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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4년 전 (2019/7/19) 게시물이에요







 저 그림자에게 감정을 주고 싶다 | 인스티즈


문근영, 깨진 거울

 

 


거울에 금이 가듯 마음도 길을 잃으면

무너진 믿음의 지붕을 걷고 서까래를 뽑는다

슬픔의 손사래로 던지는 사금파리

가슴이 베여 마음은 핏물로 굴절되었다

거울의 낭패처럼 무지개를 뭉개고

비늘 뜯긴 마음이 벼락을 치며 아파온다

사랑에 잠식당했던 기막힌 사연들은

땅 마른 불길이 되어 어쩌자는 것인가

눅눅한 꿈속의 앞뒤 없이 덤비는 금 간 아픔에서

들불 같은 매캐한 냄새가 난다

이 악물고 참았던 슬픔이 접고 접혔다가

금 간 길들의 뜨거운 상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랑이란 잿불을 건드리는 바람, 필경

시야를 지운 사금파리에 불과했음을 저도 알 때까지







 저 그림자에게 감정을 주고 싶다 | 인스티즈


이승하, 교감(交感)

 

 

 

내가 잠든 하룻밤 사이

얼마나 많은 별이 새로 태어나 빛을 발하는지

헤아리지 못하는 내 혼은 너무 곤궁하구나

 

내가 노동한 하루 낮 사이

얼마나 많은 별이 숨져

우주의 한 공간이 어두워졌는지

헤아리지 못하는 내 몸은 너무 빈약하구나

 

보이는 별과 보이지 않는 별이 말한다

네 몸은 한 줄기 바람일 뿐

여기서 부는 미풍과 훈풍과 태풍이 다 바람일 뿐

 

지상의 생명은 다 같이 유한하여

사시사철 바람을 감지할 수 있지

바람 앞에 다 같이 흔들려야 하지







 저 그림자에게 감정을 주고 싶다 | 인스티즈


도종환, 내 안의 시인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시인이 살고 있었다는데

그 시인 언제 나를 떠난 것일까

제비꽃만 보아도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어쩔 줄 몰라 하며 손끝 살짝살짝 대보던

눈빛 여린 시인을 떠나보내고 나는 지금

습관처럼 어디를 바삐 가고 있는 걸까

맨발을 가만가만 적시는 여울물 소리

풀잎 위로 뛰어내리는 빗방울 소리에 끌려

토란잎을 머리에 쓰고 달려가던

맑은 귀를 가진 시인 잃어버리고

오늘 하루 나는 어떤 소리에 묻혀 사는가

바알갛게 물든 감잎 하나를 못 버리고

책갈피에 소중하게 끼워두던 고운 사람

의롭지 않은 이가 내미는 손을 잡지 않고

산과 들 서리에 덮여도 향기를 잃지 않는

산국처럼 살던 곧은 시인 몰라라 하고

나는 오늘 어떤 이들과 한길을 가고 있는가

내 안에 시인이 사라진다는 건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최후의 인간이 사라지는 거라는데

지팡이로 세상을 짚어가는 눈먼 이의

언 손 위에 가만히 제 장갑을 벗어놓고 와서

손이 따뜻하던 착한 시인 외면하고

나는 어떤 이를 내 가슴속에 데려다놓은 것일까







 저 그림자에게 감정을 주고 싶다 | 인스티즈


정군칠, 나비 상여

 

 

 

외따로 난 산길

나비 날개를 어깨에 멘 개미들 간다

죽어서 맴돌기를 멈춘 나비

오색무늬 제 몸이 만장이 된다







 저 그림자에게 감정을 주고 싶다 | 인스티즈


박창기, 저 그림자에게 감정을 주고 싶다

 

 

 

달밤이었지, 아마

검푸른 창공에 별이 배경으로 빛나고 있었고

바람이 실루엣처럼 흔들리고 있었지

창밖의 나무가 소리 소문 없이 들어와

누운 채 몸을 흔들고 있었어

내 몸을 감싼 채 무늬를 만들고 있었어

무겁지도 않고 간지럽지도 않았어

내 생의 한 순간에 참여한

저 그림자

실체도 없는 것이 빛을 배경으로

또 다른 생애를 조건 없이 살 수 있다니

감정 밖의 감정을 부여하고 싶다

목적 없이 지내는 이즘의 굴레를 꾸짖는

촌철살인 같은 것

달빛으로 하여 축복처럼 스며든 너에게서

나는 이 밤에 생명의 거룩함을 본다

내 너와 섞일 수 있음은

섞임에는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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