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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218ll조회 1302l
이 글은 7년 전 (2016/8/21) 게시물이에요


정말 다 까놓고 말해서, 나는 이메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쥐뿔도 관심 없다. 유행에 엄청 민감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메일은 이미 소통의 방식에 있어서는 이미 너무 구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뭔가 투박하고 너무 느리기도 하고, 마치 인터넷이 처음 나와서 붐을 일으키기 시작할 무렵 우편물이 받던 취급을 그대로 받는 것 같았다.

그러니 이제부터 내가 풀려는 썰도 온전히 그런 내 생각에 대한 변명이다. 어떻게든 설명을 뽑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 왜냐면 친구로써, 내가 같은 사고를 쳤거든.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내가 어제 이메일을 확인했는데, 그 전에 확인한 시점이 아마 어제로부터 몇 달은 족히 됐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 그 안에 뭐가 엄청나게 쌓였겠지. 우리 누나는 대박 종교적인 사람이랑 결혼해서 임신도 했는데, 아마 그 둘은 그 애가 예수의 환생이라 믿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기르던 고양이 중 한 마리가 죽어서 그 한 달 동안은 정말 지옥같이 보냈다. 나한테 고양이는 꽤 중요하니까.

그리고, 내게 인생 최고의 친구인 찰스가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어쩌면 ‘최고’나 ‘인생’같은 단어들은 빼는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 둘 다 몇 년간 대화를 했다 안했다를 반복했으니까. 하지만 다시 또 연락을 할 무렵이면 마치 어제 마지막으로 봤던 친구처럼 서로를 대했고, 어느 하나도 변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몇 년 간 연락이 없다가도 그 훨씬 전부터 우리 둘만 아는 시덥잖은 농담으로 다시 대화를 곧잘 시작하곤 했으니까 말이다.

찰스네 어머니가 나한테 전화했을 때 하마터면 누군지 못 알아들을 뻔 했다. 아주머니 목소리는 꽤나 쉬었는데, 마치 목소리를 잃어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 왜 그런지 몰랐지만, 자꾸만 나에게 아들이라고 부르는게 아닌가.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결국 그 시간 내내 나를 괴롭혔던 그 부분에 대해 여차저차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죽었어요?”

건너편에선 체감상 몇 시간이나 될 것 같은 침묵이 이어지며 아주머니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러더니,

“아들아, 왜 그런걸 알고 싶어하니?”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경찰들이 나에게 물어보라고 시키더냐?”

“예?” 만약 아주머니 목소리가 너무 쉬지만 않았더라면 지금 농담이라도 하나 싶었다.

“서만 형사가 나한테서 정보를 빼오라고 시켰니?”

“왜 아줌마로부터 정보를 빼내라 시키겠어요?” 내가 물었다. “찰스가 자살한거라 하지 않았어요?”

“내… 아들…” 아주머니가 끙 하더니 결국 내가 전화를 끊어버리고 싶을 만큼의 큰 흐느낌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영원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이 상황 전부가 내 속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슬펐고 나조차 울부짖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전화 너머로 더 울어댈수록, 그리고 계속 아주머니가 말했던 경찰에 관한 부분을 생각할수록 더 불안해졌다.

그래서 결국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주머니에게 사과를 드린 뒤 다른 대답이 나오기 전에 재빨리 끊어버렸다. 내 말을 들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애도하는 사람들 중 한 명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이상한 말이 돌고 있었고, 그게 이제 나에게까지 온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찰스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찰스의 죽음은 자살처럼 보였지만, 그 죽음에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여전히 그 질문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찰스는 어떻게 죽었을까?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분명 경찰 측은 그 부분을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

결국 나는 회사에 휴가를 낸 뒤 애리조나로 돌아갈 티켓을 끊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어떻게라도 돕는게 내 의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찰스네 아주머니가 전화 너머로 있었던 일 이후에 어떻게 대할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렇게까지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됐었다. 이전부터 비행을 많이 하지 않았던 털, 티켓 구매하는 사이트에서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때 그 이유로 내 이메일을 확인했어야 했으니까. 인증 메일을 확인해야 해서 몇 달 만에 드디어 처음으로 접속을 했다. 그리고 받은 메일함을 열자 (총 2,030개의 새로운 메일이 있었고, 대부분이 스팸이었다) 1주일 전에 전송된 찰스의 이름이 3줄 아래에서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이랬다:

“루크, 빨리 읽어.”

