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방안
눈떠버린 텅 빈 방안에는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만이 소리 내 채워준다
누군가의 출입이 끊어진지 오래인 것 같은 방안에는
미라와 같은 내가 침대에 누워있을뿐
익숙해져버린 고요와 같은 무관심에
나는 점점 더 웅크러져간다
더욱 선명해지는 건 현재가 아닌 과거의 기억일 뿐이기에
내일이 아니라 어제이기에
혹시라도 누가 문 두드려도 잊지 못한 너일까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차오를 뿐이었다
증식
깊은 하루의 끝을 빠져나올 수 있을는지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짙어져갔지만
그렇다할 대답은 없었다
지쳐가는 연속의 나날만이 하루는 그날 끝나는 게 아니라
이어져 계속 쌓아올려진다고 알려줄 뿐이었다
나라는 고독이 당신을 집어삼키는 동안에도
당신은 미래의 걱정, 현재의 걱정으로 둘러쌓여
내가 삼켰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사라졌다
당신이라는 나약한 존재가 그렇게 사라졌고
사라진 만큼의 새로운 걱정이 더해져
두려움은 더 커질 뿐
봄바람
봄바람처럼 당신이 다가왔기에
나도 봄바람을 환히 맞이했어요
살며시 내 옆에 앉아있었기에
나도 계속해서 앞을 바라보았어요
당신이 고개 숙여 울고 있을 때에도
역시나 나는 그런 당신을 바라볼 뿐
당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는
그저.. 그저.. 그저..
그저 마음으로만 위로할 뿐
겹쳐진 시간
시간이 겹쳐져 보이는 건
온전히 당신 탓이려니 하고
당신을 원하고 원망한다
그런다고 사그라질 울분 아니어도
당신이 당신이라는 존재가
내게는 너무 소중하였기에
떠나보낼 수 없어 원망만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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