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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에 대한 제목+내용 검색 결과
큐랑둥이ll조회 1852l
이 글은 6년 전 (2017/9/10) 게시물이에요


모든 리뷰에는 개개인의 주관이 담겨있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웹진 아이돌로지 이번 여름 6-8월 발매 앨범 리뷰 모음 [지디엑소이효리소시레벨악뮤마마무워너원위너엔씨티블핑등등] | 인스티즈

김윤하

각자 다른 콘셉트를 담은 다섯 곡의 ‘요즘 스타일’ 보이 팝 모음집. 국민 프로듀서님들을 위해 준비된 ‘콘셉트 평가’를 위한 곡들이라는 설정이 썩 잘 어울린다. 상큼함에서 섹시함, 작고 귀여운 소품에서 규모가 느껴지는 다소 웅장한 곡까지 특별히 처지는 부분 없이 깔끔하게 담겼다. ‘열어줘’나 ‘I Know You Know’ 같은 경우 문득문득 좀 더 숙련된 퍼포머들이 소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하지만, 프로그램 형식상 그 미숙함마저 사랑 받을 것을 알기에 말을 줄이게 된다. 드디어 자신만의 톤을 찾은 권현빈과 ‘Oh Little Girl’을 통해 부각된 정세운의 포근하고 여유로운 보컬이 반갑고, 숙련된 멤버들의 조합은 물론 애절함과 폭발력 모두를 갖춘 ‘Never’는 올 상반기 발표된 보이 그룹 노래 가운데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곡이다.


미묘

역설적이게도 101〉의 컴필레이션은 작년에 이어 케이팝 씬의 스펙트럼을 스냅샷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이미 데뷔해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이 아니기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프로듀서들의 욕심이 조금 더 반영되는, 그래서 씬의 ‘바로 지금’보다는 살짝 더 나아가는 자리이기도 하다. 트로피컬과 퓨처 R&B 등의 트렌디한 스타일 요소들이 가요적인 원형과 만나는 지점에서 아주 조금 더 팝 (또는 장르) 방향으로 치우친다. 그리고, 작년의 예를 볼 때 이는 시장의 흐름에도 꽤나 영향을 미친다. 다만 작년보다 좀 더 기성곡 느낌이 강한 것은 역시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가진 시장성의 차이일까. 현재 활동 중인 그룹이 타이틀로 소화하기에 다소 미묘할 듯한 ‘Oh Little Girl’을 듣는 것이 제법 신선하게 다가오고, ‘Never Ever’, ‘I Know You Know’는 직접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는 곡은 무대가 한껏 연극적으로 꾸며진 ‘Show Time’과 클리셰들을 충실하고도 알차게 조합한 ‘열어줘’.


심댱

말 많고 탈 많은 쇼였지만 그래도 남는 건 노래와 무대다. 과도한 경쟁과 상품화, ‘악마의 편집’으로 이 프로그램을 비판만 하기에는, 연습생의 꿈과 빛나는 시간을 대중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프로듀스 101〉은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콘셉트 평가곡 다섯 트랙으로 채워져 있는 “35 Boys 5 Concepts”는 에너제틱, 부드러운 러브송, 섹시 등등 남자 아이돌이라면 한 번쯤 해볼 법한 콘셉트의 총합판이었다. 노래가 다소 밋밋하게 들릴지라도 괜찮다. 당신이 좋아하는 연습생의 개인 캠 혹은 끌리는 곡의 무대를 본다면 노래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청 트랙은 'Oh Little Girl'이다. 산뜻한 정세운과 부드러운 이건희의 보이스를 주축으로 곡의 정서가 매끄럽게 진행된다. 배진영의 소년 같은 보컬, 플레디스 최민기의 안정적인 미성, 이의웅의 재치 있는 랩, 무대를 보면 납득 가능한 박지훈의 ‘아이돌력’, 돋보이기 위해 장미 소품을 가져온 안형섭의 야망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듀스 101 연습생들은 무대를 서 봤다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작더라도 자기 파트를 제대로 소화해 본 경험은 그들이 아이돌을 하건, 혹여 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인생에 큰 의미를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하지 못했지만 ‘Show Time’ 커버를 통해 노래를 잘 해석해냈던 FNC 유회승을 보면 쇼 이후에도 이들의 시간은 계속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워너원보다 더 큰 꿈을 꿀 그들을 응원한다.

웹진 아이돌로지 이번 여름 6-8월 발매 앨범 리뷰 모음 [지디엑소이효리소시레벨악뮤마마무워너원위너엔씨티블핑등등] | 인스티즈

심댱

파워댄스곡을 기대했는데 '월화수목금토일'을 선공개곡으로 내는 등 청하는 대중의 예상을 늘 빗나간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프로듀스 101〉에서 ‘Bang Bang Bang’을 매력적으로 췄던 솔로 디바보다 더 많은 것 같다. 그에게는 ‘우주먼지’처럼 섬세한 감성도 있고 ‘Why Don't You Know’처럼 트로피컬 사운드에 몸을 맡기는 아티스트도 있다. 청하의 온도와 색채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Hands On Me”는 청하를 알고 있다 생각했던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앨범이다. 멋진 디바가 될 수도 있고 깨끗한 감성을 노래하는 발라더도 될 수 있다. 소속사의 애정 어린 프로듀싱을 받고 첫걸음을 내딛은 청하를 보면 응원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 그녀에게는 정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심은보(GDB)

M&H의 첫 음악가이자, 유일하게 내놓을 수 있는 음악가인 만큼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전체적으로 청하의 매력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가득하다. 테오필러스 런던(Theophilus London)의 ‘Big Spender’를 빌려온 'Hands on Me', 트로피컬 하우스 풍의 'Why Don't You Know'는 청하의 가장 확실한 무기인 댄서로의 이미지를 심화한다. 두 발라드곡 '우주먼지'와 '월화수목금토일' 또한 아이오아이(I.O.I) 시절부터 주목받았던 청하의 음색을 확실히 선보인다. 여러모로 청하를 향한 소속사의 무한한 애정과 믿음을 느낄 수 있는 앨범. 다만, 'Why Don't You Know'에 왜 넉살의 랩 피처링이 필요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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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지드래곤의 매력 중 하나는 위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대체로 위악적이지만 동시에 ‘Intro. 권지용’처럼 느긋한 점은 이 EP가 제법 힘을 뺀 농담처럼 들리게 한다. 특유의 ‘좀 이상한 사람 연기’나, 랩을 쓰듯 음악 요소를 주물러 넣는 재치 역시 예전처럼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지만 뭉근하게 배어 있어, 필사적인 승부작이라기보다 ‘원래 그런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 아쉬운 건 그 ‘힘 뺌’이 늘 좀 있던 고연령 지향 코드와 만나면서 인간 권지용의 상을 조금 낡은 것으로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승리랑 친해”라는데 어쩌라고요”, “평화 빼기 하나”, “개집에? Mi Casa?”, “자체발광이 직업병이래” 같은 라인을 쓰는 사람이 노사연, 신신애를 들먹이는 것도 모자라 “씨 발라 먹어”, “신곡” 같은 아재 개그까지 해야만 하는가 하는 얘기다. 와중에, ‘무제’가 보여주는 드라마적이고 묵직하게 서늘한 감성에 주목한다. 빅뱅의 발라드성 트랙들과는 도무지 타협될 수 없으리라 싶을 정도의 장르적 차이를 보이는데, 지드래곤의 짓궂음과 감성 모두가 빛날 수 있는 어떤 지점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심은보(GDB)