척추를 따라 한기가 훑고 내려갔다. 내 제일 친한 친구가, 그것도 얼마 전 자살한 친구가 죽기 단 며칠 전에 나한테 긴급한 이메일을 보내다니. 너무 겁나서 차마 열지 못할 지경이었다. 마치 내가 찰스를 배신이라도 한 듯, 내 안으로 죄책감이 타들어왔다. 심지어 메일을 확인하기 직전까지도, 내가 메일을 조금만 더 빨리 확인했더라면 걜 도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는 긴 시간동안 이메일 제목을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마침내 열었다:

어이 친구,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서로 연락 안 한지도 꽤 됐으니까. 근데 또 알렉스한테 이런 이야기를 할 순 없겠더라고. 걔야 뭐 항상 그래왔듯이 그냥 비웃고 말겠거니 싶었거든.

루크, 나 요즘 들어서 이상한 기억이 떠올라.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이전에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일에 대해 기억을 해낸단 말이야. 무슨 생각 하는지 알고 있어… 내가 보기에 이건 분명 그냥 꿈이 아니야. 만약 평소처럼 시니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엿이나 먹어. 나도 꿈이랑 기억력 같은건 분간할 줄 아니까. 그리고 이건 마치 기억 같다고.

왜 기억인걸 아느냐고? 내 신경을 엄청 거슬리게 하거든. 그 기억이 돌아올 쯤이면 이미 느껴져. 진짜 거지같아. 내가 기억해내는 내용이 진짜 거지같아서 그게 진짜 일어났던 일이 아니란걸 알아도 머리에 그 이미지가 떠오르면 뱃속이 완전 뒤집어져. 마치 아드레날린이 확 뻗쳐 나오는 것 같은데 꼭 내가 그 기억의 상황에 있었던 마냥 느껴진다니까. 근데 그건 사실이 아니잖아. 사실이 아니란걸 나도 알고 있어.

오늘 아침에 또 새로운 기억이 떠올랐을 때, 아담이 보였어. 걔가 실종되기 직전 학교 종강 날 그 모습 그대로 나왔어. 아니, 기억 속에서 옷이 다 찢겨져서 등장했다는 부분은 좀 달랐지만. 그리고 나… 걔가 날 보는데 완전 겁먹은 표정으로 보더라니까. 아니, 아니 내가 아니다. 그니까, 이 기억의 주인이 누구건 그 사람을 보고 있었겠지… 어쩌면 이 기억은 누구의 것도 아닐 수도 있겠다. 어떻게 다른 사람의 기억을 내가 떠올릴 수 있겠어? 지금 내가 완전 미 같겠지?

아무튼, 난 아담을 봤어, 루크. 믿기 힘들겠지만, 걔가 왜 실종됐는지 이제 알 것 같아. 끔찍해. 기억 속에서 내가 양날이 있는 도끼를 들고 있었어. 울 아빠가 창고에 쳐박아둔거랑 비슷한 종류로. 아담은 나에게서 뒷걸음질 치고 있었고, 난 그런 걔한테 다가가고 있었어.

루크, 아담이 종강 날 집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뭐였는지 기억나?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했었잖아. 근데 어딘지는 말 안 했고… 근데 난 알아. 아니, 아는 것 같아. 그 오래된 클럽 회관 근처에 있었던 것 같아. 너네 집에서 한 5km 정도 숲 속으로. 우리가 막 달려갔던 그 삼나무를 봤거든.

내가 걜 죽였어, 루크. 세상에. 아담 뿐만이 아니야. 이 모든 기억들. 내가 죽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그리고 그걸 또 하나하나 다시 체험해야 해. 근데 왜 나야? 내 머리 속에서 이미 아담, 테레사, 개럿과 폴을 죽였어. 지난 세월 동안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실종됐단 사실도 이제야 알았어. 넌 알았어? 마치 내가 그 짓을 저지른 마냥 속이 뒤틀린다고.

