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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오빠ll조회 835l
이 글은 7년 전 (2017/1/24) 게시물이에요




문창과 김남우 교수의 수업은 재미있다. 
가끔은 머리 아픈 수업내용에서 벗어나, 즉석에서 이야기를 창작해 들려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 뭐?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
" 네! 여름이잖아요! 공포물은 어떻게 창작하시는지 궁금해요! "


김남우 교수는 '음~' 허공을 응시하며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고, 학생들의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거렸다. 교수님이 허락해줄까? 말까?
곧,


" 한 여자애가 있었어. "
" 와~! "


학생들은 성공이다, 작게 환호하며 집중했다.
김남우 교수는 피식 웃으며,


" 이건 진~짜 진짜 무서운 이야기니까 집중하고 들어야 돼! "
" 네-! "


" 자~ 그 여자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작은 회사의 경리로 들어가 일을 했는데, 그 회사에는 모두 남자들뿐이었어. 어느 날-! 점심시간에 다 같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부장님과 대리님이 '복권방'에 로또를 사러 들어갔어. 마침 여자애도 지갑에 넣어두고 확인을 안 했던 로또가 생각나 따라 들어갔지. 근데, 이 여자애는 몰랐던 거야. 자기 복권이 1등에 당첨됐다는 걸 말이야! "


" 엇! "


학생들의 눈이 조금 커졌다. 김남우 교수는 한번 둘러보며 씩 웃어준 뒤,


" 복권방에는 담배 연기가 가득했고, 스포츠 토토를 도박처럼 즐기는 아저씨들 무리가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어. 여자애는 담배 연기에 살짝 인상을 쓰다가, 늙은 주인에게 확인해 달라며 1등 로또를 그냥 건네줘 버렸어! 늙은 주인은 생각 없이 기계에 로또를 스캔하러 넣었다가-, "


[ 이, 일등...! 로또 1등 당첨!! ] 


" 자기도 모르게 크게 소리치고 말았지! 시끄러운 가게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어. 여자애는 눈이 동그래져서, "


[ 정말요?! 정말 1등이에요?! ] 


" 늙은 주인은 넋이 나간 듯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지. 손에 그 로또를 꼬옥 쥐고서 말이야. 로또방에 모든 사람들의 눈이 그곳으로 향했지! "


여기까지 말한 김남우 교수는 잠시 멈추고, 긴장한 얼굴의 학생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학생들이 의아해할 때, 아주 작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 자~, 사람들은 축하해줬고, 여자애는 그 자리에서 부장님께 허락을 구해 바로 조퇴하고 당첨금을 찾으러 갔어. "
" 아...? "


학생들의 미간이 살짝 좁아지며 갸웃했다. 김남우 교수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가,


" 은행으로 간 여자애는~, 당첨금을 모두 오만원권 현금으로 바꿨어. 특이한 경우지? 영화처럼 집에서 한번 뿌려보고 싶었다나? 그리고 집으로 가는데, 가난한 버릇이 들어서 지하철을 타러 간 거야 글쎄! 돈도 많으니 택시 타고 가도 될 텐데 말이야 하하. 아무튼, 지하철 자리에 앉아 가방을 품에 소중히 품고서 룰루랄라 했는데~, 아뿔싸! 지퍼가 터지면서 오만원권 돈다발이 바닥으로 쏟아진 거야! "
" 아!! "


" 지하철에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졌지! 여자애는 얼른 5만원권 돈다발을 주워 담았어. 주우려고 몸을 숙이다가 또 쏟아지고, 다시 자세를 가다듬어 숙여 줍고, 담고 담고... 그게 한 다발만 해도 오백만 원이거든! 지하철 칸 안에 사람들이 모두 그 여자애만 쳐다봤어. 아마 평생 그런 돈다발을 직접 본 적이 없었을걸? 다행히 여자애는 내릴 역에 도착하기 전에 수습을 끝내고 열차에서 내렸어. 그리고... "


여기까지 말한 김남우 교수는 다시 한번 말을 멈추고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그 침묵에, 학생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 그리고요...? "


김남우 교수는 학생들의 집중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 자~, 가방을 여미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여자애는, 곧장 오만원권으로 집안을 도배했어. 침대에 오만원권을 뿌려놓고 그 틈에서 수영을 하고 인증샷을 찍으며 놀았어. "
" ?? "


학생들은 기대감이 빗나간 얼굴이 되었다. 김남우 교수는 살짝 입꼬리만 한번 올리고 계속,


" 그리고 그 인증샷들을, 가장 친한 베스트 프렌드 한 명에게만 보냈어. 로또 당첨돼서 오만원권으로 이불 덮고 잔다고 자랑했지! 그 친구와는 10년도 넘는 사이였어. 그러자, 곧장 베프친구는 여자애의 집으로 가겠다고 했지! "
" 아! "


