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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ll조회 521l 0

이 글은 토마스 해리스 경이라는 분이 2014년 런던의 그레셤 대학에서 강연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에 94년부터 97년까지 주한 영국 대사를 맡았습니다. 영어가 되시는 분은 위 동영상을 시청하시기를 추천합니다.




1. 시초와 한국 전쟁


한국과 영국의 첫 관계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85년 영국 해병대가 거문도에 상륙한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다르게 한국은 영국의 식민 지배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는 옆나라인 일본과 중국과 다르게 우리와 영국의 만남을 늦추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은 일본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었고 영국은 일본과 동맹을 맺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여 일본의 조선 식민 지배를 인정하고 지원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초반에는 몇몇 영국 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했지만, 1930년을 기준으로 일본은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했고, 영국과 미국 기업들을 한반도에서 쫓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이 독립하고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했지만, 영국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영국은 영연방 국가들과 함께 82,000명에 달하는 병력을 한국에 투입했고, 사상자는 지난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서의 영국군 사상자를 훨씬 뛰어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영국 내에 한국 전쟁 기념비가 없었다는 점은 바로 영국의 무관심을 반영합니다. 한국 전쟁은 보통 해외에서 The Forgotten War(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리는데, 그런 경향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지요.



(이 기념비는 2014년 12월이 되어서야 삼성의 후원을 받고 건립되었습니다. 수많은 영국 청년들이 목숨을 바친 전쟁 치고는 너무나도 무심한 대우였습니다. 많은 영국인들은 본인들이 한국 전쟁에 참여한지도 모르지요.)


1953년 전쟁이 끝난 이후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고, 미국의 무상 원조를 받아 겨우 나라를 연명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나라에 투자를 하고 싶은 나라는 없을 것이고 영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강한 영향력 아래에 있었고 영국은 단지 군사 지역으로만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영국과 한국의 옅은 관계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2. 경제 성장의 숨은 조력자, 영국


이 강의를 설명해 주시는 토마스 해리스 경이 한국을 처음 방문한 때는 1970년대였습니다. 당시 영국 외교부의 무역 관료로서 방문했지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현대 정주영 회장에게 당시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울산에 조선소를 건설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일본의 주력 산업이었던 조선업을 발전시켜 중공업을 발달시킬 계획이었지요.


조선업은 굉장한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한 사업이었는데, 당시 한국에는 그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정주영 회장은 먼저 일본을 찾아갔지만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 어떤 나라도 대한민국이라는 후진국에 조선소를 세우고 재정 지원을 해준다는 미친 발상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국은 달랐습니다. 마침내 정주영 회장은 영국에서 기술 및 금융 지원 약속을 받아냅니다.


우선 영국의 애플도어라는 선박 건조 회사로부터 새로운 조선소를 건설할 인원과 기술을 받았습니다.



(Appledore Shipyard Company. 1855년에 설립되었으며, 그동안 영국 조선업의 핵심을 담당했습니다. 최근에는 퀸 엘리자베스 항모 건조에도 참여했었지요. 그러나 안좋은 경제 상황으로 2019년 3월 영원히 문을 닫았습니다.)




영국 수출보험청(Export Credits Guarantee Department(ECGD))과 미국의 금융 자문사인 Lazards가 첫 배를 건조할 금융을 마련하는 데 참여했습니다.


현대가 건설할 첫 번째 배는 그리스에서 수주한 탱커였고, 이 배를 건조하는 것을 돕기 위해 수많은 영국 기술자들이 한국의 낙후된 촌동네에 나타났습니다.



