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힘찬이랑ll조회 236l
이 글은 7년 전 (2017/1/19) 게시물이에요



 견딜 수 없네 | 인스티즈

나희덕,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세상이 나를 잊었는가 싶을 때

날아오는 제비 한 마리 있습니다

이젠 잊혀져도 그만이다 싶을 때

갑자기 날아온 새는

내 마음 한 물결 일으켜놓고 갑니다

그러면 다시 세상 속에 살고 싶어져

모서리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지만

제비는 내 안에 깃을 접지 않고

이내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지만

새가 차고 날아간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그 여운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당신에게도 쉽게 해지는 날 없었다는 것을

그런 날 불렀을 노랫소리를






 견딜 수 없네 | 인스티즈


박이도, 한 세상

 

 

 

짧은 한평생이라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구나

 

안경알을 닦으면

희미하게 생각나는

지난 일들

 

가다가 가다가 서글퍼

주저앉으면

안경알 저쪽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짧은 희망

 

다시 가다가 문득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것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견딜 수 없네 | 인스티즈


문인수, 오후 다섯 시




내가 한 쪽으로 기우뚱, 할 때가 있다

부음을 듣는 순간 더러 그렇다

그에게 내가 지긋이 기대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그가 갑자기

밑돌처럼 빠져나간 것이다 나는 지금

오랜 세월 낡은 읍성 같다

조금 전, 오후 다섯 시에 운명했습니다” 2007119

그의 이마 쪽 초록 머리카락 한 줌

염색이 아니라 섣달

시린 바람 아래 웬 생풀처럼 나부낀다

도대체, 인생이 어디 있나, 있긴 있었나 싶을 때가 있다

나 허물어지는 중에 장난치듯

한 죽음이 오히려 생생할 때 그렇다






 견딜 수 없네 | 인스티즈


곽효환, 얼음새꽃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견딜 수 없네 | 인스티즈

정현종, 견딜 수 없네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이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신안 염전노예 사건 또 터짐335 색지05.04 23:45109659
유머·감동 월 고정비 5만원대 초 미니멀리즘 부부172 하라구우11:3540700 15
이슈·소식 제빙기 관리자가 아아 안마시는 충격적인 이유193 사다함10:1355225 28
이슈·소식 후방주의)어린이날 남초 동인 행사 근황151 ㅇㄷㅇ13:0822861 14
이슈·소식 하나님이 동성애 안된다고 성경에 썼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다고 하는 놈들 중에150 굿데이_희진8:4349736 25
어이 없음) 미국에서 욕 많이 먹은 사진 한장 성우야♡ 16:32 149 0
튠보정 하나도 안한 라이브로 레전드 찍은 아이돌 행보카기를 16:21 932 0
'범죄도시4' 700만 뚫었다, 김무열 홍보요정 톡톡 nownow0302 16:13 875 0
(걸그룹 여자친구) 폭우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무대에 대한 소중함 화이트 핑크 15:59 919 0
어제자 논란인 된 금쪽이 장면12 꽉버트 15:50 6766 0
서울청년월세지원 잘아는익있니ㅠㅠ 급해2 가입해쑤요 15:37 2751 0
아이돌한테 팬들과의 소통은 중요한지 아닌지 논란50 잘지내는거맞 15:18 8036 1
한국노래 표절로 떼돈버는 대만가수38 은하별 15:14 8136 3
하이브-단월드보다 심각한 EBS부사장-신천지5 호로로로롤ㄹ 15:09 6350 7
"아이돌이면 소통 좀 해" 전소연 코어팬 일침…비난 확산30 우우아아 15:05 13632 5
국힙원탑 아이유 어린이날 근황26 t0ninam 15:04 10435 15
방금 스스로 한심하다고 글쓴 여시야 950107 15:04 1126 0
2002와 2022년 포르투갈전 슬라이딩 재현.gif 사랑을먹고자 15:04 739 0
"우리 애는 연휴에 밖도 안 나가고 약속도 없고 집에서 컴퓨터로 뭐하는건지 모르겠어..3 민초의나라 15:00 9934 1
뭘 좀 아는 분이 찍은 듯한 여친 시점 브이로그.jpg1 더스퍼츠 14:41 8641 0
학대받고 버려진 경계선 지능 아동에게 손 내민 '누구도 안 할 일' 한 게임회사5 solio 14:40 5002 3
패셔너블한 시밀러룩으로 인기 많았던 벨라 하디드-마크 칼만1 데이비드썸원 14:39 6238 0
포항항3 네가 꽃이 되었 14:39 500 0
생활비만 있으면 은둔형 생활이 가능한가?3 성우야♡ 14:39 3107 0
친구와 함께 여행갔다. 식물인간된 사건근황 더보이즈 영 14:39 353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