여기까지 말한 김남우 교수는 또다시 말을 멈추고 학생들의 얼굴을 살폈다. 잠시 뒤,


" 둘이서 함께 돈 위에서 신나게 놀았지! 여자애는 그 자리에서 친구에게 1억 원을 주었고, 친구는 고맙다며 껴안고, 그동안 힘들었던 시절을 얘기하며 밤새도록 울며불며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어.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그날 이후 여자애는 자신의 인생을 즐겼어! 가장 먼저 돈이 없어 못 하던 레저스포츠들을 즐기러 돌아다녔지! "
" ?? "


갑작스러운 이야기의 전환에, 학생들의 얼굴이 살짝 갸웃했다. 김남우 교수는 그 반응을 무시하며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는,


" 원래 그런 걸 좋아하는 아이였거든.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행글라이더~ 스킨스쿠버~ 온갖 레저는 다 즐기고 다녔지. 문제는, '열기구'를 체험하러 갔을 때였어. 산을 지나가다가 그만, 열기구의 한쪽 줄이 끊어지고 만 거야! 수습하려고 나선 교관이 실수로 미끄러져 지상으로 떨어져버리고, 얼마 뒤 균형을 잃은 열기구가 산속에 추락하고 말았어! "
" 으아... "


" 다행히 열기구가 나무에 먼저 걸려서 여자애가 죽지는 않았지만, 땅바닥으로 떨어지며 기절을 하고 말았지. 깨어났을 땐 이미 산에 어둠이 짙었어. 여자애는 무섭고, 아프고, 또 정말 추웠어. 하늘거리는 얇은 원피스 차림이었는데, 떨어지면서 여기저기 찢겨나가고, 온몸엔 생채기가 잔뜩이었지. 여자애는 오들오들 떨면서 무작정 걸었어. 산에서 조난당했을 때의 방법 같은 건 아무것도 몰랐어. 무작정 아래로 내려가면 되겠지 생각하고 걸었겠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 "
" 으.. "


" 꼬박 이틀을 산에서 헤맸어. 거친 산길을 돌아다니며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됐고, 밤이면 추위에 떨며 얼어 죽을까 겁에 질렸지. 배고픔은 또 어때? 이틀동안 먹은 음식이라곤, 참지 못해서 막 주워 먹은 이상한 버섯 하나뿐이야. 그걸 먹고 속을 게워내고, 다시 또 허기와 목마름에 지쳐 녹조와 불순물들이 가득한 고인 물을 떠 마셨다가 헛구역질을 하고... "
" 으으으~! "


" 정말 정신이 오락가락할 때에 기적처럼, 나무로 된 작은 창고 건물을 발견했어! 인간의 손길이 닿은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쓰러져 잠들었지. 기운이 없었거든. 그런데 얼마 뒤... 그 산에 버섯을 캐러 온 40대의 '최씨 아저씨'가, 창고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란 거야! 웬 젊은 아가씨가 창고에 누워 잠들어 있으니까! 최씨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서 여자애를 관찰했어. 신발도 없어 맨발이 드러나 있고, 얇은 원피스는 군데군데 찢겨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지. 침을 꿀꺽 삼킨 최씨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어. "
" 으... "


여기까지 말한 김남우 교수는 또다시 말을 멈추고 학생들의 얼굴을 살폈다. 몇몇 학생들의 얼굴에 인상이 쓰이는 게 보였다.
학생들은 또다시 멈춰진 이야기에 살짝 고개를 갸웃했고, 김남우 교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 자~, 그렇게 최씨의 도움으로 여자애는 목숨을 구했어! 집으로 돌아온 여자애는 은혜를 갚기 위해 최씨에게 1억을 건넸고, 최씨는 그 돈으로 산채 비빔밥 장사를 했다는~ 이야기! "


김남우 교수는 말을 마치며 박수를 '짝!' 쳤다. 학생들의 얼굴은 황당해졌다.


" 엑? 끝이에요? "
" 아 뭐야, 끝난 거예요?? "


김남우 교수는 그냥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학생들은 야유했다!


" 아 뭐예요~ 교수님! 무서운 이야기라면서요~! "
" 맞아! 이게 무슨 무서운 이야기야~! "


학생들의 야유에, 김남우 교수는 되물었다. 


" 무서운 이야기 맞잖아? "
" 네?? "


학생들이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미간을 좁히자, 김남우 교수가 무표정하게 되물었다.


" 이야기를 들으면서 중간중간, 무슨 상상들을 했어? 앞으로 무슨 일들이 벌어질 거라 상상했지? "
" 그야~... "


" 너희들이 한 그 상상들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
" ... "


" 너희들이 상상했던 그 이야기들이, 너희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야. 이런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지. 너희들이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거야. 정말, 끔찍하게 무서운 이야기 아니야? "



" ...... "




학생들은 침묵했다. 정말 무서운 이야기가 맞았구나.


오늘의 유머 - 복날은간다 님 단편선




[단편] 김남우 교수의 무서운 이야기.txt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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