(현대 중공업이 건조한 첫 상업용 탱커)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지만 현대 중공업의 조선 산업은 빠른 시간 내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현재 영국의 조선 산업이 쇠퇴하고 현대 중공업의 아버지격인 애플도어사가 사라진 지금, 대영제국의 한때 찬란했던 조선업의 후손은 어떻게 보면 한국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때 영국의 선박 건조량은 전 세계의 80%를 차지했으며, 1차 대전이 끝난 이후에도 32%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정주영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머리속에 떠오른 나라는 다름 아닌 영국이었지요. 몇 년 전 조선업에 큰 도움을 주었던 영국을 기억하고는 다시 영국으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그는 영국 자동차 회사인 British Leyland에서 일하는 조지 턴불(George Turnbull)을 고용했고, 영국의 부품 제조 공장으로부터 수많은 기술적 조언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애플도어사와 마찬가지로 British Leyland사는 오른쪽의 Rover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00년 이후 여러 개의 회사로 분산되서 사라졌습니다.)


정주영 회장은 이 기술적인 조언을 바탕으로 그의 첫번째 작인 포니를 생산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 자동차(feat. 흉기차)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자동차 기술이 녹아들어간 현대의 포니)


​이러한 상업적인 성공들을 바탕으로 1970년대, 한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긴밀하게 발전합니다.


한국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발전소를 세울 때 영국의 GEC(General Electric Company-역시 2005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음)가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 수많은 영국 은행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수많은 영국 기업들이 급격히 발전하는 한국 시장을 노리고 한국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강의 기적이 시작되면서 한국과 영국의 관계도 단순한 군사적 관계를 벗어나 민간 부문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많은 한국인 유학생, 기업들도 영국에 나오기 시작했지요.​


위에서 보다시피, 영국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큽니다. 일본은 한국에 기술과 금융을 지원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당연히 미래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한국을 지원할 수는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영국은 한국에서 가능성을 보았고, 본인의 산업들이 더 쇠퇴하기 전에 한국에 기술적인 토대를 닦아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영국의 도움은 현대 중공업과 현대 자동차라는 한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기업들을 배출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됩니다. 사실 한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현대는 영향력이 큰 기업입니다.


참고로 현대는 영국 법대생들에게 중요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1972년, 현대 중공업이 "North Ocean Shipping Co Ltd"라는 해운사를 상대로 경제적 협박(Economic Duress)을 가한 대표적인 법률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계약법을 배우는 많은 영국 법대 1학년생들에게는 현대는 꼭 외워야 하는 이름 중 하나입니다. 물론 안 좋은 방향으로요...


아무튼 한국도 영국의 불문법 발전에 의도치 않게 기여(??)를 할 정도로 한국과 영국의 관계는 가까워졌습니다. 현대 정주영 회장과 가족은 영국인들과 친해졌고, 수많은 영국 기업가들을 기생 파티에 초대해서 친분을 쌓았습니다.



(음....)


저는 기생 파티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당시 영국인들도 많이 즐겼던 것 같습니다. 많은 영국인들은 이 기생 파티를 좋아했고 이런저런 사고도 치고 했다고 합니다.


1978년 영국 통상 장관이 기생 파티에 초대 받았는데, 저녁 식사 도중에 자리를 박차더니 개인 비서랑 함께 자리를 비웠습니다. 영국에서 이러한 행동은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고 장관이 이랬다는 것은 그가 무엇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다는 뜻이지요. 이 일은 당시 영국과 한국 양측을 굉장히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뭐 그의 시중을 드는 기생이 그의 무슨 심기를 건드렸는지, 그 장관이 개인적으로 이런 음란한 파티를 혐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사건을 이후로 영국인들을 위한 기생 파티는 열리지 않았다고 하네요.


3. 한영 관계의 이유없는 쇠퇴, 그리고 1990년대


1978년 그 말많은 기생 파티를 이후로 한영 관계는 이유없이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영국이 1976년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고 1980년대 대처리즘과 사회 혼란, 경기 침체라는 악영향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이 꺼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당장 모국의 사정이 말이 아닌데, 머나먼 한국에 신경을 쓸 수가 없겠지요. 물론 그 말많은 기생 파티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아는 사람은 아직도 없습니다.