“권지용”의 모든 곡이 음악적으로도 내용 면으로도 갈 길을 잃은 채 방황한다. 자신의 감정을 파편화하여 뿌려 놓은 가사는 어떤 맥락도 포함하지 않는다. 랩을 뱉는 방법, 발음 등, 지드래곤이 래퍼로 가진 매력은 어느 때보다 짙게 묻어나지만, 음악의 맥락 부재를 해결할 정도는 아니다. USB를 통해 모태를 표현한 디자인이나, 링크를 통해 여러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형태는 흥미롭지만, 디자인은 결국 콘텐츠 자체에 설득력이 있어야 의미가 생기는 법이다. 그가 래퍼로서, 음악가로서 신선한 매력을 가졌던 때가 있었기에 'Outro. 신곡(神曲) (Divina Commedia)'같은 올드한 곡이 더욱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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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마크, 마크, 마크. 들을 거리 디테일이 많아서 전체적으로도 훌륭하고 흥미로운 곡이지만, 이 곡의 가장 좋은 순간을 꼽자면 모두 마크의 랩 버스다. 이제까지 SM 아이돌의 래퍼란 ‘뭔가 걸출한 다른 능력이 있어서 아이돌이 됐지만 보컬 포지션은 될 수 없었던 멤버’라는 어영부영한 인상이 있었다면, 마크는 의심의 여지 없이 래퍼다운 래퍼이다. 더 나아가, 그는 국내 힙합에 별로 빚진 것이 없는, 국내 레퍼런스가 없는 듯한 랩을 한다. 앞서 데뷔한 아이돌 래퍼들의 대부분의 좋은 점이 아이돌성에, 그리고 나쁜 점은 ‘국힙’ 레거시에 있음을 기억해볼 때, 마크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하다.


오요

한국 대중가요 시장에서의 성공을 노렸다면 이것보다 안전한 선택지가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Cherry Bomb’-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콘셉트, 전혀 ‘대중적’이지 않으며 멜로디의 후렴이 확실하지도 않은 ‘난해한’ 힙합 트랙-을 들려 보낸 이유는 이 그룹이 지향하는 바가 국내가 아닌 해외여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NCT 127은 NCT의 서울 팀이 아닌가, 대체 서울 기반이라는 점이 이 팀의 정체성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여러모로 의문만 커져간다. 그와 별개로 ‘Cherry Bomb’은 준수한 힙합 트랙이다. 지저분함을 의도했으나 SM의 케이팝 필터를 통과하며 거친 면들이 많이 갈려 나가긴 했어도 확실히 ‘쿵’하는 베이스 드랍이 터질 때의 그 쾌감이 존재한다. 이것은 케이팝에서 상당히 드물게 경험하는 종류의 소리다.


햄촤

지금 케이팝 씬에서 가장 이상한 보이그룹을 꼽으라 하면 단연 NCT 127이다. ‘Cherry Bomb’은 무거운 비트와 어딘지 음울한 멜로디가 겹쳐진 분위기만으로도 아이돌 그룹의 타이틀곡으로 하기엔 엉뚱한 노래다. 반복적인 “빨리빨리 피해 right cherry bomb feel it yum”과 “I’m the biggest hit on the stage” 구절이 후렴구처럼 자리하고, 그 사이 사이 랩과 보컬 파트가 교차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파트 분배는 1세대 아이돌 시절에도 보기 드물었을만큼 몇 멤버들에게 편중되어 있다. 제목에 ‘Bomb’이란 단어가 들어가지만 정작 노래는 무언가 터질 듯 긴장감을 계속 쌓으면서도 과거 SMP처럼 웅장하게 폭발하는 지점이 없다. 멤버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보컬이나 랩이 아닌 별개의 악기 또는 음향효과처럼 쓰인다는 기분도 드는데, 랩을 맡은 마크나 태용의 목소리가 기타와 베이스라면 보컬의 도영과 태일 등의 목소리는 바이올린이나 첼로라도 된 마냥 뚜렷이 대비된다. 앞서 언급한 반복되는 구절이 그 대비를 상쇄하는 구분선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계속해서 어려워 보이는 길을 굳이 고르는 SM의 고집이 어디까지 갈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듣는 입장에선 매번 신선한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Cherry Bomb’과는 달리 보컬 멤버들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0 Mile’이나 ‘Sun & Moon’같은 곡과 여름에 어울리는 ‘Summer 127’처럼 흥겹게 즐길 수 있는 곡들도 균형 있게 채워져 있으니 그룹에 일말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앨범 전체를 들어주길.

웹진 아이돌로지 이번 여름 6-8월 발매 앨범 리뷰 모음 [지디엑소이효리소시레벨악뮤마마무워너원위너엔씨티블핑등등] | 인스티즈

랜디

전작 ‘불장난’이 너무나도 걸출한 트랙이었기에 약간의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마지막처럼’도 꽤나 밝고 신나는, 괜찮은 클럽튠이다. 이제까지 발표한 노래 중에 가장 가볍고 만만하게 춤출 수 있는 느낌을 줘서 빅뱅의 커리어로 비교하자면 ‘마지막 인사’ 같은 위치일 듯하다. 후렴 내내 보컬 멜로디에 따라붙는 같은 음계의 신스에서는 노래방 반주 같은 느낌마저 나는데, 그게 이제까지 블랙핑크의 댄스곡에서 풍기던 어둡고 묵직한 느낌을 희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큰 덩어리로 들어간 리사의 영어 랩이 식상함을 덜어낸다.


심은보(GDB)

블랙핑크가 지난 싱글들을 통해 챙긴 몇 가지 이미지가 있다면, 이 곡은 ‘붐바야’의 뒤를 잇는다. 이게 전부다. ‘붐바야’가 추세를 반영하려는 일말의 노력이라도 했다면, ‘마지막처럼’의 모든 요소는 시대를 역행한다. 이는 후렴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마치 10년 전 공영방송 끝곡 같은 소리 디자인과 리듬을 듣고 있다 보면, 이 음악이 2017년에 나온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리사의 넘치는 재능을 이것 밖에 못 쓰는 것도 YG의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다.


