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현대인에게 치매를 비롯한 고령화에 따른 활동불능의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영국의 치매 요양원 고민을 살펴볼까 합니다.
몰락하는 요양원에 방치된(?) 치매 노인들
FT 기사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 노인 요양원들은 5천여개에 이르고 수용자의 70%가 치매 질환이 있는데 상당수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2010년 이후 400개가 파산했다고 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 향후 5년간 영국 침상의 1/3이 폐쇄 위협에 노출되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대형 요양시설 회사가 망하면서 지자체가 어쩔 수 없이 시설을 인수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한때 최대 요양시설 회사였던 Southern Cross는 2011년 임대료를 내지 못해 파산하고 말았습니다. 2017년에는 영국 최대 요양시설 회사 중 하나인 Four Seasons Health Care가 파산 위기를 맞으면서 17,000명의 시설 거주자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잉글랜드 북서부 Halton borough 의회는 Four Seasons 소유 시설을 떠맡아야 했습니다. 또 다른 최대 기관인 HC-One은 349개 요양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부채 규모가 5억 파운드에 이르고 있습니다. 113개 요양원을 소유한 Care UK는 2016년 무디스에 의해 신용등급이 강등되기도 했습니다. 상위 10개 요양회사는 침상당 4만 파운드의 빚을 지고 있답니다.
재정난에 처한 요양원이 많다 보니 최소한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잉글랜드 내 요양원이 2018년에만 1/5에 달한다고 합니다. 검사관들이 방문한 Millibrow Care Home의 경우 소변 냄새가 진동하였고 저녁과 아침 식사 시간 간격이 무려 17시간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PE가 주도하는 요양 시장
흥미로운 점은 영국 노인 요양원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이 프라이빗 에쿼티(PE)라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Four Seasons Health Care, HC-One, Care UK 모두 PE 소유로 막대한 부채, 복잡한 역외(케이먼 군도, 저지 섬 등) 소유 구조 그리고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영국 요양원 시장 구조: 남색(요양 필요 수용자 수), 하늘색(거주 보호 수용자 수), 적색(시장가치)
* 영국 영리 요양원의 비용 증가 추이: 남색(요양 필요 수용자 1인당 비용), 하늘색(거주 보호 수용자 1인당 비용)
PE 소유 요양시설의 부채가 급증하는 데는 관련 비용이 증가하고 정부의 펀딩이 감소(지방 정부 보조금이 노인당 650 파운드에서 550 파운드로 줄어듬)하는 것도 주요하지만 PE의 목표수익률 12-14%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높은 이자로 요양시설이 PE 모회사로부터 부채를 조달하는 관행도 한몫한다고 합니다.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HC-One은 2017-2018 기간 최소 4,850만 파운드의 배당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급증하는 비용과 환자들
그런데 영국 치매 요양원 사태를 소위 탐욕스러운 PE의 과도한 횡포로만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치매 환자의 요양 보호에는 일반 요양 보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치매 노인은 한밤중에도 낮처럼 서성이기 쉬우며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보니 훨씬 경험 많은 직원이 필요하지만 치매 요양 보호 비용의 2/3나 차지하는 인건비가 더 높아지는 것을 부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일반 요양 보호 노인보다 매주 200-300 파운드(약 30~45만원)가 더 드는 치매 노인 요양 보호지만 영국 보건 당국 NHS는 암과 달리 별도의 추가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 영국 치매 비용 증가 추이
아마도 NHS는 추가 펀드가 PE의 수익 창출에 활용되는 것과 함께 고령화에 따라 치매 노인 수가 급증하는 현상을 감안하였을 것 같습니다.
* 영국의 연령대별 치매 비율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지만 모든 요양원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일부 요양원은 자기 비용(정부 보조금보다 40%나 더 비싼)으로 입주한 노인과 그 가족들에게 떠넘김으로써 정부 보조 노인들의 비용 증가를 상쇄하고 있다 보니 자가 부담자의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답니다.