조용했던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가 되면서 한영 관계는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경제 발전으로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한 한국이 영국을 찾아왔지요. 1990년대, 우리나라는 국민 소득이 1970년대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고 해외 여행, 유학 등에 소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영국의 경제 교류는 몇 배로 늘어났고 많은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이 영국의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서 수학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재벌들은 영국에 새로운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영국 항공(British Airway)은 런던-서울 직항로를 개설했습니다. 영국은 한국에 관심을 다시 가지기 시작했고, 수많은 영국 정치인들도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이고 좋은 관계는 오래 갈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바탕 폭풍이 밀려오게 됩니다.


4.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한국의 IMF 사태


이번에는 영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한국의 외화는 급속도로 바닥나기 시작했고,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한국이 영국에 약속한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갑자기 취소되었고, 영국에 나가 있는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은 도중에 학업을 그만둔다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눈물을 삼키며 귀국해야 했습니다. 영국 항공은 이때 개설했던 서울-런던 직항을 폐지했습니다(최근에서야 재개설이 되었습니다.)​


한영 관계가 다시 쇠퇴로 돌아설 즈음에 하이라이트가 있었는데, 바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한국 방문이었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73세 생일 기념을 한국에서 맞이했습니다. 당시는 IMF의 절정기였기 때문에 영국 여왕으로서는 한국의 고통을 위로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영국 외교가에서는 영국 왕실의 성공적인 해외 방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5. 한영 관계에 대한 단상


한국과 영국의 관계는 롤러코스터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무관심에서 시작해서 70년대 급격히 발전한 양국 관계, 80년대의 침체기, 90년대 재호황기 그리고 다시 침체, 2000년대 이후로 다시 활발해지는 관계를 보면 한국과 영국은 독특한 외교적, 경제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과 영국을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지리적 거리입니다.



영국은 미국보다도 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특히 바다로 바로 접하는 미국과 다르게 대륙으로 갈라져 있지요. 어쩌면 이러한 점 때문에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과 다른 관계를 영국과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서로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는 대중 차원에서는 굉장히 떨어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리적 거리는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볼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었고, 영국의 많은 제조 산업들이 한국으로 넘어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과 영국은 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운 이웃입니다. 옆나라 일본이 가까우면서 멀리 있는 이웃처럼 느껴지듯이요.​



그렇다면 한영 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합니다.


6. 대략적인 상황


​6-1. 양국의 경제적 규모

영국은 2017년 기준 수입에서는 세계 5위, 수출에서는 세계 10위 입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수출 2위, 수입 6위 입니다.


한국은 수출 6위, 수입 9위입니다. 그러나 영국과 다르게 서비스 부문에서는 수출 17위, 수입 11위로 낮은 편입니다.


서비스는 운송 및 수송, 여행, 등 상품이나 거래와 관련한 서비스들을 말합니다. 물품이 직접 거래가 되는 Merchandise Trade와 다르지요.


한국과 영국의 교역 상황은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이 영국에 수출하는 물품

한국이 영국에 주로 수출하는 물품은 선박 및 자동차 등이 대부분입니다. 선박 카테고리만 하더라도 43% 이상을 차지합니다. 나머지는 자동차와 전자 기기 등이 대부분입니다. 조선업이야 영국에서는 쇠퇴한 산업이고 현대 중공업이 영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 그래프는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 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품

원유가 30%로 원자재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자동차가 눈에 띄고 가스터빈과 연소 기관(combustion engine)이 눈에 띕니다. 엔진류는 롤스로이스에서 오는 것 같군요. 또한 눈에 띄는 것은 의약품 및 실험실 용품입니다. 주류(Hard Liquor)도 눈에 띄네요.


의외로 영국의 상품 수출이 우리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경우도 많은데, 내연 기관이 그중 하나입니다. 보통 영국제 엔진 기업하면 롤스로이스를 주로 떠올리겠지만, 차량용 엔진도 그렇고 디젤 발전기나 가스터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퍼킨스나 GKN 같은 부품 기업들도 그렇지요.