햄촤

YG가 자신들이 잘 하는 것을 고집스럽게 지키려 할 때 다소 심통 사납고 재수없어 보일지언정, 다른 기획사와 그룹이 쉬이 흉내내지 못하는 그들만의 노하우는 그 자체로 스왜그였다. 반대로 YG가 보편적 의미의 가요 영역으로 발을 딛을 때엔 어딘지 촌스러워지면서 약점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는데, ‘마지막처럼’은 그 경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노래다. ‘휘파람’과 ‘불장난’에서 보여주었던 블랙핑크만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는 듯하던 도입부에서 갑작스레 ‘추억의 롤라장’스러운 사운드와 멜로디의 후렴구 전환은 다소 당황스럽다. 여전히 대중에게 2NE1의 자장 아래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를 상쇄하기 위함이었을까. 변화라 하기엔 딱히 트렌디한 방향도, 기존 걸그룹들이 하지 않았던 새로운 콘셉트로의 시도도 아닌 어중간한 지점에 머무른다는 점은 아쉽다. 무엇보다 기존 곡들과의 이질감이 가장 먼저 다가오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처럼’은 캐치하고 흥겨운 노래. 제니와 로제의 매력적인 음색은 생각보다 다양한 장르에 어울릴 스펙트럼을 갖고 있고, 강렬하고 짧은 리사의 랩 파트는 노래 속 많은 단점을 상쇄하는 상쾌한 한 방이다. 여름 한 철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댄스곡도 드물 것이다.

웹진 아이돌로지 이번 여름 6-8월 발매 앨범 리뷰 모음 [지디엑소이효리소시레벨악뮤마마무워너원위너엔씨티블핑등등] | 인스티즈

미묘

마마무의 음반을 들을 때 가장 즐거운 점과 아쉬운 점 모두, 멤버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은 듯한 인상에 있다. “Purple” 역시 상당한 욕심이 엿보이지만 그것이 어딘가에 도달하다 마는 지점 또한 자꾸 눈에 띈다. 그러나 아쉬움으로 몇 번을 듣다 보면 다소의 삐걱임은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의 마치 ‘복잡한 건 넘어가자’는 듯이 팽팽한 기세 속에 제쳐지기도 한다. 남는 것은 2009년경을 연상시키는 가사의 디테일과 질감인데, 이 역시 ‘아재개그’를 듣고 있자면 어쩐지 고개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안 그래도 유쾌한 마마무가 부러 개그 욕심을 내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기는 하다.) 아저씨들과 놀아드리는 것처럼 들리는 이 곡의 틈새로 “죽여, 죽여”, “아재, 아재” 같은 목소리가 들려오거나, “아저씨군”이 마치 낙인을 찍는 듯이 들리기도 한다. 끼는 많지만 모범생이라 아저씨 말씀 착실히 잘 듣고 배운 20대 같은 인물상에, 일종의 카무플라주로서의 효용이 엿보이는 순간. 앨범 전반의 다소간 덜 세련된, 보다 첨단의 것으로 마감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정서들이 오히려 가능성으로 변하기도 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은 한참 일찍 치고 들어가는 못갖춘마디나, “아주 건방져” 같은 표현, 그리고 그것이 다른 라인들과 대구를 이루는 관계가 재미있다. 처음엔 ‘요즘 유행하는 트로피컬도 한 곡쯤’ 정도로만 들리던 ‘Finally’도, 가요적인(또는 RBW적인) 명쾌함이 성숙한 질감 속에 흐르다가는 굉장히 케이팝스러운 랩이 화룡점정을 찍는 쾌감이 매력적이다.

웹진 아이돌로지 이번 여름 6-8월 발매 앨범 리뷰 모음 [지디엑소이효리소시레벨악뮤마마무워너원위너엔씨티블핑등등] | 인스티즈

랜디

이제까지 에이핑크가 여러 번 그랬듯 S.E.S.의 길을 따르는 노래를 들고 나왔다. 멜로디나 악기 소스에서 S.E.S.가 90년대 후반 일본에서 내놓은 곡들을 많이 떠오르게 한다. 특히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와요 와요 와요 와” 하며 거꾸로 내려오는 Fm 스케일, “둘이서 함께 바라보고 있던”(F-E-Am-Bb/C7) 같은 코드워크, “잠시만 너와 내가”에 겹쳐 등장하는 휘슬 같은 연음 신스 라인 등은 S.E.S.가 99년에 내놓은 “Reach Out” 앨범의 ‘めぐりあう世界’나 ‘(愛)という名の誇り’(모두 시마노 사토리 작곡)과 많이 유사하다. 그러나 에이핑크의 이전 곡들이 그랬듯, 레퍼런스는 분명하나 그를 넘어서지는 못하는 아쉬운 결과물이다. S.E.S.의 곡은 바다의 고음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멜로디에 그럴 만한 당위성이 있었는데, ‘Five’는 그저 높은 음으로 시작하기 위해서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멜로디라는 인상이 강하다. 에이핑크가 이제 와서 ‘가창력’으로 인정받아야 할 일은 별로 없는데, 이런 수를 둬야만 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미묘

‘Five’는 ‘Luv’와 매우 흡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예스럽다. 수록곡인 ‘콕콕’의 다소 미래적인 분위기마저도 90년대의 미래주의를 강하게 연상시키고, 에이핑크를 참조한 현재의 걸그룹 씬을 참조한 듯한 ‘좋아요!’ 역시 ‘에이핑크보다도 오래된 에이핑크’ 같은 질감을 낸다. 물론 비판점이기도 하지만, 보다 조심스러운 조율을 바탕으로 EP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에이핑크스러움’을 보다 깊게 파고 든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다소 화가 날 정도로 전형적인 ‘Always’가 어쩔 수 없이 마음을 파고드는 데에서 확신으로 변한다. 개인적으로는 “Pink Blossom” 시절의 산뜻함이나 “Pink Memory” 시절의 성숙 노선을 좀 더 보고 싶은 미련도 남지만, 에이핑크가 뚝심의 심화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점만큼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쯤 되면 일종의 ‘장인정신’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런지.


햄촤

걸그룹에게 연차가 늘어난다는 것의 의미는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보다는 잃을 것들을 더 염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에이핑크의 여섯 번째 미니앨범은 그룹이 여태까지 해온 스타일을 탄탄하게 다지는 데에 그 의의가 있으며, 길을 걷다 흘려 들어도 에이핑크의 노래임을 알 수 있는 선명한 색깔의 타이틀곡 ‘Five’는 그에 충실한 결과물이다. 허나 발전과 변화가 없다고 오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다른 멤버들과 메인 보컬 정은지의 파트가 명료하게 구분/비교되었던 초창기를 생각하면 지금의 에이핑크는 여섯 명의 목소리가 적재적소에 균형 있게 배치되어 서로를 의지하며 동시에 서로를 받쳐주는, 오랜 시간 호흡을 함께 맞춰온 그룹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을 주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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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하나같이 무뚝뚝한 사운드들로 팽팽한 긴장을 끌어 나가다, 프리코러스에선 공간을 넓혀 곧 이어질 폭발을 예고한 뒤, 정작 후렴에선 다시 긴장을 조인 채 다른 세계로 날아가버린다. 시종일관 어느 것 하나 나긋나긋하지 않고 청자의 욕구를 풀어주지 않는 채로 싸늘하게 이어지는데, 그것이 충실한 쾌감을 이끌어낸다. 프리코러스의 반복적인 멜로디가 다소 지나치게 채워져 있다는 인상도 받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그것도 좋은 긴장을 부여한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모듈러 신스의 대안문명 같은 분위기를 선보이는데, 한동안 내려놓은 듯했던 보아의 트랜스휴먼 노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더 넓혀버리는 것이 또한 반갑게 다가온다. 싱글이라서 너무 아쉬운 것도 간만에 느껴보는 기분.


