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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인ll조회 1514l
이 글은 7년 전 (2016/8/28) 게시물이에요
[한겨레] <싸우자 귀신아>의 귀신이 무서운 이유
티브이엔 퇴마드라마 무서운 귀신 화제
오징어 먹물로 피 만들고, 혈선 수작업 등
공들인 흔적 역력…귀신 분장 수준 높여
‘자유로 귀신’ 끔찍해 수정하기도


으악! 분장인 줄 알고 봐도 오싹하네 | 인스티즈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가 늦은 밤 적막하던 병원 복도를 맴돈다. 뭐라도 나타나는 거 아닐까, 신경이 곤두서던 찰나 멀찍이 사람이 보인다. ‘저기요, 여보세요. 여기 좀 보세요.’ 아악. 귀신이다!

10일 찾아간 서울 보라매병원 <싸우자 귀신아>(티브이엔) 촬영장은 현장 자체가 공포 영화 속 배경 같다. 11회와 12회에 나온 의사 귀신이 촬영을 기다리며 병원을 어슬렁거리자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목의 상처, 터진 핏줄까지 실제로 보니 더 섬뜩하다. <싸우자 귀신아>는 2000년 <아르엔에이>(RNA) 이후 처음 나온 퇴마드라마로 매회 주인공들이 귀신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코믹이 과해 다소 유치하지만, 평균시청률은 케이블로는 높은 3.2%(닐슨코리아 집계, 14회까지)다. 손 가리고 보게 만드는 귀신 덕이 크다. “<전설의 고향> 이후 귀신을 기다리기는 처음”이라는 댓글이 쏟아진다. 한국 드라마 사상 가장 실감나게 무서운 귀신을 표현해낸 <싸우자 귀신아>를 통해 귀신 분장의 변화를 읽었다.

■ 심의? 일단 무조건 무섭게! “일단 무섭게 갑시다!” <싸우자 귀신아>는 작정하고 시작했다. “화제가 될 만큼 무서운 귀신을 만들어보자”는 박준화 피디의 제안에 경력 15년의 안승철 분장담당 실장은 촬영 한두 달 전부터 머리를 싸맸다. 보통은 심의 등을 고려해 알아서 수위를 낮추기 마련인데, 박 피디는 분장담당자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줬다. 안 실장은 <주온> <워킹데드> 등 귀신과 좀비가 나오는 영화와 드라마는 죄다 챙겨 보며 무서운 귀신 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후배 담당자의 얼굴에 분장을 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피디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장고 끝에 내놓은 해답은 자연스러움이다. “예전에는 무서움을 강조하려고 피부는 하얗게, 피는 붉게, 눈은 찢어지게 표현했지만, 사람의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연스러움 속에서 특정 부분을 강조해 무서움을 표현하려고 했다.” 온몸에 도드라진 혈선과 흰자 많은 눈동자, 썩은 이 등을 기본으로 귀신마다 세밀한 특징을 살렸다. 2회에 나온 변태 귀신은 손톱을 위로 살짝 말아 올렸고, 이날 촬영 현장에서 만난 목을 그어 자살한 의사 귀신은 목 부분을 강조한 식이다. ‘자유로 귀신’은 입이 찢어진 부분을 실제 흔적처럼 표현했지만, 너무 끔찍하다는 반응에 그냥 피를 긋는 선에서 끝냈다.

■ 분장과 그래픽의 적절한 조화 화장→특수효과→컴퓨터그래픽으로 귀신 분장도 진화했다. 우리 드라마에서 귀신 분장은 1977년 <전설의 고향>을 시작으로 본다. 당시만 해도 소복을 입고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색조화장을 하는 게 전부였다. 특수분장은 1990년대 들어 시작했다. 1996년 <전설의 고향> ‘호녀’에서 구미호로 나온 박상아는 얼굴 전체를 뒤덮는 마스크를 썼고, ‘검룡소애’ 편에서 이무기로 출연한 최정윤은 폼 라텍스라는 특수분장용 물질을 바르고 뱀 가죽의 번들거리는 효과를 냈다.

<싸우자 귀신아>는 10년 전부터 특수분장에 활용한 실리콘 제품인 서드디그리로 진짜 피부 조직 같은 효과를 냈다. 피부에 접착제로 서드디그리를 붙이고 칼자국, 베인 자국, 화상 자국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든 뒤 그 모양대로 굳히니 실제 피부 조직처럼 느껴진다. 분장이 완성된 상태에서 촬영을 한 뒤 컴퓨터그래픽(시지)팀이 검은 연기가 피어나는 효과로 살기를 더했다.

