대를 무너뜨리려한다. 이 강력한 무기는, 그랜드 전대의 내부 분열을 가져오게 할 것이다!!
"그럼, 제가 한 번 그랜드 전대놈들 중 한 명과 연애를 하겠습니다."
준석이 벌떡 일어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인다. 동민은 좋아, 라며 박수를 친다. 저기, 연애가 뭔지는 알고 계시는 건가요, 님들아? 현민은 대체 이 바보짓을 어디서부터 말려야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대는데, 갑자기 누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보니, 준석이 아지트 문을 벌써 열어젖히고 있었다.
"후후, 가서 연애 제안을 하고 오겠습니다. 놈들 중 바보 같은 놈은 분명 우리의 제안에 솔깃할 겁니다."
"과연 준석공. 다녀오시지요."
제안이요? 연애를, 제안한다고요? 준석이 나가자마자, 현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동민을 바라본다. 그러자 동민이 의아해한다. 왜 그러나, 현민공?
"저, 대장. 대장과 준석공이 생각하는 연애란, 무엇입니까?"
"두 인간이 만나 서로를 이 세상에서 제일 우선시하여 호의를 보여주는 일종의 계약이 아닌가."
물질적 연대와 비물질적 연대를 교류시킬 수 있는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는 계약이지...... 아. 여기서부터 잘못되었었군. 현민은 순간, 동민과 준석이 다른 사람들과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살았다는 것을 뒤늦게 기억해내었다.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 없이 혼자 암흑 속에서 주구장창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누굴 좋아해본 적도 없고, 고백받아본 적도 없으니 연애란 것을 이렇게 알고 있지..!! 동민은 현민을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현민공은 사람들의 선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었지. 다수의 통념에서 연애란 어떠한 가치를 가지는가?"
순간, 현민은 블랙 가네트를 뿌리부터 흔들리게 하자는 좋은 전략이 떠올랐다. 그러려면, 동민이 악에서 점점 관심을 끊게 해야한다. 이 사람의 내부 하나하나를 점점 일반적인 사람으로 만든다면, 블랙 가네트의 중2병 환자는 한 명이 되어 결국 파멸이 될 것이다...! 현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동민에게 다가선다.
"글쎄요. 저도 다수의 생각에 관심이 없어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저와 연애를 하며 그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시죠."
아주 평범한 사람이 돼버리도록 해 주지! 바보 같은 놈. 현민은 속으로 웃는다. 현민이 손을 내밀자, 동민은 으음... 하고 고뇌하더니 손을 맞잡는다. 좋소. 우리끼리 악을 배양하면 더 강력한 악을 만들어 퍼뜨릴 수 있겠지!!! .....대체 둘 중 누가 더 바보같은 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그랜드 전대의 분리수거 담당은 퍼플맨, 경훈이었다. 아이씽, 이렇게 양이 많은데 한 명도 안 도와주냐. 두 팔 가득 바리바리 쓰레기와 폐품, 페트병을 들고 나온 경훈은 뒤뚱거리며 걷는다. 아지트와 쓰레기 수거함 위치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었으므로, 경훈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혼자 10여분을 걸어 인근 주민 단지에 왔다. 분리수거가 어떻게 40분이 넘게 걸리냐구!! 이걸 혼자 다 해야하다니! 서러운 마음에 경훈은 페트병을 내동댕이친다. 데구르르, 굴러가던 페트병은 어느 키 작은 남자의 발치에 가서 멎는다. 어...!! 아이고, 죄송합니다! 경훈은 그 키 작은 남자의 발에 닿은 페트병을 발견하고, 황급히 그 쪽으로 달려간다. 제가 손이 미끄러워서 놓쳤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키 작은 남자는 경훈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다. 찾았다, 그랜드 전대놈! 준석은 속으로 생각하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경훈의 손목을 덥석, 잡아챈다. 뭐, 뭐야 이 사람. 경훈은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이 시간에 벌써 취한건가! 싶어 온 몸이 긴장으로 굳는다.
"자네!"
...진짜 취객이구나. 이러니까 대원들과 함께 나오고 싶었던 경훈이다. 나 혼자 또 경찰서 가서 이 사람 처리 해야되잖아...이씨.
"자네, 나와 연애하지 않겠나."
.......................에?
장오 찌석 만세
긏방도 만세 ㅠㅠㅠ 죽디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