햄촤

‘Camo’는 오래전 ‘Valenti’나 ‘My Name’과 같은 화려함이나 긴박한 퍼포먼스, 숨이 차도록 고음역대를 가성과 진성으로 오가는 곡예 같은 멜로디는 없다. 대신 보아는 둔탁하게 울려 퍼지는 박자에 정교하고 자연스러운 퍼포먼스와 노래를 얹어내며 마치 수준 높은 피겨 스케이트 갈라쇼를 보는 듯한 기분을 제공한다. 여전히 고난이도의 미션을 소화하면서도 터무니 없이 쉬워 보이도록 착각하게끔 완성해내는 보아는 여태껏 자신이 해왔던 것들, 자신이 잘하는 것들을 여전히 잊지 않고, 또 잃지 않고 있다. 그에게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염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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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Come Back Home’이 2017년에 나오면 이럴 것이다, 하는 기대를 그대로 재연해냈다. 원래부터 트랩 곡이었던 것처럼 적당한 옷이다. 서태지가 부르던 첫 버스(verse)를 제이홉이 특유의 톤으로 잘 살려내서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중간중간 원곡의 익숙한 라인과 멜로디가 새로 쓴 파트와 교차하며 즐거움을 준다. 방탄소년단의 초기작들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청소년에게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제의 노래를 골랐다는 것이 꽤 잘 어울리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그 메시지가 첫 번째 코러스 뒤에 들어오는 랩 버스로 흐려지는 기색이 있는데, ‘트로피’나 ‘가문의 영광’ 등 방탄소년단의 커리어적 성공을 연상하게 하는 가사가 원곡이 전달하던 계도적 메시지나 위로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이런 점은 이들의 전작 ‘Not Today’에서도 관찰된 바 있다. ‘방탄 스왜그’를 어떡하면 더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심댱

서태지의 데뷔 25주년 기념 리메이크 프로젝트 “타임: 트래블러 (Time: Traveler)”의 첫 번째 곡, ‘Come Back Home’이다. 원곡 특유의 후렴구와 베이스라인, 비트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방탄소년단화’했다. 불안한 청춘을 노래하는 방탄소년단이기에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20세기에 갈 곳 잃은 분노를 쏟아내던 청춘은 21세기의 불안한 미래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의 길을 걸어간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달라졌지만 곡의 화자는 그대로인 것 같다. 곡의 생명력과, 이 곡을 자기 스타일로 소화해 낸 방탄소년단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복잡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질주하는 한 사람, 그의 손안에 잡힌 카세트테이프가 인상적인 뮤직비디오도 볼만하다.


오요

서태지와 아이들의 원곡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사운드가 조금 더 세련돼졌다는 것 외에는 곡의 구성도, 전반적인 분위기도 비슷하다. 원곡이 대중음악사에서 기념비적인 곡으로 평가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이 곡이 발표되었던 시기가 1995년이라는 점, 그전까지 한국에 알려지지 않았던 갱스터랩이라는 장르를 거의 최초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에 이 리메이크곡이 갖는 가치와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선뜻 파악하기 쉽지 않다.

웹진 아이돌로지 이번 여름 6-8월 발매 앨범 리뷰 모음 [지디엑소이효리소시레벨악뮤마마무워너원위너엔씨티블핑등등] | 인스티즈

이효리 Black

미묘

‘덜어냄’과 ‘색다른 음악’을 동시에 추구하는 앨범. 대중적 측면에선 두 가지 모두 조금 격할 정도로 밀어붙인 셈인데, 마음의 향방이 덜 정리된 채로 마무리됐다는 인상이 강하다. 장식적 요소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확실하게 기능하는 것도 아니며, 필시 의도적으로 뻣뻣하게 연출된 보컬도 담백과 어색 사이를 종종 표류한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발을 내디딘 것도 의미 있지만, (수록곡들에서 더 안정적으로 매력을 전달하는 작곡과 편곡에 비해) 특히 가사는 너무 편안하게만 쓰여졌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과거의 나’와의 화해, 나이와 변화에 대한 부담 같은 주제들은 대중이 이효리의 송라이팅에서 당연히 가장 먼저 기대할 것들인 동시에, ‘미스코리아’에서도 설득력 있게 전개했던 것들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효리가 젊은 날에 대한 연민과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만을 자꾸 이야기하는 걸 듣는 것도 조금 마음 아픈데, 이를 정 다루겠다면 좀 더 멀리 나가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Black’에서 ‘검은 머리, 검은 눈’의 ‘나’가 ‘어두운 세상’과 대립-적대관계로 설정돼 있지 않다는 점만은 마음속에 길게 남는다. 마치 ‘세상도 어둡고 나도 어둡지만 그런 게 나’ 또는 ‘나도 어둡고 세상도 어두우니 OK’같은 긍정은, 이효리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낙천적인 단단함의 단초다.


심댱

대중문화의 아이콘, 그리고 서울인이었던 이효리가 외부인의 시각으로 노래한다. 화려함으로 가득했던 공간과 시간을 벗어나 관조하는 느낌의 앨범이다. 키워드는 ‘Back to Basic’. 굳이 화려하게 보이려 하지 않아도 내면의 힘으로 반짝이고 있다. ‘예쁘다’의 멜로디에 자연스레 얹어낸 그의 목소리나 ‘변하지 않는 건’ 속 날카롭게 자기 생각을 남기는 모습 모두 이효리가 생각하는 이효리이며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화장과 염색으로 가려왔던 아티스트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다. 내면이 단단해진 아티스트가 얼만큼 자신을 드러내는지 들여다볼 만한 앨범이다.

웹진 아이돌로지 이번 여름 6-8월 발매 앨범 리뷰 모음 [지디엑소이효리소시레벨악뮤마마무워너원위너엔씨티블핑등등] | 인스티즈

레드벨벳 the red summer

랜디

‘빨간 맛’은 올여름 나온 트랙 중에 가장 묵직한 임팩트로 여름과 정면승부하고 있는 곡이다. 코드 옮김이 거의 없는 A 메이저의 곡으로, 후렴으로 시작하는 첫 여섯 마디까지 A 베이스 하나만 놓고 리듬으로 때리다가 7번째 마디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코드워크가 F#m-E-D-A라는 초단순한 진행이다. 이런 무지막지함이 목소리를 쥐었다 놓는 레드벨벳의 보컬 처리, 그리고 코드 변화 직전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화성과 어울려 파괴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전까지 레드벨벳의 여름이란, 청량함 가운데에도 약간의 기괴함을 섞어 서늘한 매력을 선보이는 면이 있었던 것을 기억할 때에, 이런 노골적인 여름송은 레드벨벳답지 않다고 여기는 팬들도 있을 법하다. SM의 A&R은 이 노래가 레드벨벳의 대표곡이 돼도 정말 괜찮은 걸까? 좋은 곡이지만, 꽤 중대한 방향 선회 같아서 속내가 궁금해진다.


