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려진 늑대인간 문별과 예쁨받는것이 익숙한 뱀파이어 휘인
우리는 태생이 가까이 할 수 없는 혈통들이었고,
동족들에게조차 버려진 내가,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공주처럼 사는 너를 마주쳤을때의 박탈감과 상대적 모멸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뭐야 이건?"
"...꺼져."
잔뜩 꾸미고 나가는 그 애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제대로 씻지도 못해 꼬질한 내모습.
누가 봐도 나약한 모습을 하고도 같잖은 센척을 하며 내뱉은 그말을
그 애는 듣지도 못한듯 지나쳐 갔다.
' 흡혈귀들. 더러워서 피한다, 내가.'
그러나 다시 어둠속에 몸을 숨기자 내 머릿속에 와락 달려든건 왜인지 내 깔끔하게 꾸민 모습을 그 애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다음날)
"뭐야? 늑대인간이잖아? 꺄악- 불결해. "
"천한 짐승이 어딜... 가까이 가지말자."
지들은 뭐 그렇게 잘났다고. 허옇기만 한 주제에 잘난 체 하기는.
나는 그 애가 살고 있는 동네에 무작정 찾아가 지나가는 뱀파이어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몇 시간이나 기다렸을까, 여느때처럼 주변에 잔뜩 사람들을 몰고 그 애가 나타났다.
창백한 뱀파이어들 사이에 따뜻하고 혈색이 도는 나는 바로 눈에 띄었는지, 그 애의 시선은 곧장 나를 향했다.
"....?"
다른 흡혈귀들과 다른, 그 애의, 시선을 사로잡는 무언가 때문에 난 잠시 말을 잃었다가 간신히 준비해 간 세 글자를 뱉어냈다.
"친구...해."
어떻게 준비하고 뱉어낸 세 글자인데, 그 애의 눈길이 내게 닿은 것도 잠시, 그 애 주변의 다른 흡혈귀들이 빨리 가자며 난리법석을 떨어대는 통에 나는 그 애로부터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나는 너를 기다리기로 했다.
웃기는 일이다. 친형제들, 동족들이 나를 버리고 떠났을 때 다시는, 그 누구도 믿지 않기로 했었는데.
철천지원수 간인 뱀파이어 하나에 이렇게 강한 끌림을 느끼다니.
깊은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늑대가 버린 늑대, 너 맞지? "
그 애가 다가와 나를 보고 있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나는 화들짝 놀라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 늑대들이 너, 질투했나보다."
"아름다워, 너."
"네 말대로 친구부터 시작해. 딱 한 달 줄거야. 네가 나를 친구로 느끼지 못하게 되는 시간."
"그다음부터는 네 애인할래."
이제는 동족조차 버린 나, 가 아니다.
오직 나만을 바라봐 주는 네가 있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늑대인간이다.
2. 뱀파이어가 된지 얼마 안된 박보영과 소꿉친구인 늑대인간 전지현
"선배에~~에헤헤."
저...저... 저놈의 기지배. 아무데서나 끼부리고 다닌다, 또. 미치겠네.
뱀파이어 된 이후로 오백배는 더 예뻐졌는데 저러기까지 하면 어쩌자는거야.
나는 저 멀리서 선배들에게 각종 애교란 애교는 다 부리고 있는 박보영을 째려보며 다리를 달달 떨고 있었다.
"야. 저 멍청한 놈이 너한테 반해서, 좋다고 따라다니면 뒷수습은 누가해?"
"네가!"
해맑다 못해 투명한 너의 머릿속에서 나온듯한 말에, 기가 찬 내가 박보영 지지배를 째려보자
"네가 하면되지~~ 내가 젤~~사랑하는 지현이!"
"...진짜 제일 사랑해?"
여자끼리 친구면 당연히 할 수 있는, 뻔한 얘기인걸 알면서도 내 화는 누그러진다.
늘 이런식이었다. 지독히 일방적인 관계.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어느날 뱀파이어에게 공격당해 뱀파이어가 된 내 소꿉친구 박보영.
뱀파이어와는 다르게 우리 늑대인간은 뱀파이어 근처에 가면 위험하다. 뱀파이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운이 늑대인간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영이가 뱀파이어가 된 이후에도 나는 보영이 근처에서 멀어질 수 없었다.
보름에 한번 지독한 열을 앓아야 하지만, 그것보다 보영이를 못보는게 더 아팠기 때문이다.
(다음날)
"꺄~ 해준이 너, 너무 잘생겨진거 아니야?"
신이시여. 왜 저렇게 아무에게나 사랑을 퍼부어주는 여자를 사랑하게 하는 시련을 주신거죠.
남자들에게 너무 친근하게 대하는 그 버릇을 매일 지적하지만, 내 그런 말은 하루도 안되어서 잊혀지곤 한다.
박보영 진짜. 너도 한번 느껴봐야 돼, 정말.
나는 정말 오랫만에 딱붙는 원피스와 화장품을 꺼내며 중얼거렸다.
오... 반응이 생각보다 핫하다.
오랫만에 빡세게 꾸미고 온 나를 보고 잠깐 놀라더니 오늘 예쁘네? 하고 말던 박보영은,
남자선배 옆에 딱 붙어 되도 않는 미소와 얌전한 표정으로 생글대는 내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몰랐지? 늑대도 여우과야, 요것아.
나를 조금이라도 여자로 보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해진 나는 선배의 손끝에 내 손을 갖다대고 이리저리 장난을 치다가 다정히 인사를 하며 일어서는 것으로 연기를 끝냈다.
"전지현."
"왜에~언니 바쁘다, 지금."
"너 아까 그선배한테 관심있어?"
"음... 그런것 같기도 하고... 멋있잖아, 그오빠."
평소와 다르게 성을 붙여 이름을 부르는 박보영의 목소리를 의식하며 고개를 숙이고 과제하는 척을 하던 나는 옆에 서있는 보영이가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이상해 황급히 보영이를 보았다.
"뭐야, 박보영! 왜울어?"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 씩씩대며 울고 있는 보영이.
"나도 모르겠단 말이야. 나땜에 한달에 두번씩이나 앓는 너를 멀리해야 되는건지,
아니면 남자 손잡고 있는 너한테 질투나니까 아파도 내꺼 해달라고 해야되는건지."
"너, 친구해도 내 옆에 있으면 계속 아플거잖아. 이기적인거 아는데, 아픈날 해달라는거 다 해줄테니까, 내 여자친구..하면 안돼?"
웃음이 나왔다.
조금씩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이었다.
너도 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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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오모....왠닐이니 증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