또한 정부가 요양원에 대한 보조를 꺼리면서 치매 환자들은 결국 그 비용이 더 큰 병원으로 몰려드는 형국이라고 합니다. 5년 동안 치매 환자가 60%나 증가하면서 병원 침상의 1/4이 치매 환자의 몫이 되면서 매일 36개 병원이 치매 환자 치료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값싼 이주노동자와 초단기 임시 노동자(zero hour contractor) 의존하던 요양원들이 고질적인 간호사 부족 사태 속에 최저임금의 증가와 브렉시트에 따른 이주민 유입 제한으로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영국만의 문제일까? 독일의 어떤 내부고발자와 소득증가가 의미 없는 일본
그런데 치매 요양원의 문제가 영국만의 이슈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2011년 일단락된 Brigitte Heinish 사건을 보면 유럽에서도 고령화가 심한 독일의 어두운 면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 당시 39세였던 하이니쉬는 베를린의 시립 노인요양시설 Vivantes에 간병인으로 취업했습니다. 그런데 하이니쉬가 접한 비반테스의 상황은 매우 끔찍했습니다. 우선 근무인원이 너무 적었고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투입되다 보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받는 대접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노인들은 수시로 자신의 배설물 위에서 몇 시간을 보내야 했으며 일부는 침대에 묶여 있어야 했습니다. 서류 조작도 다반사로 이루어져서 적절한 서비스가 시행된 것으로 허위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하이니쉬는 2004년 비반테스를 고발하기에 이르는데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뿐이었습니다.
하이니쉬가 독일 법정에서 자신의 부당함을 항변했지만 3개나 되는 독일 법원들은 모두 해고 처분을 번복하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하이니쉬는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에 자신의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고 유럽인권재판소는 2011년 7월 하이니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으며, 고용주가 잘못된 행위를 시정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피고용인이 직장에 충실할 것을 선언한 데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 이후 독일 법원은 하이니쉬에게 9만 유로(11만 6천 달러)를 위로금으로 지급하여야 했습니다.
* 소송 승리 후 언론과 인터뷰하는 Brigitte Heinish
조만간 치매환자가 7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일본의 상황도 심각해 보입니다.
* 일본의 치매 인구 예상치(현재 추정치, 증가된 추정치)
* 일본의 치매 인구 비율 증가 추이
아베노믹스의 치적 중 하나라고 이야기되었던 일본 가구 소득의 증가액 중 상당 부분이 치매 등 노인 돌봄 비용을 지출되면서 일본인들은 소득 증가를 실감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2010년에서 2017년 사이 일본 가구 소득은 평균적으로 13,128엔 증가했지만 세계 최고의 고령화 사회의 부담으로 각종 사회보장 비용이 증가하면서 일본인들은 늘어난 소득의 상당 비중을 의료보험(임금의 9%를 넘는), 노인돌봄보험(2000년 도입시에 비해 거의 배가 늘어난) 등의 지출 증가를 막는데 사용하고 있답니다. 직접세와 사회보장 기여분 증가금액이 9,386엔이나 되며 2014년에는 간접세인 소비세도 5%에서 8%로 늘어났습니다. 즉, 임금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세금과 사회보험 지출 증가로 임금 상승의 체감 효과 상당 부분이 상쇄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 일본 의료보험 금액 및 임금 대비 비중 추이
* 미국의 치매 비용 증가 추이
결국 약에 의존하게 되는 치매 간병
치매 노인의 증가와 비용 부담은 이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극소수의 국가를 제외하면 아무리 선진국이라고 해도 일반적인 요양원에서는 치매 노인에 대해 양질의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 점점 더 향정신성 약물 투여를 늘리는 손쉬운 방법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2011-2015년 사이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처방하는 향정신 약품은 OECD 국가에서 1/3이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향정신 약품은 대부분의 치매 환자에게 적절하지 않다고 합니다. ㅠㅠ
* 65세 이상 노인에게 투여되는 향정신 약품의 처방 비중
이어지는 글은 치매 환자의 간병에서 세계적 모범 국가로 꼽히는 한 유럽 국가의 고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비전문가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어릴때 문방구 구이기계 이걸 구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