미묘

귀엽고 엉뚱하고 상큼하고 부산스러우며 턱밑에서 손을 찰랑대는 외양이지만, 가만히 듣고 있자면 무척 선동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곡이 ‘빨간 맛’이다. 레드벨벳 특유의 CM송 분위기 속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을 선언하는 순간이 거의 위풍당당하다고 해야 할 정도다. 전작들의 한켠에서 가슴 철렁한 감성을 담아내던 일렉트로팝 기조는 댄스뮤직 전통의 클리셰들을 쭉쭉 끌어오는 ‘You Better Know’를 통해 이번엔 2번 트랙에서 보다 화려하고 자신감 넘치는 기색으로 터져 나온다. 나직한 목소리와 공간감 큰 화성이 여유롭지만 차르르 넘어가는 필름처럼 스피디한 ‘여름빛’도 인상적이다. 이런 트랙들이 의미하는 바는 “The Red Summer”가 단지 귀엽고 생기발랄한 걸그룹 레드벨벳의 여름 스페셜 앨범에 그치지 않고, ‘소녀적’ 외양 속에서 보다 당당하고 강렬한 퍼포머로서의 성숙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댱

SNS에서 ‘레드벨벳에 속아 여름을 좋아하지 말자’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The Red Summer”는 여름의 낭만적이고 빛나는 부분만 선별해 담아 놓은, 매력적인 앨범이다. 그런데 이건 레드벨벳의 여름일까? 아니면 SM이 그리고 싶은 여름일까? 확신할 수 없다. 확실한 건 다채로운 리듬에 반짝거리는 SM의 포장지 속 레드벨벳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청 트랙은 ‘Zoo’와 ‘바다가 들려’다. 전자는 과일 맛 레드벨벳이 아닌 열대우림 속 그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낯선 공간 속에서 만난 사랑을 원초적인 감각으로 표현한다. ‘바다가 들려’는 더운 바람이 지나간 저녁 바다를 거닐며, 아른아른 발을 적시는 파도처럼 일렁이는 감정을 노래하는 화자가 보인다. 레드벨벳이 들려주는 잔잔한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걸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산뜻하고 아름다운 여름 한 조각. 이 앨범과 함께라면 무더운 여름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오요

‘빨간 맛(Red Flavor)’은 ‘이제 여름 하면 레드벨벳이다’라고 선언하는 것 같은, 상당히 의욕 넘치는 트랙이다. 확실한 리듬을 뼈대로 베이스를 부스터 삼아 끝까지 시원하게 뻗어 나간다. 앨범의 수록곡들도 준수하지만 확실히 ‘빨간 맛(Red Flavor)’만큼의 질주감과 짜릿함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어쩌면 이것이 수록곡의 미덕일 수도 있겠지만.)


햄촤

‘빨간 맛’은 티저 때부터 드러난 비비드한 색감과 열대 풍의 이미지부터 데뷔곡 ‘행복’을 연상시켜 반가웠는데, 곡의 분위기 역시 기존 활동곡 중 이와 가장 유사한 인상을 준다. 쉴 새 없이 통통 튀면서 반복되는 반주 위에 팡파레마냥 울리는 다섯 명의 화음은 돌림노래처럼 곡의 여백을 끊없이 채워 넣으며, 후반부에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웬디의 고음은 단순히 기술로서의 가창력만이 아닌, 거침없이 써 내려 가는 노래 위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게 찍히는 느낌표다. 소녀시대의 ‘Party’나 f(x)의 ‘Hot Summer’에 이은 SM 걸그룹의 여름 시즌송 리스트에 넣기에 손색없으며, 앞으로 레드벨벳이 신흥 여름 음원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마저 품게 만드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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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artist

심댱

자의식이 강하게 반짝거린다. 아티스트가 자기만의 세계를 보여줄 때 종종 청자를 소외시키곤 하는데 지코의 음악은 청자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자기 세계를 곧장 들이댄다. 그의 특징이라면 타인에게 향할 가시를 자기를 향해 돌리는 것처럼 보이는 강도 높은 자아 성찰이다. 발랄한 'Artist'보다는 그의 자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천재'와 'ANTI'가 더 진하게 남는 건 왤까? 자기의 재능이 오래 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모습이 악동 같아 보이는 그의 진짜 모습인가 들여다보고 싶었다. 내면의 불안함마저도 음악으로 유려하게 다듬는 그의 다양한 얼굴을 보고 싶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20대, 그중에서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꾼은 드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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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the war

김윤하

무시무시한 음반판매량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엑소는 마치 슬로건을 바꿔 달 듯 매해 음악적 방향성을 바꿔왔다. 2015년 ‘Call Me Baby’, ‘Love Me Right’으로 그루비한 훵키함을, 2016년에는 ‘Monster’와 ‘Lotto’로 일그러진 네오-SMP를 선보였던 이들은 2017년 ‘Ko Ko Bop’을 선택했다. 레게 사운드를 칠 아웃 풍으로 미끈하게 블렌딩한 노래는 그간 비교적 안전한 길을 걸어오던 그룹 역사를 고려하면 꽤 과감한 행보처럼 보인다. 자칫 삐끗할 수도 있는 상황, 언더독스, 런던노이즈, 켄지 등 익숙한 이름들과 어느덧 활동 5년 차에 접어든 멤버들의 능숙함이 균형을 잡는다. 타이틀 곡을 제외하면 다소 익숙한 수록곡들의 면면에서 오랜 시간 업계 정상을 누리고 있는 이들의 여유가 자연스레 묻어난다. ‘전쟁’이라는 호전적인 제목을 붙인 이유가 의문스러울 정도.


랜디

엑소가 오랜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 타이틀곡 ‘Ko Ko Bop’은 치열한 여름 댄스 차트에 놀랍게도, 하나도 급할 것 없다는 듯, 리듬부터 하우스도 댄스홀도 아닌 정말 그냥 레게를 깔아 놓는다. 이렇게 칠링한 노래는 예상치 못했어서 한 번 놀라고, 그런 노래도 차트 꼭대기에 올려놓고 마는 그룹과 팬덤의 공력에 또 한 번 놀란다. 중견 그룹으로서, 이제 치열한 분위기는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여유를 점하려는 기획은 아니었을까 추측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넘치지 않으면서도 후텁지근한, 작년부터 이어온 여름 음악 트렌드를 잘 반영한 앨범이다. 타이틀곡보다는 좀 더 시원하고 청량한 노래를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What U do?’를 들어보시라.


