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께서는 어찌하실까요?
글자를 포기하실까요, 아님 대군마마를 포기하실까요?
전하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하께선 절대로 글자를 포기하시지 않아!
어찌 그리 장담을 하십니까?
세상은 아바마마께 성군이라고 하지.
헌데 아느냐? 아바마마께도 태종대왕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해서 전하께서는 대군마마를 포기하시고, 글자를 택하실거다?
예, 뭐 그럴 수도 있겠죠.
아니 근데 어찌 그 말을 그리도 신명나게 하십니까?
대군마마의 목숨이 아닙니까?
태종대왕의 피는 여기에도 흐르고 있으니까
대의를 위해서는 목숨따위는 아깝지 않다?
아 윗분들 참 대단들 하십니다~
참으로 재밌습니다. 윗분들 싸움.
헌데 그거 아십니까?
윗분들이 글자를 주네마네 할때 백성들은 말입니다.
이런 방도 양반들이 읽어주지 않으면
내용도 파악 못하는 백성들,
정작 그들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아십니까?
전하께서 글자를 만드는 거?
아니면 글자를 포기하라는 겁박?
아니오, 아닙니다.
그냥 대군마마가 납고됐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대군마마만 걱정하지
전하가 글자를 만드는 것 따위는
아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단 한명도 글자 이야기는 안한다는 겁니다.
윗분들은 글자를 만드네, 마네때문에
대군마마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우리는 말입니다, 우리 백성들은
그딴거 관심도 없다 이 말입니다.
전하께선 그것을 바로 잡으시려는 것이다!
백성들에게 우리들의 싸움이 윗것들의 싸움이
자신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들의 싸움이
백성들에게도 상관 없는 일이 아님을
알게 하시려는 것이야!
해서 백성이 글자를 알면
우리가 그딴 거 알게 됩니까?
아니 그 전에 그 글자가 나오면
백성들이 정말로 글자를 알게 될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양반님들이야 공부가 일이시니까
오만자가 넘는 한자를 줄줄 외우시겠죠.
예, 저도 한 천자정도는 압니다.
근데 그거 배우는데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십니까?
제가 머리가 나빠서요? 아닙니다.
시간이 없어서입니다. 그게 백성의 삶입니다!
입에 풀칠하려면 동 트기 전에 일어나
해질때까지 허리 한 번 못 펴고 일만해야 되는데
언제 글자를 배운다는 말입니까!
아직 해보지도 않지 않았느냐!
할 수 있다!
오만자 중 천자 배우는데도 그리 오래 걸렸습니다.
헌데 배워요? 도대체 전하의 글자는 몇자나 되십니까?
오천자요? 아니면 삼천자? 천자입니까?!
스물여덟자.
천스물여덟자요?
아니, 그냥 스물여덟자.
그게 말이 됩니까?
이 헛간 안에 있는 물건만해도 스물여덟개가 넘습니다.
헌데 글자는 세상을 다 담아야하는 것 아닙니까?
고작 스물여덟자로 만가지 이만가지를
다 담을 수 있단말입니까?!
만가지, 이만가지가 아니다.
십만가지 백만가지도 담을 수 있다!
이거야. 이것만 외우면 돼.
이 스물여덟자만 알면
한자로 쓰지 못하는 우리 이름
오라버니가 잘하는 욕, 사투리
우리 마음, 바람소리, 새소리..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담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