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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시대박ll조회 91l
이 글은 5년 전 (2018/11/18) 게시물이에요







 그냥 있는 것이지 | 인스티즈

문인수, 내리막의 힘

 

 

 

고물 프라이드, 달리던 차 엔진이 끝내 천천히 꺼져버린다

다행히 아주 미미하게 경사가 져 있는 데여서

고가도로 그늘 아래 널찍한 공간으로 차를 몰아넣을 수 있었다

핸드브레이크를 당겨 차를 세웠다

네 바퀴가 길바닥을 꽉 잡고 버틴다 시꺼먼 아스팔트가 그녀에겐 지금

단단한 늪이다 퍼져 난감한 프라이드 옆을

프라이드를 뒤덮은 고가도로 위를

마음껏 달리는 차들의 진동 때문에

그녀의 프라이드는, 끊임없는 파문에 떠밀리는 마른 연잎 같다 이 연애의 끝자리

그녀가 안전벨트를 맨 채 울먹거릴 때

어여쁜 귀고리가 달랑대며 한사코 그녀를 지킨다 하지만

구겨진 이 프라이드는 이제 폐차될 것 같다 견인차가 도착하고

핸드브레이크를 풀자 움찔, 저를 푸는

이 프라이드는 또 무엇인가

내리막엔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하고 싶은 힘이 있다






 그냥 있는 것이지 | 인스티즈


오두섭, 시간은

 

 

 

제 스스로 흐르지 않지

그냥 있는 것이지

걸어가기가 귀찮은 것이지

흘러가는 것 강물이지

달려가는 것 바람이지

저들의 길을 따라 도는 것은

별자리들이지 그리움들이지

새들이지 물고기지 짐승들이지

무지개는 언제나 문을 다 열지 않고

어떤 사람들처럼 시간은 가끔

뛰어가기도 하는 것이지

우리가 어디에 홀려 있을 때

평소에는 그 자리 그냥 서 있는 것이지

그러니 시간을 내어

서랍을 괜히 한 번씩 열어 보지 마라

그 안에 그냥 누워 있는 보석도

보여지기 싫은 것이지

숨쉬기 싫은 것이지

우리에게 추억이 있는 것은

시간의 몸에 대못을 박았기 때문이지






 그냥 있는 것이지 | 인스티즈


황영선, 옛 편지를 읽는 저녁

 

 

 

비내리는 분황사 뜰에

막 핀 배롱나무 꽃 송이들이

제 몸의 꽃빛을 풀어

시를 쓰고 있었지

 

받아적기도 전에 지워지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본 일 말고는

이 저녁 한 일이 아무것도 없지만

가슴에 물기처럼 번지는 그것이 시가 아니었을까

 

귀열고 문 열어두어도

나는 아직 캄캄한데

한 몸인 듯 편안해진 모습으로

어둠과 빛의 경계를 허물고 있던 풍경소리

 

백 년도 못 견딜 생애

쓸쓸한 저녁이 찾아오면

흐린 불빛에 기대어 시를 읽다 잠이 들겠네

못다 읽은 시편들은 가슴으로 읽으리






 그냥 있는 것이지 | 인스티즈


이해리, 양장본

 

 

 

펼처놓은 페이지가

고정되지 않는군요

 

손바닥 힘주어 문질러 놓으면 잠시

손 떼면 이내 후루룩

내면을 감추어 버리는군요

 

희고 단단하고 지적인 당신

참 성가시군요

더 감질나고 더 목마르게 하는군요

 

생은 튕겨야 맛이라 하려는 건가요

쉽게 속을 보이면 싸구려라 하려는 건가요

시간이 흐를수록 완강해지는 당신

내 팔이 아파오는군요

너무 튕기면, 당신

읽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영영 덮어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그냥 있는 것이지 | 인스티즈

서규정, 만추 단추

 

 

 

믿을 건 오로지 외로움뿐이라 강은 외줄기로 흐르는가

감물 든 런닝구 같은 백사장을 늘어지게 붙들고 붙들던

그 사랑이 물이 되어 돌돌돌 저리 여울지는지 몰라

심장에 빨대를 찔러 넣듯

고부라진 모습을 누가 또 눈여겨 볼까마는

마른 잎 한 잎 내려놓고도 하늘은 끝 간데 없이 들리고 들려

눈썹 끝으로 몰려나온 두 줄기 눈물이 그렁그렁

천리나 만리 밖으로 흐르는 강물과 셋이서 함께 흐르라

이제 더는 외롭지 않게 여럿이서 가라 했네

그대, 메이고 메인 가슴 멍 자리는

허수아비 옷깃을 다져 여며 단추로 달아놓고

심장에 곶은 빨대를 쪽쪽 빨며 불불불 따라가도 천리이고

거슬러 와도 만리인, 내 마음 저녁 강에 빈 배로 떠돌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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