미묘

SM이 자꾸, 여름 시즌 맞이 비정규작인 척하면서 진검을 내놓고 있다. 느긋한 듯하기도 하지만 상당히 기합이 들어간 앨범으로, 특히 엑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몽상적인 공간감과 비현실적인 종류의 어두움, 무거운 비트, 그리고 보컬의 화성으로 화려한 광택을 내는 수법은 조합하면 엑소의 시그니처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엑소가 지금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카드인 ‘까리함’을 만들어내는 공식이기도 하다. 또한 기획 방식이나 그룹의 기믹, 팬들의 성향과도 긴밀하게 연관된 것이라 웬만해선 따라 하기도 어려운 성질의 것이다. 자극적인 사운드와 낯선 선택으로 힘을 밀어붙이는 ‘Ko Ko Bop’ 외에도, ‘Love Me Right’ 등에서 보였던 밝은 화려함마저도 이번 앨범의 공식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증명 같은 ‘What U do?’, 자극적인 사운드와 드라마틱한 전개의 ‘소름’과 ‘내가 미쳐’ 등이 묵직한 걸음걸이로 느껴진다.


심댱

트랙 구성이 미끈하게 잘 빠져 있는 준수한 앨범이다. 엑소만의 컬러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앨범이기에, 단일음원을 듣기보다는 앨범 전곡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엑소의 잠재력을 살펴볼 수 있다. 첸과 백현, 찬열이 작사에 직접 참여하면서 '엑소가 해석하는 엑소'라는 컬러가 추가되었다. 멤버들의 스킬도 전체적으로 향상되어 그들이 해석할 수 있는 정서의 깊이가 더욱 깊어졌다. 이번에 눈에 띄는 보컬은 찬열과 카이다. 찬열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정확해진 발음과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메시지를 또렷하게 전달한다. ‘Forever’나 그가 작사와 랩 메이킹에 참여한 ‘소름’ 등에서 곡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그의 보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카이는 그룹의 컬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센터이지만, 랩과 보컬을 소화할 수 있는 멤버이기도 하다. ‘너의 손짓’에서 무드를 주도하는 그의 보컬을 들어보면 솔로로서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은 5년 차 그룹이다. 지금 엑소가 증명하고 있는 것은 건재함보다는 그들의 역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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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hola hola

김윤하

리메이크곡 포함 총 여섯 곡의 수록곡 가운데 세 곡이 기발표 곡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듣기도 전에 이미 좀 질리는 게 아닐까 싶지만 천만의 말씀. 카드의 열대 마약 파티는 비록 그것이 이미 익숙한 라인업이라 할지라도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Oh NaNa’ 이후 ‘Hola Hola’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하락하는 뒷심이 아쉽기는 하지만 모든 곡들을 한데 모아 놓고 듣는 재미만으로 이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다. 머리 위 끝없는 물음표를 띄우게 만드는 리메이크곡 ‘난 멈추지 않는다’의 새삼스러움와 90년대적 의문의 들뜸의 정수를 갈아 넣은 마지막 곡 ‘Living Good’까지, 적당히 수치스러운 2017년의 MSG로 손색이 없다.


랜디

케이팝 다크호스 카드가 드디어 정식 데뷔를 이뤄냈다. 남미에서 특히 반응이 뜨거웠던 그룹인 만큼, 정식 데뷔곡인 ‘Hola Hola’에서는 남미권을 의식한 제목과 가사임이 드러난다. 곡을 거듭해 발매할수록 멜로디가 점점 더 국제적인 트로피컬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는데, 세련된 느낌도 있지만 데뷔곡이었던 ‘Oh NaNa’의 멜로디를 기억하는 입장으로서는 조금 아쉽다. ‘Oh NaNa’가 워낙, 멜로디에 한국가요적인 통속성이 살아있으면서도 여름 분위기 신스와 하우스 비트를 적당하게 접목한 좋은 곡이었어서 말이다.


햄촤

흥미로운 세 곡의 프리-데뷔 과정과 정식 데뷔 전 북남미를 비롯한 해외 투어라는 전대미문의 커리어를 거쳐 마침내 미니앨범을 발매한 카드의 ‘Hola Hola’. ‘Oh Nana’나 ‘Don’t Recall’에서 보여주었던 차갑고 예민한 이미지를 덜어내고, 한여름에 어울리는 사운드에 가볍고 흥겨운 분위기를 더해 좀 더 쉽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의 정식 데뷔곡이다. 그 옛날 DSP 대선배 격 그룹인 잼(ZAM)의 ‘난 멈추지 않는다’가 리메이크되어 실려 있는데, 너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 한 나머지 원곡이 지닌 에센스를 다 휘발시켰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 트랙 ‘Living Good’은 데뷔의 기쁨과 그간의 소회를 담아낸 듯한 곡인데, 다소 사적인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곡의 퀄리티는 여느 곡 못지않게 탄탄하니 카드에게 관심이 있다면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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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summer episode

심댱

머릿속에서만 떠돌던 소소한 이야기를 멋드러진 음악으로 들려주는 악동뮤지션이 두 가지 시선을 들고 컴백했다. ‘My Darling’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악동뮤지션이라면, ‘Dinosaur’는 제목처럼 상상하지 못했던 악동뮤지션이 있다. 어릴 적 꿈속에서 공룡을 보았던 그때의 충격은, 악동뮤지션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어쿠스틱함-일상 속에서 찾아낸 재기발랄한 가사, 포근한 보컬 톤-과 투명한 EDM 사운드와의 만남으로 연결되어 신선함을 자아낸다. “사춘기” 이후의 악동뮤지션은 ‘가사는 담백하게, 음악은 특별하게’ 보여주려고 한다. 그들의 예민한 감각이 새로운 장르를 만나게 되면 어떤 새로운 합이 나올지 궁금하다.


햄촤

‘Dinosaur’는 유년 시절 모종의 사건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한, 어떤 트라우마를 공룡에 비유한 듯한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다. 누구라도 겪은 어린 시절 자기만의 어두운 경험에 대한 은유라고 봐도 좋은데, 악동뮤지션은 이 심플한 노래 한 곡으로 그 기억을 돌아보게끔 만들어준다. 리뷰를 하는 입장에서 무책임한 말이지만 악동뮤지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항상 ‘아무렴 어때’라는 생각이 든다. 장점도 단점도 굳이 말하고 싶지 않도록 듣는 이를 게으르게 만들어버리는 힘이 있다고 할까. 혹자는 악동뮤지션 가사 속 세계가 ‘성장하지 않는다’며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음악 세계는 유년 혹은 사춘기에 머물러있고자 하기보단, 그 시절의 소중했던 감정들을 잊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기록해두는 과정에 놓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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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

