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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나미ll조회 568l
이 글은 4년 전 (2020/2/17)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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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 인스티즈


이경철, 늦은 봄날

 

 

 

간장 항아리 위에

둥근 하늘이 내려오고

매지구름 한 장

떴다가

지나가듯이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가끔은 내 생각도 하는지

 

늦은 봄날 저녁

머언 그대의 집 유리창에

슬며시 얹히는 놀빛

모닥불로 피었다가

스러지듯이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 인스티즈


김혜순, 잘 익은 사과

 

 

 

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

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

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 온 나락들처럼

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

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

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

아가의 뺨보다 더 차가운 한 송이 구름이

하늘에서 내려와 내 손등을 덮어주고 가네요

그 작은 구름에게선 천 년 동안 아직도

아가인 그 사람의 냄새가 나네요

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의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

둥글게 둥글게 길을 깎아내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 마을만큼

큰 사과가 소리 없이 깎이고 있네요

구멍가게 노망든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

그렇게 큰 사과를 숟가락으로 파내서

잇몸으로 오물오물 잘도 잡수시네요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 인스티즈


이원규, 꽃의 속도

 

 

 

덧나는 상처도 없이

어찌 봄이랴

섬진마을의 매화가

지기도 전에

젊은 황어떼가 지리산에 오르고

잠시 산수유꽃이

잉잉거리는가 싶더니

화개동천의 십 리 벚꽃도

파장

아무래도

봄은 속도전이다

피고 지는 꽃이 그러하고

어이쿠

무릎 한 번 치시더니

앉은 채

입적하신 노스님이 그러하니

나는 그저 어지러워

눈 코 입 귀를 틀어막을 뿐

만 마디

척추 속에 차오를

늦은 고로쇠 수액을 기다릴 뿐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 인스티즈


장승리,

 

 

 

정확하게 말하고 싶었어

했던 말을 또 했어

채찍질

채찍질

꿈쩍 않는 말

말의 목에 팔을 두르고

니체는 울었어

혓바닥에서 혓바닥이 벗겨졌어

두 개의 혓바닥

하나는 울며

하나는 내리치며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

부족한 알몸이 부끄러웠어

안을까 봐

안길까 봐

했던 말을 또 했어

꿈쩍 않는 말발굽 소리

정확한 죽음은

불가능한 선물 같았어

혓바닥에서 혓바닥이 벗겨졌어

잘못했어

잘못했어

두 개의 혓바닥을 비벼가며

누구에게 잘못을 빌어야 하나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 인스티즈


오세영, 그릇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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