이 기억들은 한 일주일 전부터 시작됐나 싶어. 엄마한테 말씀 드렸더니 내가 약을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데. 약이 억누르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거라고. 뭐 대충 그런 맥락이었어. 하지만 난 이미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

일단 그 회관을 가야겠어. 아담이 살해당한 그 장소로. 걔 시신이 발견된 적이 없었으니 만약 거기서 내가 찾아낸다면? 그러면… 아, 나도 잘 모르겠어. 아니면 알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 그래도 가서 찾아봐야 해. 일단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나면 다시 연락할게.

보고 싶다 친구야.
*

그리고 그 직후, 루크는 자살하고 말았다. 현실은 마치 내 가슴에 꽂힌 칼날처럼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서로 미스터리한 분야에 빠져들곤 했었다. 만약 내가 거기에 있었다면 분명 같이 갔을 텐데. 근데, 가더라도 그 다음엔?

여전히 하루가 다 지나지 않았기에, 자꾸 집착하듯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옛 페이스북 사진들 중 찰스와 함께 했던 사진들을 쫙 훑어 보았다. 개럿이 죽기 전, 그리고 폴과 아담이 실종되기 전, 우리 모두가 함께 나온 사진 몇 장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온전히 함께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어쩐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찰스의 얼굴들에서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이상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이 아주 어두웠는데, 마치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러다 내가 찍은, 찰스만 완전 적나라하게 찍은 사진을 찾아냈다. 화장실에 들어간 찰스가 똥누는 장면을 찍으려고 갑자기 쳐들어가 찍은 사진이었는데, 당시 찰스는 변기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거울 앞에 서서 멍하니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거울이 달린 카운터에는 처방된 약병이 보였고. 왜 이전까지 그가 그렇게 거울을 응시하는 사진의 그 표정을 알아채지 못했는지 이해9가 되지 않았다. 그는 너무도 어두워 보였다.

갑자기 그가 복용하고 있던 약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머뭇거리며, 나는 핸드폰을 들어 찰스네 아주머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통화 초기에는 기분이 끔찍했지만, 아주머니는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말을 했다. 이런 저런 말 돌릴 새 없이,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찰스가 무슨 약을 먹고 있었는지 물었다. 아무런 대답 없이 끊어버리는 전화에 내가 점점 더 진실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줌마는 지금 겁에 질렸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찰스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들은 뒤 잠깐 연락을 했던 오랜 친구 중 하나인 마커스였다. 그는 언제나처럼 취한 상태였다.

“얌마, 내가 완전 까먹었지 뭐냐,” 그는 숨이 찬 듯 말했다. “찰스가 자살하기 전날 밤에 나한테 전화했었어.”

“이런 씹새끼야, 그런걸 어떻게 까먹을 수가 있냐?”

“미안 미안, 근데 걔가 너한테 뭐 말해달라 부탁한게 지금 기억난거 있지. 또 이메일을 쓸만한 상황이 아니었데. 그래서 이렇게 말하라더라고, ‘오늘 아침에 또 다른 기억이 있었어. 그리고 그 기억에서 내가 거울을 봤어. 그리고 내 모습이 보였어. 거울에 비친 내가 나를 보고 있었어.’라고.”

할 말을 잃은 채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뭔가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어떤 단어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 그리고,” 마커스가 말을 이었다. “아담을 찾았다더라… 역겹지 않냐? 그게 뭔 소리여?”

“아무것도 아니야,” 찰스네 아주머니가 전화 너머로 보였던 이상한 태도가 생각나자 나는 즉시 대답했다. “아무런 의미 없는 말이야.”







(https://wh.reddit.com/r/nosleep/comments/3pimrq/i_found_an_unopened_email_from_my_best_friend/?ref=search_posts)

[Reddit] 자살 직전 친구가 보내온 이메일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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