뉴이스트는 뭐니 뭐니 해도 음악은 늘 좋았고, 그것도 상당히 힘이 들어가 있는 편이었다. 일종의 번외작인 셈이지만 힘은 많이 뺀 싱글이다. 생활감 있는 내추럴 계통의 사운드와 착실한 비트는 특히 최근의 타이틀들을 생각하면 사뭇 느긋하게 들린다. (물론 여러 맥락에서 간절하게 들리는 가사의 내용과는 별개다.) 그렇다고 뉴이스트의 디스코그래피를 해칠 정도로 ‘맥 빠진’ 트랙은 아니다. 가성을 많이 활용하는 멜로디라인과 조금은 묵직한 랩이 페어를 이룸으로써 섹션과 섹션에 대조감을 부여하고, 귓가를 자극하는 질감의 디테일들이 마냥 나긋나긋하지만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꾸려진 듯한, 조금은 뮤지컬처럼 느껴지는 시간 감각도 지루함을 덜어준다. 프로듀스 101〉과 얽혀 전작들이 재조명되기도 한 시점에서, ‘봐라, 뉴이스트는 이런 걸 하는 팀!’ 같은 무시무시한 트랙을 떨궈줬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으나, 조금은 숨을 고르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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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전작 ‘Fingertip’에서 그룹 색의 큰 방향 선회가 느껴져서 기대했는데, 여름이 오니 예의 그 자리로 돌아와 있다. 그러나 일본 서브컬처 어디선가 수입해온 듯한, 시골로 떠나는 여름방학의 그립고도 청량한 느낌이란 분명 매력적이고, 제작 측에서도 이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2015년 여름에 발매한 ‘오늘부터 우리는’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은 2017년의 여름 미니.


미묘

‘귀를 기울이면’은 ‘오늘부터 우리는’의 공식을 이어간다. 산뜻하고 가벼운 듯이 나가지만 실은 격정적이고 슬픈 노래다. 복합적인 감정이라고도, 또는 구간에 따라 감정선이 다르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것도 여자친구의 서브컬처 친화적인 인상에 일조하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면 ‘귀를 기울이면’의 다소 애매한 구석(을 느꼈다면)이 납득된다. “널 향한 설레임을”의 격하고 단호하며 숨찬 후렴이 비해 “어디서든 들려와”는 유하고 서정적이다. 그것은 가요계에 대중적으로 꼭 필요한 만큼만 세련된, 이 프로덕션의 성향에 의해 조금 아쉬운 영역으로 떨어진다. 특유의 질감이 비장한 단조일 때는 최소한의 무난함을 충족하지만, 밝으면서 서정적일 때는 이야기가 좀 다르기 때문이다. 버스가 슬프기보다는 뽕끼 있는 가벼움이라면, 다소 어수선할 수 있는 프리코러스는 버스의 질감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수선하다. 후렴은 후반 은하와 유주 파트에서야 절정을 맞으며 그 멜로디의 질감은 조금 고루하다. (다만 후렴 멜로디의 리듬만큼은 힘차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리듬과 가사만으로 외치며 ‘응원’할 땐 꽤 격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것이 고려사항이었다면 말이다.) 활기차긴 하지만 조금 저연령 대상처럼 느껴지는 안무도 아쉬움을 남기는 가운데, 귓가에 손을 대고 몸을 돌리는 안무만을 기억하고 넘어가고 싶다.


오요

여자친구 특유의 비장미가 감도는 일본풍 팝으로 가득 채운 앨범을 들고 나왔다. 여름을 겨냥하고 나온 앨범이라고는 하지만 이전작들과 큰 차이점은 없다. 다만 이 장르로 일가를 이룬 그룹답게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도 고르게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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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나일 로저스의 손길이 닿은 듯한 ‘Love Me Love Me’의 찰진 디스코 그루브와 ‘Island’의 트로피컬은 미국뿐 아니라 케이팝 전반에서 몇 년째 되풀이되는 지겨운 여름 공식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강승윤의 보컬과 미노의 랩이 흘러나오는 바로 그 첫 소절들에서 이미 불안감은 완벽히 일소된다. 유려한 보컬과 여유로운 랩의 자연스러운 어울림과 진행들, 전체적으로 다른 아이돌들에게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몸에 밴 듯한 레이드백 정서는 결국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라는 당연한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그룹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은 이승훈의 성장은 특히 반갑다. 이제껏 위너의 이름으로 나왔던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완벽한 릴리즈가 아닐까.


랜디

위너는 현재 자신들 커리어의 가장 좋은 시기를 지내고 있는 듯 하다. 전작 ‘Really Really’의 성공을 이어가려는 듯 ‘Love Me Love Me’는 같은 스트럭쳐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으나, 멜로디와 사운드 텍스쳐가 달라서 신선하게 들을 수 있다. 다음 트랙인 ‘Island’도 듣기 좋은 칠링 트랙임은 마찬가지다. 주제를 연주하는 신스 브라스는 자칫 코믹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잘 눌러놓은 금관 사운드가 오히려 반짝이는 트로피컬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해외에서 조망하는 케이팝의 주된 매력은 주로 기계처럼 빈틈 없는 퍼포먼스나 전 트랙 음량이 빼곡한 사운드 등, 일명 '빡셈'이고, 이는 지난 몇 년 간 레트로나 느슨함을 지향하던 팝시장의 여름과는 거리가 있다. 위너는 이 씬에서 유독 눈에 띄는 ‘여유’가 있는 모습으로 이런 음악을 소화하고 있다. 각자의 캐릭터도 안정화 되어있어, 데뷔 초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여파가 남아있던 그 때보다 지금이 더 완벽한 ‘보이밴드’다워 보인다.


햄촤

전작 ‘Really Really’의 성공에 굳히기를 들어가려는 듯 사뭇 닮은 분위기의 ‘Love me Love Me’와 여름 느낌 물씬 풍기는 ‘Island’를 내놓았다. 아무래도 ‘Really Really’가 각인된 만큼 비교가 쉽게 된다는 약점은 필연적이지만, 전작보다 조금 더 레트로한 분위기와 흥을 더해 시즌송으로서 전략적인 면도 고려하면서 여전히 멤버 간의 목소리 대비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늘어지지 않도록 본론만 간략하게 쳐낸 듯한 편곡이 돋보이는 두 곡이다. 공백기를 최대한 줄이고 가을-겨울 시즌에 어울리는 곡으로 기세를 이어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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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편곡이니 사운드니 하는 것들은 이번엔 잠깐 접어두고 싶다. 음악적으로 할 말이 없는 앨범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통상적인 걸그룹 음악에 비해 스타일과 요소가 많아 귀가 바쁘지만 그 어떤 부자연스러움도 느껴지지 않고 매끄러운 건 놀라운 일이다. 프로듀서들이 걸그룹에 다양한 장르나 요소의 배치를 꺼리는 이유는 특히 보컬 파트에서 그만큼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인데, 소시는 빼어난 리드보컬을 중심으로 음악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서브보컬들의 노련함으로 그 부담을 정면돌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팀이다. 걸그룹 시대를 연 그들의 걸어온 길과 성과를 요약적이고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음악들과 함께, 그들로부터 모든 게 시작되었지만 아직은 여전히 그들이 정상인 이유를 확인시키는 앨범이기도 하다.