우리나라 공포드라마에서 시지는 1994년 <엠>(문화방송)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후 과한 시지에 기대어 되레 내용에 녹아들지 못한 공포드라마들이 많았는데, <싸우자 귀신아>는 과하지 않은 사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했다. <엠>을 연출한 정세호 피디는 “당시 심은하의 눈을 파랗게 변화시키는 데만 5일이 걸렸다”고 했다. 지금은 주말 2회분을 하루 만에 만든다.

■ 피의 발견 ‘오징어 먹물’ <싸우자 귀신아>는 귀신의 분위기에 따라 피의 색감도 달리했다. 보통 귀신 드라마는 붉은 피를 주로 사용하는데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검붉은 피를 만들어냈다. 붉은 피는 예나 지금이나 ‘물엿+색조’의 조합이다.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검붉은 피는 물엿 대신 오징어 먹물을 활용했다. 안 실장은 “더 리얼하고 피의 끈적거림이 잘 표현된다”고 했다. 1회 초반 거리에 나타난 아저씨 귀신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던 피가 오징어 먹물이다.

피의 재료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1970년대는 붉은 물감을 사용했고, 이후는 일반 색소, 1990년대 들어 식용 색소가 등장했다. 뱀파이어가 공포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출몰하며 피를 먹는 신이 많아진 2010년 이후부터는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 붉은 채소의 일종인 비트 즙, 2011년 <뱀파이어 검사>에서 복분자 원액을 쓰기도 했다.

■ 수작업으로 디테일 살려 <싸우자 귀신아>의 퀄리티는 손의 힘이다. 디테일을 살리려고 하나하나 수작업을 고집했다. 이날 의사 귀신 분장은 피부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두덩에 퀭한 느낌을 살리려고 색조를 칠하고, 혈선을 그리고, 입술을 그리고, 목의 상처를 그리고, 손톱을 만드는 식으로 작업이 복잡했다. 손톱만 해도 검은 펜으로 칠한 뒤, 가짜 손톱을 붙이고 다시 색채를 덮는 등 손이 많이 갔다. 귀신 표현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는 혈선 그리기도 하나하나 얇은 붓으로 직접 그렸다. “보는 사람들은 쉬워 보이지만, 힘 조절, 길이 조절을 잘해야 해서 신경이 곤두서요.”

요즘은 에어브러시라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기계가 있지만, 수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안 실장은 “기계는 섬세함에서 손을 따라갈 수 없다. 부위와 길이에 따라 힘 조절도 달리해야 하는 등, 혈선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금껏 나온 귀신만 15명. 저마다의 사연에 따라 혈선 한 줄도 길이나 굵기 등 변화를 줘 귀신의 특징을 살렸다. 사이코패스나 악한 귀신들한테는 혈선을 그리지만,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한테는 혈선 대신 피눈물 정도로 표현한다. “가정폭력으로 죽은 아이는 일부러 어떤 것도 하지 않고 피부 화장 등으로만 표현했다”고 한다.

■ 귀신은 무술팀이 멀쩡한 사람을 귀신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30분 정도. 대개 드라마 촬영 2~3시간 전에 와서 준비한다. 그 시간 동안 꼼짝 못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 귀신도 죽을 맛이다. 한혜숙을 시작으로 김미숙, 장미희, 고소영, 송윤아까지 ‘구미호’ 등 과거 귀신 역은 신인 배우의 등용문처럼 여겨졌지만, <싸우자 귀신아>는 무술팀 소속의 액션배우들이 주로 한다. 의사 귀신 등 <싸우자 귀신아> 속 15명이 넘는 귀신들 대부분이 액션배우다. 퇴마 과정의 몸싸움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마 이야기라 주인공과 격투신이 많다. 매회 대본을 보고 가장 적절한 배우들을 논의하고, 미리 합도 맞추는 등 사전에 연습을 한다.”

검은 눈동자가 적게 보이는 특수 렌즈를 착용하니 눈이 수시로 피로해지는 등 배우들의 고충은 만만찮다. 가발을 쓰고 소복만 입고 화장만 하면 됐던 과거와 달리, 기술이 좋아질수록 배우들의 고생은 더 심해졌다. “그래도 수염 붙이느라 얼굴도 못 움직이는 사극보단 나아요.”(의사 귀신)

남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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