​특히 롤스로이스의 MT30 가스터빈은 우리나라 차세대 해군 호위함들의 엔진입니다. MT30은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엔진 중 하나입니다. 이 물건은 문자 그대로 대체재가 없어서(미국 GE의 LM2500은 이제 성능이 좀 떨어집니다) 이게 끊기면 우리 해군은 군함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최근 기준으로 150개 이상의 영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진출한 대표적인 영국 기업들은: 스탠다드 차타드, HSBC, 프루덴셜 바클레이스, 피델리티 자산 운용, 디아지오, 버버리, 에드워즈, AMEC, 롤스로이스, 로열 더치셸, BP 등이 있습니다. 버버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비지니스 대 비지니스 위주 사업들입니다.


현재 한국과 영국은 2011년 부분 발휘된 후 2015년부터 완전히 적용된 FTA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EU의 제대로 된 동아시아 FTA 파트너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덕분에 영국의 대한국 수출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7.5%가 늘었습니다.


그러나 영국으로서는 위의 FTA 혜택을 잘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 있습니다.


우선 영국 기업들은 한국에 수출할 때, 홍콩,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수출을 합니다. 이 경우 FTA의 직항 운송 규정(Direct Transport Rule)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이 이유에는 아무래도 언어, 문화적 이질성 그리고 지리적인 이유 때문에 영국 기업들이 한국에 직접 들어가기를 꺼리고 아시아 지사인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경유하려는 경향이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한국은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들을 바탕으로 동남아나 중동으로 진출하고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영국 기업들과 많은 접촉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 영국이 직접 관여하는 것을 적어도 해외 시장에서는 서로 협력 관계에 드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7. 영국이 바라보는 한국에서의 기회

위 링크에서는 영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이 어떤 분야에서 한국에서 시장을 넓힐 수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1) 핵 발전 및 핵 시설 해체 사업

2) 일용 소비재(Fast Moving Consumer Goods) 그리고 온라인 상업

3) 핀테크

4) 친환경 자동차 및 자동 운전 기술

5) 스포츠 인프라

등이 있습니다.

8. 현재의 위기

그러나 위의 상황들은 곧 엄청난 반전을 맞을 것입니다.

우선 영국은 브렉시트로 EU를 떠납니다. EU와 한국의 FTA 체결에서 영국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지만, 이제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영국으로서는 당분간 FTA의 혜택 없이 한국과 교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위의 영국 정부 글은 2015년에 작성된 것으로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브렉시트 문제로 영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에 예전처럼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으며, 위 보고서는 폐지되었고 새로운 보고서가 떴지만, 이전에 비해 굉장히 부실합니다.

영국의 경우 가장 첫 번째인 "핵 시설 및 핵 폐쇄"에 관한 기술 협력이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탈원전 선언 이후 원전 산업 및 수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영국은 핵 폐기물 처리에 관해서는 많은 리서치와 연구로 세계 정상급 수준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대해 기술 협력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핵 해체와 발전의 경우엔 세계 최대의 핵연료 취급 기업인 우렌코가 버킹엄셔에 있지요. 롤스로이스도 소형 모듈 원자로를 개발 중이구요.

또한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해외 원전에 관해서도 영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더 이상의 수출이 막힌 지금 그런 협력은 요원해 보입니다.

다행인 점은 스톤 영국 원자력 산업협회장이 얼마전에 한국 경제와 단독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영국으로서는 안보상 더 큰 위협이 되는 중국보다는 한국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영국 원전 사업은 다른 나라보다 조금 더 복잡한 사안이 있기도 합니다. 영국이나 유럽에서는 원전을 운용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민영 기업이고 그에 따라 수익성 등도 민영 기업이 알아서 챙겨야 합니다. 즉 원전만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시장성, 수익성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9. 미래의 기회

현재 한국과 영국의 관계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브렉시트입니다. 이 브렉시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직 경제적으로 한국과 영국이 더 교류할 인센티브는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아무리 늦어도 올해 안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U도 더 이상 인내심을 가지지 못할 것이고 영국도 정치적으로 허용을 하지 않을 것이니까요.