랜디

10주년을 축하하는 듯 잘 만든 화려함으로 가득한, 듣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앨범. 레트로한 훵키함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소녀시대의 지난 10년을 다 반영하고 있다기보다는 현역의 웰메이드 앨범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 부분에는 그래서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는데, 이전에 같은 회사의 다른 남자 그룹들이 10주년을 맞았을 때는 이보다 성대한 세레모니가 있지 않았던가, 하는 기분이 들어서이다. 앨범이 좋은 것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그 앨범을 좀 더 거하게 축하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걸그룹의 수많은 처음을 써내려온 그 소녀시대라면 말이다. 그들의 10년 중에는 분명 MSG를 팍팍 친 자극적인 서브컬처 컨텍스트도 있었고, 연차가 높아질 때도 놓지 못 하던 ‘남자 응원가’ 같은 가사 등의 요소도 있었지만, 이들이 ‘걸그룹이 했을 때 대중에 받아들여지는 음악과 콘셉트’의 지경을 넓혀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좀 더 요란하게 축하하고 싶었음은 걸그룹의 커리어라는 것 자체가 힘세고 멋진 것으로 재조명 되었으면 했던 마음이었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사운드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Fan’을, 데뷔 초의 90년대 M2M 느낌의 발라드가 그리운 분들에게는 ‘Only One’을 추천한다.


미묘

잘 만든 앨범이라기보다는 잘하는 사람들이 잘하는 앨범이다. ‘소원을 말해봐’부터 이어진 ‘소녀시대 빡셈의 역사’의 측면에선 아쉬운 이도 있을 수 있겠다. 조금은 느긋한 공기가 있는 것도 사실. 그러나 그것이 콘텐츠의 루즈함을 의미하진 않는다. 전체가 매끄럽게 마무리됨으로써 차라리 인상 쓰지 않고도 완벽을 기할 수 있는 현재를 과시하듯 증명하고, 동시에 ‘굳이 티 내지 않아도’ 착실한 진보를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Only One’, ‘One Last Time’은 소녀시대의 앨범트랙을 즐기면서도 어딘지 아쉬워해야 했던 이들에게 단단한 자기중심과 강화된 세련미로 성숙을 보여준다. ‘Fan’은 분절과 덜컹임의 미학을 휘둘러온 프로듀서 켄지가 물 흐르듯 매끄러운 진행을 선보이면서도 분절이 갖는 음악적 효과를 여전히 유지할 수 있음을 시험한다. ‘Light Up the Sky’는 케이팝 일본 활동에서 국내로 (특히 걸그룹이) 이식하기 힘들었던, 당당하고 선동적인 발라드성의 미드템포로, 동종의 일본 활동곡들에 비해 달콤하지만 큰 스케일과 위엄을 소화할 수 있는 10년 차의 자신감을 엿보게 한다. 무엇보다 케이팝의 원류들을 랜덤하게 양분한 뒤 한껏 유쾌하게 노는 듯한 ‘All Night’과 ‘Holiday’가, 좀처럼 주눅들 것 같지 않은 캐릭터의 소녀시대가 10년간을 쌓아 올린 즐거움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햄촤

첫 트랙 ‘Girls Are Back’의 전주 부분을 듣자마자 만족스러운 앨범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고, 청음이 끝날 때까지 그 감정이 유지되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금까지 따로 또 같이 활동해온 그들의 서사와 맥락을 굳이 생각하지 않고 음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선사할 완성도 높은 앨범. 레트로한 사운드의 ‘All Night’과 ‘Party’의 속편 같은 ‘Holiday’를 비롯 딱히 빠지는 곡을 꼽기 어려우며 어떤 곡이 가장 좋은지를 골라내는 데에도 심사숙고를 거칠 만하다. 유닛 활동이나 솔로 활동에서의 데자뷔 현상을 일으키는 지점들이 곡마다 숨겨져 있어, 그간의 비-완전체 활동이 단지 각자의 커리어뿐만 아닌 최종적으로 팀워크 강화의 목표로서 수렴되는 듯, 파트의 역할이나 비중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목소리가 적재적소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템포의 곡들이라는 점을 굳이 약점으로 꼽을 수 있을까. 앨범 중간에서 시원한 보컬로 귀를 트이게 해주는 ‘One Last Time’과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Light Up the Sky’만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웹진 아이돌로지 이번 여름 6-8월 발매 앨범 리뷰 모음 [지디엑소이효리소시레벨악뮤마마무워너원위너엔씨티블핑등등] | 인스티즈


김영대

긍정적인 건 정상급 팀이 갖춰야 할 재능을 모자람 없이 확인시켰다는 것이고, 아쉬운 것은 그 이상의 도드라진 한방을 들려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방송 이후 첫 EP 녹음까지 지독하게도 짧았던 준비기간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음악들은 대부분 장르의 공식들을 모범적으로 따르고 있고, 보컬이나 퍼포먼스 전반에서 딱히 어떤 흠결을 찾기는 어렵다. 캐릭터와 재능이 확실한 그룹인만큼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음악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랜디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시청하지는 않았지만 이 프로그램과 그룹의 뜨거운 인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과연 101명 중 뽑힌 멤버들이구나 싶도록 끼도 감각도 출중해 보인다. 제작 기간과 과정에 비해 적당히 트렌디한 음악과 재기 넘치는 안무 등으로 준수한 아이돌 그룹의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 되는 것은, 이 그룹의 행보 그 자체보다 일명 ‘국민 프로듀서들’에게 공개된 이런 제작 과정이 업계 표준이라도 돼 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돌 제작이 철저한 분업이라고는 하지만, 쉴 새 없이 방송 출연을 하며 한 달 반 만에 더블 타이틀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당연히 빠듯했다. 아무래도 단기성 프로젝트이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아웃풋을 만들려는 이유겠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낸 음악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여타의 제작자들이 이것을 기준 삼아 모방하려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 워너원이 이만큼 선방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인기 방송의 결과물 프로젝트이고, 그 101명에서 뽑힐 정도로 경쟁력 있는 재원들의 재능을 갈아 넣어 시청자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지, 레디메이드 음악을 짧은 시간에 무대로 옮기는 것이 괜찮아서는 아닐 것이다.


심댱

지금 가장 뜨거운 그룹, 워너원의 첫 미니앨범이다. 대중이 뽑은 11명의 밸런스가 고르지 않은 건 아닐까 내심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한 것 같다. 워너원은 대중이 흔히 소비해 온 아이돌 코드와 강한 인지도를 활용해 현 세대 가장 대중적인 보이그룹이 되었기 때문이다. ‘활활(Burn It Up)’의 통속적인 가사나 요즘 유행하는 사운드로 다듬어진 ‘Energetic’을 듣자면 참신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하지만 노래를 뚫고 나오는 보컬이나 뮤직비디오의 빗속 군무 등을 접하고 나면 워너원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개개인의 매력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워너원이 앞으로의 활동에서 얼마나 많이 개개인을 어필하고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시작점부터 뜨거웠으니 다음 행보도 ‘활활’ 타오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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