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950107ll조회 253l 1
이 글은 4년 전 (2019/12/13) 게시물이에요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300" height="25"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false" allowScriptAccess='sameDomain'>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 인스티즈


김규동, 거지 시인 온다

 

 

 

철없는 모더니스트 시절

명동에서

내 친구들이

새카만 얼굴의

천상병이 나타나면

, 저기 거지 시인 하나 온다라고

우스갯소리 했지요

상대 나왔다는 친구가

뭐 저러냐

너 또 200원 줘라

그렇잖아도 널 알아보고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빈정댔지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그때 천상병이를 거지시인이라 놀려주던

친구들은 다 시인이 못 되고

천상병이는 시인으로 남게 되었군요

영원히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 인스티즈


심재휘, 남쪽 마을을 지나며

 

 

 

서러움 하나 간신히 빠져나갈

참나무 숲을 지나자 가을 저녁은

목화밭 너머의 봉분들과 참

다정해 보였습니다

마을은 낡은 그림자들을

탐스럽게 매달고 있었습니다

초행길이었습니다

엉겁결에 전생 하나를 밟고

신발이 더러워지기도 했습니다만

무덤 같은 신발로 오래 걷다 보면

낯선 곳에서도 겨울은 맞을 만합니다

단지 잎 다 진 키 작은 나무에

탐욕스럽게 매달려 있는 모과처럼

오늘과 나는 서로 이복형제 같아서

조금 서러웠습니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 인스티즈


허수경, 공터의 사랑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 인스티즈


이상국, 옥상의 가을

 

 

 

옥상에 올라가 메밀 베갯속을 널었다

나의 잠들이 좋아라 하고

햇빛 속으로 달아난다

우리나라 붉은 메밀대궁에는

흙의 피가 들어있다

피는 따뜻하다

여기서는 가을이 더 잘 보이고

나는 늘 높은 데가 좋다

세상의 모든 옥상은

아이들처럼 거미처럼 몰래

혼자서 놀기 좋은 곳이다

이런 걸 누가 알기나 하는지

어머니 같았으면 벌써

달밤에 깨를 터는 가을이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 인스티즈


김위숙, 늙은 오후

 

 

 

칠 벗겨진 외벽은

광대뼈 드러나도록 문드러지는 우주다

외벽 앞 빨랫줄에

호박오가리 말라가고

책꽂이 한 구석 빛바랜 오후가

길게 늘어진 가을 위로

바쁘게 매달린다

점박이날개나비

묵언처럼 말아쥐고

저 선을 넘어왔을 늘어진 빛이여

말라죽은 딱정벌레

입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에 홀린 걸까

늘어졌던 몸통

칭칭 걸어 말린

저 문들어지도록 깃들었던

간절함도 우주의 그늘처럼 깊어진다








추천  1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한국 애니업계 사망선고633 아야나미05.11 21:45118308
팁·추천 임산부에 구더기 등 벌레를 넣어 태아를 얼마나 갉아먹는지 보는 실험을 한....557 윤정부05.11 19:22119601
이슈·소식 20대 알바들이 점장과 엮여서 혼전임신하고 결혼 당하는 사례.jpg141 311344_return4:1758685 6
유머·감동 점점 늘어나는 사무직 그만두는 사람들.jpg259 태래래래1:0455596 44
유머·감동 모태솔로 중 의외로 많은 케이스154 따온05.11 22:4485442 23
41일 전 잃어버렸는데…' 집 찾아온 진돗개 '손홍민' 디귿 13:26 267 0
몽클레어에 무너져내린 여추반 세계관ㅠㅠ 엘리엇 13:17 1165 1
사람은 선을 좀 넘어야 재밌음. 선을 딱딱 지키는 사람은 지루하고 매력없어.twt6 흠냐링.. 13:12 1924 0
윈터 들으라고? 쌍욕하는 마크 팬들, 무례한 태도 '눈살' [엑's이슈] 307869_return 13:05 1663 0
tripleS(트리플에스) - Girls Never Die 수트댄스 호롤로롤롤 13:04 141 0
이제보니 제일 좋았던 문화2 sweetly 13:04 2346 0
초보운전부터 시작해서 경력직들까지 모두 대답이 다른 운전할 수 있다 vs 없다3 판콜에이 13:04 1901 0
뉴스에서 자꾸 '여의도 면적'에 비교하는 이유 까까까 13:03 1226 0
한국 가요계의 호돈신 뭐야 너 13:01 267 0
[ENG] 한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강남의 자취 현실 | 천에오십 | 안재현 4차원삘남 12:58 813 0
어른들이 대기업 가라고 하는 이유3 큐랑둥이 12:57 2794 0
권상우가 손태영을 꼬신 방법 episodes 12:57 1954 0
음료수계 7대 마이너.jpg 훈둥이. 12:57 1404 0
수지 팬들 사이에서 말 나오는 카즈하 팬미팅 커버 무대.jpg33 콩순이!인형 12:52 5296 5
제니, 민희진, 뉴진스가 차지한 무신사 주말 핫한 코디4 짜장면곱빼기5 12:52 5484 0
이런 남자 연애나 결혼이 가능한가요1 피벗테이블 12:51 1705 0
살롱드립 장원영 편 이후 교보문구...jpg12 Jeddd 12:51 5867 9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느끼는 감정1 김규년 12:48 2977 0
워너브러더스 1분기 실적 부진…"'반지의 제왕' 속편 제작 중" 짱진스 12:46 277 0
한때 난리였던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논란.jpg (feat. 15년 전)6 언행일치 12:40 4695 2
유머·감동 인기글 l 안내
5/12 13:26 ~ 5/12 13:2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