브렉시트가 해결되면 우리는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다행히도 우리 정부도 상황을 인식하고 있고 브렉시트 때가 되기를 기다리며 대기 중에 있습니다.

양국이 준비 중인 FTA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바로는 한-EU FTA와 대체적으로 내용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한-EU FTA 체결에서 영국의 입김이 많이 적용되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기회를 이용해 영국과 한국 기업들의 교류가 더 깊어지도록 양쪽 정부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여기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부분에 다 코멘트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큰 그림을 그려보면 영국과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경쟁적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협력 관계를 형성하기 가장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9-1. 영국은 아시아에 중점을 두고 싶어한다.

영국으로서는 아시아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호주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영국은 과거 식민 지배의 영향으로 딱히 새로운 협력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싱가포르, 호주는 동남아시아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보장하겠지만 영국이 원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경제력이지요.


특히 영국이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의 영향권에서 많이 벗어난 지금, 영국으로서 새롭게 살 길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아시아라고 보고 있고 정부와 민간에서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의 군사적 움직임은 결코 예사롭지 않습니다.



영국은 자국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최신 항모인 퀸 엘리자베스 호를 아시아에 배치할 계획이고, 최근에는 남중국해를 항해함에 따라 미국을 따라 중국에 힘을 과시했습니다.


또한 2016년에 영국 공군의 유로파이터 전투기 대대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훈련을 벌인 일이 있습니다.



영국으로서는 자국의 상당한 전력을 러시아에 대응해 배치한 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중국에 대응해 배치했습니다. 이 계획은 브렉시트와 상관없이 브렉시트가 이미 현실화되기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고, 브렉시트는 단지 그 속도를 좀 더 가속화시켰을 뿐입니다.


9-2. 우리나라는 한미 동맹의 보완제로 한영 동맹(혹은 한-일-영 동맹)이 필요하다.​


저는 한미 동맹은 중국의 패권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필요하다고 봅니다. 설령 북한이 무너지고 우리나라에 흡수 통일이 되더라도 우리는 대륙 세력인 중국이 아니라 해양 세력인 미국편에 서야 경제적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해양 세력이 대륙 세력에 비해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이전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의 외교, 국방은 너무 한미 동맹에 치우쳐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었듯이, 이렇게 너무 한쪽으로 쏠린 정책은 우리의 행동 반경을 너무나도 제한시키고 더 큰 리스크에 빠질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영국과 우리나라는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영국으로서는 우리나라가 절실히 필요하고 우리도 영국으로부터 우리가 가지지 못한 자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영국은 자국군이 주둔하거나 보급받을 수 있는 기지를 필요로 합니다. 영국 해군은 소규모의 유동적이며 "공격적인" 함대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영국군의 핵심 전력은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및 소규모 특수 부대입니다.



(영국의 Trident급 핵잠수함)


(영국의 항모 전단)


(실전 경험이 풍부한 영국의 코만도 부대와 SAS)


영국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공격적인 자산들은 북한에 대한 방어에 치중한 한국군이 가지고 있지 못한 자산입니다. 이러한 자산들은 향후 북한이나 러시아, 중국과 심각한 마찰이 생겼을 때 쓸 수 있는 중요한 카드입니다.


다만 영국의 한가지 중요한 약점이 있다면 이 강력한 자산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수적으로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을 지원할 대규모의 양적 군대와 보급 기지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은 극동에서 본인들이 주둔할 기지를 찾고 있고 그로 인해 일본과 유대를 강화하는 중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대해 영국에 큰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가 북한과 중국을 상대하는 데 영국이 필요하냐구요? 남중국해는 우리의 생명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대양 해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로 이 지역에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이고, 이 지역을 중국에 빼앗기면 우리는 중국의 경제적 속국으로 살아갈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군에 많은 투자를 해 왔지만, 아쉽게도 중국에 대항하여 투사할 수 있는 전력은 매우 제한적이고 우리나라의 국력을 생각했을 때 결코 혼자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영국군의 공격 전력이 우리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할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국은 극동에서 현재 일본을 새로운 파트너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응해 영일 동맹이 아니라 한-일-영 동맹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과거사 문제와 민족 감정 등의 이유로 한일 동맹은 실패할 위험이 크고 부작용도 크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해양 세력인 일본과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영국을 중재자로 하여 한-일-영 동맹을 맺는 겁니다. 당장 영국은 일본에 더 큰 관심을 보이지만 우리에게도 제스처를 보내고 있습니다. 영국을 파트너로 맞이하면 우리는 최근 초계기 사건에서 보듯이 일본과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을 영국을 통해 더 수월하게 중재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 비해 너무나도 사이즈가 큰 미국과 다르게 영국은 한국, 일본과 동등한 파트너 관계라서 미국과는 다른 해결책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함부로 날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9-3. 한국은 영국으로부터 신세대 먹거리에 대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핵심 경제력을 책임지는 것은 2차, 3차 산업에서 크게 성공한 현대, 삼성, LG 등의 대기업 재벌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대기업 모델은 부작용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든 원동력이 되었고, 한국의 부와 양질의 일자리 등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가 이러한 대기업 모델에 의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이미 삼성과 현대에 대해 대응할 산업들을 육성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우리나라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세계 무대에서 밀려난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의 유수한 대기업들도 중국에 밀려나는 일이 멀지 않은 미래에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기업 모델의 단점이 있다면, 현대 등이 맡고 있는 2차 산업의 핵심 인력은 대졸이 아니라 고졸 출신의 전문 기술직들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더 이상 이러한 2차 산업에 들어갈 새로운 인력들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33% 정도였으나 현재는 80% 이상을 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취업난은 어쩌면 2차 산업의 고등 교육을 받은 현장 기술자를 필요로 하는 산업과 3차 산업 그 이상을 가고 싶어하는 대졸자들과의 이해 관계가 맞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학 이상의 고등 교육을 받은 인력들은 결코 고졸도 갈 수 있는 현장 근로직에 취업하고 싶지 않을 것이고, 본인의 교육과 지적 능력을 맞추어 주는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합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모델에서 이러한 고급 대학 졸업 인력들을 모두 수용하기는 굉장히 힘들고 이에 따라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은 바로 이러한 고급 인력들을 낭비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신산업을 키우는 일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대한 해답을 영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엔진 제조와 설계 같은 고급 제조업, IT 산업, 반도체 설계(ARM Holdings), AI 산업, 대중 문화 등 대학 이상의 학위를 받은 고급 인력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고 이러한 산업들이 과거 제조업이 빠져나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들의 큰 특징은 고부가 가치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 이상을 받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 인공지능 스타트업 투자액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는 영국)


(유럽 유니콘 기업 34개 중 13개가 영국 소유)


이러한 부분은 영국의 실업률을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낮은 편에 속하게 만들었습니다.



10. 결론


​우리나라와 영국은 차이점이 많은 나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은 서로가 협력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강력해서 혼자서도 잘하는 미국과 다르게 영국과 우리나라는 부족한 점을 서로가 매꾸어 줄 수 있는 이상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영국 또한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 관계의 보완재로서 한영 관계를 구축해도 기타 한중이나 한일 관계와 같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이것은 브렉시트에 찌들어 있는 영국에서도 나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미래를 향한 발전의 초석이 되는 경우가 생기는 때가 많으며 지금도 그렇다고 봅니다.​


과거 1970년대 영국과 한국의 협력하에 우리나라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듯이 이번에도 서로가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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